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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Zam Nov 11. 2017

당신이 강사로 성공하지 못하는 열여섯 번째 이유

2.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들

16) 매력 없는 강사


 인간관계를 맺을 때 어떤 부분이 큰 영향을 미칠까?

 처음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는 ‘첫인상’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물론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첫인상과 많이 다르다는 평가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 첫인상이 미처 지워질 틈도 없이 인간관계가 끝나버리는 경우도 있다. 1회성 강의를 진행하는 강사의 경우가 그렇지 않을까?

 불과 한두 시간의 강의를 끝으로 두 번 다시 만날 일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렇게 멀어진 그 수강생은 어쩌면 누군가에게 자신이 들었던 강의, 그리고 강사에 대한 이야기를 할지도 모른다.


 강의를 진행하는 동안 첫인상에서 받았던 느낌이 달라질 수도 있다. 썩 좋지 않은 인상을 받았지만 강의가 진행되면서 긍정적으로 바뀔 수도 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강사가 강의를 잘 진행해야 한다는 건 당연하다고 전제하고 보면,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서며 수강생들에게 비치는 첫인상 역시 긍정적이면 좋다.

 깔끔한 옷차림, 신뢰감 드는 인상 등등...

 상당수의 강사들이 정장을 선호하는 것은 어쩌면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나는 정장이라고 부르는 그 옷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심지어 옷장 속에 두어 벌 있는 정장들은 언제 꺼내 입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언젠가 시청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한 적 있는데, 담당 공무원이 높은 분도 함께 하실 예정이니 옷차림에도 신경을 써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그리고 그 날, 나는 굽 높은 부츠에 딱 달라붙는 스키니진, 표범무늬 셔츠를 입고 갔었다.

 강단에 섰을 때, 휘둥그레 한 눈으로 내 옷차림을 보던 사람은 담당 공무원만이 아니었다.


 맨날 정장, 또는 점퍼 차림으로 일을 할 그들과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편이 강의 진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었고, 그 날의 패션코드가 잘 맞았는지는 모르지만 강의를 끝내고 옷차림에 대한 지적을 받지는 않았으니 실패는 아니었던 것 같다.


 나는 한동안 소위 “경력단절여성”이라고 불리는, 전업주부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했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경력단절여성”이라는 표현이 잘못된 표현이며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통 아줌마라고 불리는 이들은 서로 금방 친해진다. 그리고 강사의 지시도 잘 따르고 반응이 좋은 편이다. 반면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무척이나 강력하게 시정을 요구하고 꼼꼼하게 따진다.

 무난하게 무사히 강의를 끝낼 수도 있지만, 무언가 엉클어지기 시작하면 진짜 까다로운 수강생인 셈이다.


 몇 년 전, 미용 관련 사업을 준비하던 시절에 있었던 일이다.

 새로 나온 염색약을 테스트하느라 하루가 다르게 머리 색깔을 바꾸곤 했었다. 그 날은 머리를 파란색으로 물들인 상태였고, 개강 첫날이었다. 강의 주제는 ‘인터넷 쇼핑몰 창업’이었다.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자리에 앉은 수강생들의 눈길이 내 머리에 꽂히는 걸 아주 격하게 느낄 수 있었다.

 강단에 선 순간 앞에 앉은 수강생 한 분이 더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누구세요?”

 그 질문 하나가 수강생들에 대한 많은 정보를 내게 알려주었다.

 질문을 한 사람에게 동조하는 눈빛을 보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분명 그 사람과 친하거나 최소한 인사를 주고받는 사람들이라는 점,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지만 눈길도 주지 않고 모니터만 바라보는 또 다른 여성은 그들과 모르는 사이이고, 딱히 호기심을 갖지 않는 실리를 추구하는 사람일 것이라는 것 등등...


 “누구긴요? 여러분과 수업을 함께 할 담당 강사입니다.”

 “그런데 머리 색깔은 왜...?”

 이렇게 시작된 수업은 꽤 부드럽고 즐겁게 진행되었다.


 나는 강사에게는 패션도 무척이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무조건 정장을 입어야 한다거나 파격적인 옷차림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강사의 옷차림, 머리 모양이 수강생들에게 관심을 끌 수 있는 요소가 되고 강의를 방해하지 않는다면, 더 나아가 강의에 도움이 된다면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가끔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강의를 한다. 또는 무척 강렬한 붉은 바지를 입을 때도 있고, 앞서 말했던 것처럼 머리 색깔을 바꾸기도 한다. 독특한 팔찌를 하거나 목걸이와 같은 장신구를 선택할 때도 있다.

 이런 선택이 허용되는 이유는 딱 하나다. “강의를 위하여”


 지금까지 했던 강의 중, 가장 수강생이 많았던 경우는 2000년대 중반쯤, 경기도 일산의 한 강당에서 “온라인 쇼핑몰 창업 아이템 선정”에 관한 주제로 강의할 때였다.

 수강생이 몇 명이나 되는지 물어보니 담당자가 이렇게 말한다. “글쎄요? 천 명 신청을 받았는데 전부 오지는 못하실 거고 적어도 칠팔백 명은 되지 않을까요?”


 인원수가 너무 많으면 어쩔 수 없이 일방적인 전달로 끝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당연히 강사가 눈에 띄어야 한다.

 그 넓은 공간에서 내 모습이 자세히 보이지 않을 테니 소소한 변화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 날 내가 선택한 건 색깔이었다.

 밝은 파란색 바지에 핑크색 셔츠를 입었다. 그 둘이 잘 어울리는 색깔인지는 모르겠지만 멀리서도 눈에 띌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멀리 떨어진 자리에서 강의를 들으면 강사가 어디 있는지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고 그래서 눈에 잘 띄는 색을 선택한 셈이다.


 물론 좋은 강의는 강사의 옷차림에 좌우되지는 않는다. 객관적으로 썩 좋아 보이지 않는 요소가 있다고 해도 강의가 좋았다면 다 용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쁜 강의는 모든 것이 다 이유가 된다. 강사의 말투, 손짓, 강의자료, 마이크와 스피커의 음질... 심지어 강사가 어떤 옷을 입었는지 역시 나쁜 강의의 이유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강의는 늘 예상치 못한 사고의 연속이다.

 어제까지 멀쩡했던 프로젝터가 갑자기 말썽을 일으켜서 작동이 되지 않거나, 열심히 준비한 강의 자료가 에러가 날 수도 있다. 아주 넉넉하게 시간을 두고 출발했는데 예기치 못한 사고로 지각할 수도 있다.

 이런 모든 상황에서도 최선의 강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강사는 극한직업이다.


 그러므로 충분히 예측하고 준비하자.

 그럼에도 여전히 오늘 강의는 최악이 될 것이 뻔하지만...


 오늘의 패션코드는?

 설마 핫팬츠에 나비넥타이는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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