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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Zam Nov 11. 2017

당신이 강사로 성공하지 못하는 열일곱 번째 이유

2.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들

17) 말 많은 강사


 강사라는 직업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받는 오해는?

 “말로 먹고사는 직업”

 심지어 강사 스스로도 말로 먹고산다고 인정하는 경우도 많이 본다.


 강사는 어떤 직업일까?

 강의의 많은 부분이 말로 이루어진다는 건 인정한다.

 말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의사소통을 위해 가장 많이, 보편적으로, 당연하게 사용하는 수단이다. 따라서 강사 말고도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직업은 셀 수도 없이 많다. 아니, 말이 필요하지 않은 직업을 찾는 게 오히려 쉬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강사가 말로 먹고사는 직업이라고 인식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얼까?

 강의 현장에서 주로 말을 하는 사람은 강사이고, 수강생들은 강사의 말을 듣는다. 즉, 강의는 강사의 말로 채워진다. 일방적으로 말을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결정되는 것이다.

 때론 질문조차 허용하지 않고 강의만 하는 강사도 볼 수 있다. 또한 질문이나 다른 의견을 물어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드러내는 수강생도 많지 않다.

 아마도 강사의 말을 막으면 다른 수강생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 아닐까?


 강사는 강의 내용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으며 수강생은 그 내용을 받아들이기 위해 모였다는 일종의 암묵적 동의 상태에서 진행되다 보니 그런 것 아닐까 싶다.


 한 때, 꽤 바쁜 일정을 소화하며 강의를 하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그 당시에는 간혹 내가 무슨 MP3플레이어가 아닐까 싶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내용을 기계적으로 반복해서 이야기해야 한다. 이게 조금 더 발전하면 우스갯소리나 농담마저 미리 정해지기도 한다.

 몇 번 강의를 하면서 반응이 좋은 농담을 기억해두었다가 다시 써먹는다. 여전히 반응이 나쁘지 않으면 그건 아예 강의 원고에 포함이 되어 버린다.

 그럴 경우 가장 껄끄러운 상대는 누굴까?

 같은 강의를 이전에 들었던 사람이 또 나타나는 경우다.

 다들 처음 듣는 소리라고 웃는데 그 사람만 반응이 없다. 가끔은 지루해하기도 하고, 똑같은 걸 또 써먹느냐는 못마땅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


 대학에서 강의를 할 때, 같은 과목을 여러 반에서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 간혹 학생들이 이렇게 묻곤 한다. “이번 강의 다시 한번 듣고 싶은데 다른 반 수업할 때 청강해도 됩니까?”

 인심 좋게 그러라고 말하지만 속마음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아... 저 친구는 내가 무슨 농담하는지 다 아는데...”

 원래 강의라는 게 중요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아도 중간에 불쑥 던지는 농담은 잘 기억하는 법이니까...


 나는 원래 말이 무척 빨랐다.

 어릴 적부터 친구들은 내가 너무 말이 빨라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입에 모터를 달았느냐는 핀잔도 종종 들었다.


 강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뒤, 말이 빠르다는 게 무척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

 열심히 강의를 하고 난 뒤 수강생들을 둘러보며 묻는다.

 “이해하셨나요? 궁금한 점 있으신 분?”

 이러면 이곳저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온다.

 “선생님, 말이 너무 빨라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요.”

  이러면 그 날 강의는 망친 셈이다. 처음부터 다시 할 수도 없고, 그냥 넘어갈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리니 말이다.

 그럴 때 할 수 있는 말은 뻔하다.

 “아! 죄송합니다. 그럼 이제 조금 천천히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빨랐던 말을 느리게 한다는 건 말을 하지 않는 것보다 더 힘들었다.

 말이 너무 빨라서 수강생이 알아듣지 못하는 강사? 난 이 말 빠름을 고치느냐 강사를 그만두느냐로 심각한 고민을 했었다.


 시간이 많이 지나고 이제는 말의 속도도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조절할 정도는 되었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부터 말이 빨라서 힘들다는 불평을 듣지 않게 되었다.


 강의를 하다 보면 수강생들이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는 경우가 생긴다. 실습이 필요한 강의의 경우에는 충분히 실습할 시간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이럴 때 강사는 할 일이 없다. 말을 할 필요가 없거나 어쩌면 말을 하면 안 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강사 입장에서 가장 곤혹스러운 시간이 바로 이 때다.

 강사에게 한 시간이든 두 시간이든 쉬지 않고 말을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강의 시간에 침묵을 지키는 것이야 말로 정말 어려운 일이다.


 적절하게 침묵을 지키지 못하면 수강생들은 이런 평가를 내린다. “강의 진도가 너무 빨라서 따라가기 힘들어요.” 또는 이런 최악의 말을 듣기도 한다.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수강생의 이런 불만을 알아듣기 쉽게 해석하면 이렇게 된다.

 “제발 좀 입 좀 다물어 주세요. 쉴 새 없이 떠들기만 하면 어떻게 하냐고요? 조금만 더 말하지 말고 기다려 달라고요.”


 말을 해야 하는 강사가 침묵을 지켜야 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말을 하지 않으면 된다.

 언제 까지든, 수강생들이 충분하다고 느낄 때까지 지그시 그들을 바라보며 기다려주면 된다.

 그럼 언제까지 그렇게 기다려야 할까?

 말을 다시 해야 하는 시점은 쉽게 알 수 있다. 수강생들이 하나 둘 강사를 쳐다보기 시작하면 말을 할 준비를 해야 한다.

 막연하게 말할 준비를 하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분위기를 보면서 어떤 말로 강의를 다시 이어갈지 정리를 하는 거다.

 그리고 강사를 쳐다보는 사람들의 비율이 절반을 훌쩍 넘긴 시점이 되면 다시 이어가면 된다. “자! 그럼 다시 시작해볼까요?” 또는 “충분히 연습하셨죠? 다시 시작합니다.”

 가끔은 느낀다. 이렇게 다시 말을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조금은 진부하지만 유명한 금언 하나로 마무리 하자.

 “침묵은 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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