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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Zam Nov 11. 2017

당신이 강사로 성공하지 못하는 열여덟 번째 이유

2.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들

 18) 어쨌든 실패.     


 지금까지 실패한 강의를 만드는 이유를 줄줄이 나열했다. 어쩌면 피해가기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을 거듭하여 이 모든 실패의 이유를 피해간다면? 그러면 과연 성공적인 강의를 할 수 있을까?

 28년 강의 경력으로 분명하게,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강의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성공과 실패를 나누는 기준은 무얼까?

 다른 분야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강의 분야에서의 기준은 “만족도”가 아닐까?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온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아서 한 가지 주제로 강의를 한다. 그런 상황에서 모든 수강생을 만족시키는 비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진 강사가 멋진 강의를 한다고 해도 100% 모든 수강생을 다 만족시킬 수 없다.

 그건 애초에 불가능한 목표이기 때문이다.

 강의가 마음에 들지 않는 수강생에게는 그 강의 만족도가 낮을 것이고, 적어도 그에게만큼은 실패한 강의다.     

 나는 최근 들어 노인복지관에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사용법을 알려드리는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강의 시작 전부터 강의가 끝나고 난 뒤,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이런 거다.

 “나이가 많아서... 잘 모르겠어.”

 “들을 때는 뭔가 알 것도 같은데, 문만 열고 나가면 다 까먹어.”

 그래도 여기까지는 낫다. 가장 황당하고 힘 빠지는 이야기는 따로 있다.

 “이걸 언제 배웠어?”

 지난번 강의 때 재미있다고, 잘 써먹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시면서 집에 가서 열심히 연습하겠다고 하신 분이 복습을 하자고 하면 이런 말씀을 하신다.

 두 시간 동안 열심히 강의를 해서 열심히 따라 하시는 걸 보고 뿌듯한 마음으로 강의를 끝냈는데 다음 강의 때 “절대 배우지 않았다”라고 도리질을 하신다.     


 모든 강의는 정해진 기간이 있고, 학습 목표가 있으며, 조금씩 변화해야 한다.

 그런데 전 시간에 배운 걸 모조리 까먹고 다시 알려달라고 하는 상황이 되면 정해진 기간 내에 정해진 학습 목표에 도달하는 건 불가능해진다.     


 벌써 2년째 이런 강의를 반복하고 있다. 그럼 이 강의는 실패한 강의일까?     


 수많은 강사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딘가에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강의를 하고 있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멋진 자료를 보여주며 화려하게 강의를 하는 강사도 있을 것이고, 일대일로 마주 보고 앉아서 진행하는 강사도 있을 것이다.

 또는 카메라 앞에서 가상의 수강생들을 상상하며 방송용 강의 동영상 촬영을 하는 강사도 있을 것이다.     


 모든 강사는 강의를 마칠 때 느끼는 성취감으로 피곤함을 달랜다. 사실 강의를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정해진 시간 동안 열심히 떠들어야 하니 목도 아플 것이고, 보통 서서 강의를 하는 경우가 많으니 다리나 허리가 아픈 건 덤이다. 그 와중에 필요한 내용을 적절하게 전달하고 수강생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이는지 살피고, 필요에 따라 난이도를 조절해야 하며, 지루해서 하품이라도 하는 사람이 보이면 무척 신경이 쓰인다.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게 되면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저 사람을 깨울까?”하는 고민도 하게 된다.

 강의 분위기가 좋고 강의가 끝난 뒤 수강생들이 진심으로 건네는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강의 정말 좋았어요.” 같은 인사가 보상이 된다. 물론 두둑한 강사료를 얹어 받는다면 금상첨화일 테고...     


 이 정도면 성공한 강의일까?     


 강의에 대한 평가, 강사에 대한 평가는 수강생 개개인이 내린다. 아무리 뛰어난 강사라고 해도 그 많은 수의 사람들 모두를 만족시키는 강의를 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강의를 오래 하다 보면 관상쟁이가 된다.

 앉아 있는 수강생 얼굴을 보면 ‘이 사람이 내 강의를 잘 따라오겠구나’, 이 사람은 까다롭겠는 걸?‘ 또는 ’이 양반은 애초에 내 강의에 관심이 없구나.‘하는 정도의 판단은 할 수 있다. 물론 이 판단이 100% 맞는 건 아니지만 대체로 그런 판단에서 많이 벗어나지도 않는다.     


 애초에 관심이 없는 수강생을 만족시키는 게 쉬울까? 또는 유난히 까다롭게 구는 몇몇 수강생을 만족시키기 위해 다른 수강생들에게 피해를 주게 되는 경우는 어떤가?     


 시시콜콜 시비를 거는 수강생을 만난 적이 있다. 수업과 관계없는 질문을 해대고, 진도 빨리 나가지 않는다고 불평을 하고, 계속 소란스럽게 행동을 해서 다른 수강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그런 수강생이 있었다.

 더구나 그 강의는 12주간 매주 한 번씩 진행하는 수업이었는데, 절대 결석도 하지 않고 지각도 하지 않는다. 무척 일찍 와서 가장 앞자리에 앉는다. 무척이나 성실하기까지 한 까다로운 수강생 때문에 무척이나 곤혹스러웠다. 강의 중에 불쑥불쑥 끼어들기까지 하니 여간 난감한 게 아니었다.

 매번 수업이 끝나면 다른 수강생들은 그 사람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내가 선택한 최후의 방법은 ‘화내기’였다.

 강사 생활 28년이면 꽤 비위가 좋아서 어지간해서는 수강생에게 화를 내지 않는다. 얼마든지 받아주며 수업을 진행할 수 있고, 만일 그 까다로운 수강생과 개인교습을 진행한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강의를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사람 때문에 다른 수강생들이 피해를 입는 것은 어떻게든 해결해야 했고, 조용히 불러서 주의를 주어도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나름대로 선택한 최후의 방법이었다.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고 강의를 따라오기 싫으시다면 지금 당장 나가주세요.”라고 말했다. 이쯤 되면 그 수강생과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고 그 날 수업은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는데, 놀랍게도 그 수강생은 퇴장하지 않았다. 끝까지 자리를 지켰고, 그 뒤로 남은 몇 번의 수업도 절대 빠지지 않았다.

 마지막 날, 수업 만족도 조사에서 최악의 평가를 내리고, 심지어 담당 직원에게 항의까지 하는 사태가 되었지만, 어쨌든 내가 화를 낸 뒤로 그 수강생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     


 이렇게 강의 현장에서는 전혀 상상하지 못하는 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그리고 강사가 도저히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도 등장한다.     


 이런 실패의 연속인 강의를 그나마 성공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강사라면 자신만의 방법들을 제시하겠지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바라지 마라!”     


 28년 동안 강의를 할 수 있는 비결이 뭔가요?라고 묻는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버텨라!”     


 그럼 이렇게 결론 내릴 수 있겠다.

 “성공적인 강의를 바라지 말고, 끝까지 버텨라!”

 그게 28년간 강의를 꾸준히 할 수 있었던 내 비결이다.

 조금 슬프기는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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