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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Zam Dec 17. 2017

1) 보람을 느낄 수 있는가?

3. 그래도 강사가 좋은 이유는?

 “강사, 할 만해요?”

 앞서 언급했지만, 간혹 이런 질문을 받는다. 누군가는 진지하게 이직을 고려하며 묻고, 또 다른 누군가는 강사 해서 먹고살 수는 있느냐는 호기심의 질문이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 어떻게 대답할까?

 이직을 고려하는 사람에게 라면 조금은 진지하게 직업적 특성부터 세세하게 이야기한다. 물론 시간 여유가 있을 때에만 말이다.

 단순 호기심으로 질문하는 사람에게는 간단하게 대답한다. “먹고는 살겠죠. 뭐...”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내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가장 쉽고 빠르게 알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다른 사람에게 이 직업에 대해 설명하는 순간이다.

 평소 막연하게나마 갖고 있는 생각을 빠르게 풀어내기 때문일 것이다.


 몇 년 전, 강의 중에 이런 질문을 받은 적 있다.

 당시 여성인력개발센터 한 군데에서 직업체험 전문가 12주 과정의 강좌를 진행할 때였는데, 종강할 때쯤 수강생 한 분이 진지하게 질문을 하셨다.

 “선생님, 강의를 몇 년 하셨어요?”

 “음, 대략 이십몇 년쯤 한 것 같네요.”

 “오래 하셨구나. 강사라는 직업은 어떤가요? 저도 해보고 싶기는 한데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괜찮은 직업인지 어떤지 궁금해서요.”

 그분이 질문을 하고 난 뒤 강의실 전체 분위기는 갑작스레 무척 진지하게 바뀌었다. 대부분 비슷한 궁금증을 갖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들이 해당 강좌를 수료하고 난 뒤 해야 할 일이 강사와 비슷한 업무라 그런 궁금증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정확하게 어떤 말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위에 적었던 내용과 비슷하게 말을 했던 걸로 기억한다.

 “직업으로써의 강사를 물어보시는 거라면 나쁘지 않습니다. 다른 직종과 비교해봤을 때, 비교적 시간 활용이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죠. 다만 강의 준비, 진행에 필요한 모든 걸 스스로 준비해야 하고, 문제가 발생했다면 그에 대한 책임도 스스로 져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 될 수는 있겠네요. 또한 강의에 대한 수강생의 만족도는 대부분 강사에 대한 불만 정도를 말해주니까 그런 게 어렵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될 수도 있겠죠.

 반면에 강의가 끝나고 난 뒤 수강생들이 조금씩이라도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로 인한 만족감, 성취감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죠.

 책임이 막중한 직업입니다. 강사가 강의 시간에 한 이야기에 대해 수강생들은 무척 큰 신뢰를 보내게 됩니다. 따라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


 “제 개인적인 만족도를 물어보시는 거라면... 저는 만족합니다. 제가 강의를 20년이 훨씬 넘게 해왔습니다.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이렇게 오래 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사실 저는 스스로 생각해도 신기하다 싶을 정도로 강의를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설령 회사 생활을 하며 실무를 담당하는 상황에서도 새벽이나 저녁 시간을 이용해서 강의를 했었거든요. 다른 일을 하면서는 일을 못한다고 혼이 나기도 하고, 실제로 회사에 금전적 피해나 거래처 신뢰를 잃는 결정적인 실수를 하기도 해서 난감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당연히 회사에서 심각한 경고를 받기도 했고요. 그나마 강제 퇴직을 당해본 경험이 없다는 게 다행일지도 모를 정도로요.

 반면에 강의를 하면서는 그런 경험이 한 번도 없습니다. 제 잘못으로 중간에 폐강된 적도 없고, 강의 끝나고 난 뒤 만족도가 낮아서 문제가 되거나 다음 기수 모집에 악영향을 미친 적도 없는 것 같아요.

 따라서 강사라는 직업에 대한 제 만족도는 높습니다. 다만 강의를 의뢰하는 업체, 또는 교육기관에 따라 강사료가 천차만별이고 강의 경력을 제대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점에 대해서는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

 이 정도로 이야기를 했었고, 이 내용이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강사라는 직업에 대한 내 생각이다.


 직업을 선택할 때 가장 우선해야 하는 기준은 무얼까?

 꽤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직업 선택에서 가장 우선시하는 기준은 “안정성”이 아닐까 싶다. 9급 공무원 선발을 위한 시험에 엄청난 사람들이 몰려든다고 한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이토록 인기를 얻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말이다.

 특별하게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공무원은 정년이 보장되고 연금도 받을 수 있으니 죽을 때까지 최소한의 경제적 안전망을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이기는 하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이토록 공무원이 인기를 끄는 건 결국 우리나라의 경제적인 안전망이 무너지고 있다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 외에도 수익, 전문성, 발전 가능성 등등 많은 요소를 꼽을 수 있겠다. 물론 지금 취업 시장을 보면 그런 모든 것에 앞서는 게 “닥치고 취업” 즉, 뭐가 되었든 상관없으니 먹고살 수 있게만 해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로 취업난이 극심한 사정인 건 마음 아픈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업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을 꼽으라면 난 주저하지 않고 이걸 꼽을 것 같다. “보람을 느낄 수 있는가?”

 직업 선택에서만이 아니라 어떤 경우에도 내가 무언가를 했을 때 그로 인해 보람을 느낄 수 있다면 그건 좋은 일이다.


 어학사전에서 보람이라는 단어를 찾으면 이런 설명을 볼 수 있다.

어떤 일을 한 뒤에 얻어지는 좋은 결과나 만족감. 또는 자랑스러움이나 자부심을 갖게 해 주는 일의 가치.

 어떤 일을 하고 난 뒤 결과적으로 자부심을 갖게 된다면 그 일은 할 만한 일이다.


 강사라는 직업은 사람들에게 정보, 지식, 기술 등을 전달하여 그로 인해 변화를 이끌어내는 일을 한다. 사람들이 눈에 띄는 긍정적인 변화를 보인다면 그만큼 보람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나는 강사라는 직업, 남들을 가르치는 이 일이 좋다.


 내가 최근 몇 년 사이에 강의 대상으로 만났던 분들 중에서 지금까지도 가장 인상에 남는, 내게 많은 영향을 준 분들이 있다.

 첫 번째는 경력단절 여성이라는 희한한 명칭으로 분류하는 가정주부들이다. 이 분들은 결혼, 육아와 함께 최소한 몇 년 이상 직업사회에서 멀어진 분들이다. 육아에서 한숨 돌릴 정도의 짬은 마련할 수 있고 앞으로 무언가 일을 하고 싶은 열망을 가진 분들이며, 직업전선에 복귀하는 데에 한 편으로는 기대가, 다른 한 편으로는 걱정이 한가득인 분들이 많다.

 이 분들이 간절함은 때론 나로 하여금 지나칠 정도로 많은 걸 쏟아붓게 하고, 가끔은 안타까움에 콧등이 찡해지게 한다.

 사소한 것들에도 감동을 하고,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모습을 보여주시는 데 그들 앞에서 적당히 강의를 할 수는 없었다. 두 시간 강의가 끝나면 체력이 방전되는 느낌과 함께 조금은 쉬어야 할 정도가 된다. 그런 가운데에서 느껴지는 뿌듯한 보람은 꽤 기분 좋다.


 다음으로 인상적인 분들은 실버세대라고 부르는 노년층이다. 서울시 산하 각종 노인복지관을 돌며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사용 방법을 강의하고 있다.

 연세 지긋하신 분들 앞에서 어려운 용어를 최대한 쉽게 설명을 해드리고 나면 다음 수업 때 오셔서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신다. 심지어 배웠는지조차 까먹고 오시는 분들도 부지기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실력이 늘기도 하고 무엇보다 새로운 걸 배우는 데에 대한 욕구를 충족할 수 있다는 데에 더없이 만족하시는 모습은 또 다른 감동을 내게 안겨준다.


 30년 가까운 경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왜 그런 시시한 강의를 하느냐고 묻는 분도 있다.

 그럼 난 망설이지 않고 이렇게 대답한다.

 “뭘 몰라서 하시는 말씀입니다. 지금까지 강의하면서 느끼지 못한 진짜 큰 보람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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