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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Zam Sep 28. 2020

김이나 작가의 (나를 숨 쉬게 하는) 보통의 언어들

노랑잠수함의 북리뷰

보통의 언어들 - 나를 숨 쉬게 하는   

김이나 (지은이) 위즈덤하우스2020-05-27


 김이나 작가의 ’나를 숨 쉬게 하는 보통의 언어들‘을 읽었다.

 에세이 또는 산문집이라고 분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냥 편하게 술술 읽히는 책이구나... 생각했는데 다 읽고 난 뒤 뒤적뒤적 거리며 또 한 번을 더 읽었다.


 책은 작가의 생각과 버릇을 그대로 드러내고 어떤 심성을 가진 사람인지 낱낱이 알려주는 고약한 놈이라는 걸 새삼스레 실감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흔히 사용하는 단어와 문장을 이렇게 이해할 수도 있다는 데에 감탄을 하며 읽었다.


 이 책, 보통의 언어들을 읽는 시간은, 습관처럼, 원래 그런 것처럼,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던 표현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이 책의 문장 하나가 꽤 오래도록 애써 눌러둔 아픈 곳을 턱 건드리고는, 마치 내 어깨를 툭툭 치듯, 머리칼을 가볍게 헝클이듯 그렇게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가 어쩌면 이런 경험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나를 툭툭 치고 머리를 헝클어트린 문장은 이거다.

 “아픈 이별로 여전히 힘들어하고 있다면”이라는 제목 아래에서 발견한 문장이다.

 “수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아픈 이별로 힘들다면, 그건 상처가 아니라 차라리 별이다. 시간과 중력에서 자유로워 언제나 우리가 올려다본 곳에 떠 있는 별. 그러나 우리는, 대부분을 잊어갈 것이다. 그래서 슬프고, 그래서 살아간다.”


 사실 반백년을 넘게 살았으면 가슴 아픈 이별이 아니라고 해도 꽤나 흉터가 큼직하게 남을 정도의 슬픔 한둘쯤은 갖고 있게 마련이다.

 나 역시 그런 사람 중 하나일 뿐이고...


 아마 그런 아픔은 치유되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그냥 사는 것, 그러면서 대충 뭉개고 넘어가는 것, 그러다 보면 잊었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또 그냥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마치 오래된 창고 문을 열고 쌓인 먼지를 후 불어내거나, 책상서랍 저 안쪽에서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자리만 지키던 낡은 일기, 또는 오래된 사진첩을 꺼내 펼쳐들 듯이 그렇게 들여다 보면...

 사실 그 상처는 여전히 아프게 꿈틀대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적어도 내 상처는 그렇게 아물지 않고 있었다.


 그걸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그냥 대충 뭉개고 피식 웃으며 살아왔는데...

 김이나 작가가 쓴 저 문장이 그걸 그냥 툭... 건드린 느낌이다.


 이 책을 살 때, 두 권 세트로 구입할 수 있어서 함께 산 책이 있다. “김이나의 작사법”

 나야 작사가가 될 일은 없을 테지만 “이 여자가 가사를 쓰는 방법”을 알아보기로 했다.


https://youtu.be/iVCnPb0SBP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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