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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Zam Jan 10. 2021

A Gentleman in Moscow 모스크바의 신사

노랑잠수함의 표지에 반한 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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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울스 (지은이),서창렬 (옮긴이) 현대문학 2018-06-22

원제 : A Gentleman in Moscow (2016년)


책을 구입하는 기준은 몇 가지나 될까?

베스트셀러를 기준으로 할 수도 있고,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을 선택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나는 최근에 아는 사람이 출간한 책을 산 적이 두어 번 있고, 광고나 홍보를 보고 궁금해서 구입한 적도 있다.


이 책, 모스크바의 신사를 선택한 이유는 좀 엉뚱하다.

몇 달 전, 강남도서관에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활용 강의를 진행할 기회가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대면 강의는 불가한 상황이었고, 집에서 미리 찍고 편집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고 강의 시간에 맞춰 프리미어 오픈으로 진행했다.

그냥 집에서 진행해도 되는 강의였지만, 개강 첫날은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몰라 강남도서관에 갔다.


평소 동아리 회의실로 운영되는 방에서 노트북 두 대를 이용해서 강의 준비를 마치고 난 뒤 책꽂이에 자리 잡고 있는 책들을 구경하다가 흰색 표지가 눈에 띄었다. 심지어 책 제목도 인쇄되지 않은 책등을 보고 궁금해서 빼들고 나서야 “모스크바의 신사”라는 제목을 알 수 있었다.


책을 주문한 뒤 보니 겉표지는 떼어낼 수 있게 되어 있었고, 내가 도서관에서 본 책은 이 속 표지였다. 하드커버 형태인데 부드러운 재질로 되어 있는 책을 보고 “이렇게 잘 만든 책이 재미없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모스크바의 신사”라는 복고풍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제목 역시 인상적이었다.


그 날 집에 돌아와서 알라딘에 접속, 책을 검색하니 에이모 토울스라는 작가의 책이며, “우아한 여인”이라는 책과 함께 구입하면 좀 더 할인이 된다고 해서 두 권을 함께 주문했다.


결국 흰색의 잘 만든 표지 덕분에 “모스크바의 신사” 구입을 결정했고, 할인이라는 유혹에 “우아한 여인”을 함께 샀다는 말이다.


두 권 다 속표지는 동일한 디자인이고, 겉표지 역시 색상만 다를 뿐 디자인이 비슷하다. “모스크바의 신사”는 검정 바탕에 금박으로, “우아한 여인”은 핑크색 바탕에 금박으로 만들어져 있다.


지금까지 책 리뷰를 하면서 책 표지 디자인에 대해 이리도 길게 이야기를 한 경우가 있나 싶기는 하지만, 이 책은 표지만을 보고 구입했으므로 표지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해야겠다.


책 표지를 디자인한다는 것은 책의 성격을 보여주는 것이며 동시에 책을 선택할 수 있도록 눈길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 “모스크바의 신사”는 정말 잘 디자인된 표지를 갖고 있다.


그럼 내용은 어떨까?

책에 대한 평가를 잠깐 찾아봤더니 대체로 호평이 많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표지 디자인이 무색할 정도로 좋은 책”이라고 평을 하고 싶다.


우선 한 가지 불편한 점을 꼽자면...

등장인물의 이름들이 너무 어렵다. 이건 아마도 내가 러시아권 작품을 많이 읽지 않았고(물론 이 책의 작가는 미국인이지만 작품의 무대와 등장인물이 러시아인이므로 당연히 등장인물들은 러시아식 이름을 갖고 있다.


예전에 넬레 노이하우스의 작품을 읽을 때, 독일 이름 너무 어렵다고 투덜거리며 읽었는데, 모스크바의 신사를 읽으며 딱 그 느낌이 든다.


그러므로 일단 주인공의 이름을 소개하자면, 알렉산드르 일리치 로스토프 백작이다. 보통 로스토프라고 부른다.


책 시작과 동시에 주인공인 로스토프 백작은 모스크바의 메트로폴 호텔에 연금이 된다. 러시아가 공산혁명이 시작되면서 반혁명적인 인사들을 제재하기 시작하는데, 로스토프 백작은 머물고 있던 호텔의 넓고 쾌적한 스위트룸에서 아주 작은 방으로 강제로 옮겨지고 호텔 밖으로의 출입을 통제 당한다.


그 후 삼십여 년을 호텔의 손님에서 연금당한 구시대 인물로, 다시 호텔의 웨이터로 일하게 되는 그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며 보여주는 내용이다.


아무리 화려하고 멋진 공간이라 한들 호텔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그 오랜 세월을 어찌 살 수 있을까?

그 안에서 로스토프 백작은 신사로써의 품위를 잃지 않으며 세상과는 지극히 제한적인 소통을 할 수 밖에 없는 처지임에도 잘 버티며 살아간다.


사람은 역시 사람과 어울려 살아야 한다.

로스토프 백작은 가끔 예전의 삶을 회상하고, 답답한 현실에 분노하며, 친한 친구의 비극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그런 생활을 쌓아간다.


식당 옆자리에 앉는 바람에 인연이 된 작은 숙녀가 성장해서 러시아 혁명의 선두가 되었다가 수용소로 끌려갈 때 엉겁결에 떠안게 된 그녀의 딸이 어른이 되는 순간까지 아빠 노릇을 대신한다.


한 때 유명했던 여배우와의 짧은 로맨스가 이어져 새로운 계기가 되기도 한다.


호텔은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이다.

그 안에서의 연금은 답답할 수 있지만, 밖에서는 맺을 수 없는 많은 인연을 그에게 안겨준다.


70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책은 때로는 느슨하게 때로는 빠른 속도로 30년의 세월을 보여준다.


그냥 그렇게 평생을 호텔에 연금당한 채 살아가는 백작의 모습으로 끝맺음할 줄 알았던 이 책은 마지막 몇 십 페이지를 남겨두고 급반전한다.


비록 엉겁결에 떠맡아 양육하게 된, 친딸은 아니지만 늘 그녀의 아빠 노릇을 자임하던 로스토프 백작은 뛰어난 피아노 실력으로 프랑스 공연을 떠나는 딸을 위해 치밀하게 준비를 한다.


마지막은 파리에서의 연주를 무사히 마친 딸이 공연장을 떠나 아빠인 로스토프 백작의 계획대로 탈출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딸이 탈출에 성공했는지를 그는 어떻게 확인했을까? 아주 멋진 빵빠레에 버금가는 대담한 방법으로 딸의 탈출 성공을 확인한 백작 역시 미련 없이 탈출한다.


대략 줄거리는 이렇고...

난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부분에서 놀랐다.


공산화하기 전의 러시아는 무척 낭만적인 나라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책 한 권으로 결론을 내릴 수는 없겠지만, 어쩌면 프랑스보다 낭만적이고, 영국보다 신사적인 나라였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러시아에는 대문호라는 별칭을 받은 작가들이 많다.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백작이 있고,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라는 의사이자 작가가 있다.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는 또 어떤가?


이토록 많은 문인을 배출한 나라가 낭만적이고 신사적이지 않을 이유는 없다.

그리고 그런 러시아의 옛 모습에 조금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리뷰를 마무리한다.


https://youtu.be/ONk95uFJD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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