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자료 준비하기

강의 준비와 기획 그리고 실전

by NoZam

강의 준비하라고 하면 밑도 끝도 없이 파워포인트부터 펼쳐 드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제목 정하느라 끙끙대고, 목차 어떻게 정리할지 고민하고, 본격적으로 첫 페이지를 작성하기도 전에 지쳐서 한숨 쉬는 분들이 많습니다.

또한 이렇게 어렵게 만든 강의 자료를 보면 빽빽하게 글로 꽉 채운 경우가 많습니다.


파워포인트에서 글을 많이 쓴다면 강의를 듣는 사람들에게 "내 말을 듣지 말고 화면을 보고 읽어라!"라고 말하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강의 끝나고 난 뒤 "파워포인트 자료 주시면 안 돼요?"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강의자료 달라는 소릴 듣게 되면 강의 망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강사는 강의를 끝냈는데, 수강생들에게는 끝나지 않은 상황이 되어버린 거니까요.


오래전 이기는 합니다만, 평소에 제가 관심을 갖고 있던 작가의 신작 출간 기념 세미나에 참석한 적 있습니다. 책은 이미 사서 읽고 난 뒤였지만 집필 과정에 대한 궁금증, 작가의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세미나에 참석했습니다.


작가는 빔프로젝터를 이용해 컴퓨터 화면을 띄워놓고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 화면을 보는 순간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화면에는 파워포인트도 아닌 한글 워드 프로세서가 자릴 잡고 있었습니다.

심지어도 가로로 돌리지 않은 일반적인 문서 작성 상태 그대로였고, 화면에는 11포인트로 작성된 글자가 빽빽하게 나열되어 있었습니다. 심지어 작가는 이야기를 하면서 단 한 번도 화면을 쳐다보지 않고 페이지를 넘기지도 않습니다.

중간에 화면을 한 번 쓱 보더니 “어? 지금 이야기하는 게 어디지?”라고 중얼거리며 화면을 몇 번 넘기다가 “그냥 할게요.”라고 하더군요. 마치 배경처럼 아무 의미 없는 화면이 눈을 부시게 하고 강사에게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마이크 연결 상태도 좋지 못해 말소리도 명확하게 들리지 않았습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지 잘 들리지도 않는데 중간에 쉬는 시간도 없이, 약속된 두 시간을 훌쩍 넘겨 진행된 세미나는 말 그대로 고역이었습니다. 저는 삼십 분을 넘기지 못하고 꾸벅꾸벅 졸면서 앉아 있었습니다.


이 날, 약속된 시간을 훌쩍 넘긴 두 시간 반은 제가 기억하는 최악의 세미나였습니다. 그 뒤로 저는 그 작가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고 그의 책을 더 이상 구입하지 않는 지경이 되어 버렸습니다.


강의 자료는 이미지 위주로 만들어야 합니다.

화면 위에 제목에 해당하는 단어 또는 짧은 단문을 쓰고, 그에 해당하는 이미지를 넣으면 됩니다. 가능하면 한 페이지에 사진 한 장으로 끝내야 합니다.


강의 자료 만드는 게 어렵다면, 앞서 만든 큐시트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큐시트 한 페이지가 파워포인트 한 페이지가 된다고 가정하고 어떤 내용으로 꾸밀지 고민하면 됩니다.

단, 절대 글은 많이 넣지 마세요. 큐시트의 내용 그대로, 시각적인 자료만 더 추가하시면 됩니다. 사진, 도표, 간단한 그림 정도로 만들어도 충분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강의 자료는 강사에게는 큐시트 역할까지 해줍니다.


강의 자료는 수강생들에게는 지금 진행 중인 강의 내용이 어떤 건지 까먹지 않게 해 주고 날짜, 숫자, 지명, 인명을 눈으로 확인하는 용도입니다.

귀로 듣는 내용을 그대로 눈으로 읽게 만든다면 그건 강의 자료가 아니라 강의 원고입니다.


파워포인트 자료를 만들 때 어떤 배경색을 사용할지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결정하셔야 합니다.

간혹 파워포인트 자료를 출력해서 배포하는 교육기관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배포용 자료와 빔 프로젝터 출력용 자료를 따로 준비하시는 게 좋습니다.


보통 출력은 종이에 하게 되므로 흰색 배경을 사용하는 게 낫습니다. 배경색이 들어가게 되면 출력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지만, 종이에 잉크가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종이가 깔끔하게 펼쳐지지 않고 우그러들 수 있습니다.

반면 화면 출력용 자료의 경우에는 어두운 배경색을 사용하는 편이 좋습니다. 밝은 배경을 사용할 경우 화면이 밝아지기 때문에 수강생들 입장에서는 눈의 피로가 증가합니다. 또한 밝은 색은 확산 효과가 있고 어두운 색은 상대적으로 축소되어 보이기 때문에 글씨가 잘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밝은 배경에 어두운 색의 글씨를 쓸 경우 수강생은 눈부심과 내용 파악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어두운 배경에 밝은 색의 글씨를 쓸 경우 눈부심도 덜하고 글이 명확하게 보여서 편하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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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은 제가 지금 설명하고 있는 “강의 준비, 기획 그리고 실전”을 주제로 유튜브용 영상 콘텐츠를 만들면서 사용한 파워포인트 자료입니다.

오른쪽 하단의 단색 부분은 카메라로 촬영한 제 모습이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작은 스마트폰 액정, 또는 컴퓨터 화면으로 보는 상황을 감안해서 글이 들어가는 영역을 따로 구분했고, 이미지는 상대적으로 조금 작게 배치했습니다.


만들면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만, 지금 보기에도 텍스트는 너무 많고 이미지는 크기가 작아서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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