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준비와 기획 그리고 실전
강의는 처음 인사할 때 80%가 결정됩니다.
저는 강의 대상을 미리 파악하고 준비합니다.
기업 강의를 하러 갈 때는 일부러 정장을 피합니다. 맨날 보는 정장보다는 세미 정장이나 간편한 복장이 관심을 끌죠.
공무원 대상 강의일 경우에는 상당히 컬러풀한 옷을 입습니다. 언젠가는 표범무늬 셔츠에 오렌지색 바지를 입고, 굽 높은 부츠를 신고 강의를 한 적도 있습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강의 경험이 있습니다.
2000년대 중반쯤, 옥션과 지마켓에 입점해서 판매하는 방식의 창업이 관심을 받기 시작한 시기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경기도 한 지역의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주최한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전자상거래의 현황과 전망"이라는 주제의 강의를 의뢰받고 준비했습니다.
당시 사람들의 관심을 반영하듯이 대형 강당에서 진행된 행사는 대략 800명 정도 앉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수강생들은 대부분 해당 지역의 전업주부, 퇴직자 등 온라인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이었습니다.
저 혼자 단독으로 진행하는 강의는 아니었고, 아침 열 시부터 오후 네 시까지 진행하는데, 1~2시간 단위로 쪼개서 창업 성공담, 법률 조언, 국가지원 정책을 소개하는 등의 내용으로 알차게 기획된 온라인 창업 일일 특강이었습니다. 저는 그중에서 창업 성공담 바로 다음 시간에 진행하게 될 전자상거래 창업 부분을 담당하게 됐습니다.
저는 무조건 강의 시작 한 시간 전에는 현장에 도착합니다.
그날도 일찌감치 도착해서 주차장에 차를 대고 자료를 훑어보려고 하는데 담당자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강사님, 지금 어디세요?”
“조금 전에 도착해서 지금 주차장에 있는데요?”
“정말요? 아! 다행이다. 빨리 강의장으로 와주세요.”
제 앞 순서가 성공사례 발표였다고 합니다. 1시간 강의를 해야 하는데 강의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 땀 뻘뻘 흘리며 30분 겨우 채우고 도망갔답니다.
빨리 와서 강의해달랍니다.
이렇게 되면 다음 순서 강사는 망했다고 봐야 합니다. 두 시간 강의였는데 졸지에 30분이 늘어난 것도 문제고 말이죠.
수강생들이 느꼈을 실망감과 당혹감을 그대로 안고 강의를 해야 하니 부담감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부정적인 심리 상태를 보상하기 위해서 훨씬 더 만족도 높은 강의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주차장에서 강의장까지 걸어가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했습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처음 인사할 때 눈길을 끌어야겠다.”였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인사를 너무 길고 장황하게 할 수는 없고 간단하지만 인상을 남길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야 주목도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날은 우연찮게도 명함을 많이 갖고 갔었습니다.
보통은 몇 십장 들고 가는 게 보통인데 그 날은 인쇄소에서 찾아서 바로 갖고 갔습니다. 차 안에서 적당히 몇 십장 빼서 명함 케이스에 넣어 들고 갈 생각이었습니다만, 그냥 박스째 들고 강의하러 갔습니다.
이렇게 인사를 했습니다.
"보통 창업 관련 강의를 할 경우, 궁금한 게 많아서 강사에게 직접 연락하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그래서 필요하신 분들께 드리려고 명함을 넉넉하게 가져왔습니다."
이 말과 함께 가방에서 명함을 박스째 꺼냈습니다.
"자! 새로 인쇄해서 1,000장을 갖고 왔습니다. 이걸 출입문에 둘 테니 제 명함이 필요하신 분들께서는 편하게 가져가셔도 됩니다.
잘 찢어지지 않는 재질이라 써먹을 데도 좀 있을 겁니다.
이 명함의 주인이고, 오늘 온라인 쇼핑몰 강의를 담당하게 된 강사, 노랑잠수함입니다."
바로 앞 순서의 강의는 재미없고 지루했으며 심지어 강사는 중간에 덜컥 가버렸으니 수강생들은 황당하기도 하고 짜증도 났을 것 같았습니다.
이럴 때 마치 시장 생선 파는 아저씨처럼 “자~ 왔어요, 왔어. 골라요, 골라!”하듯이 어수선하지만 친숙한 느낌으로 시작한 셈이었고, 그 날 강의는 꽤 잘 마무리했습니다.
강의 끝난 뒤, 담당 직원의 감사인사와 함께 얻어 마신 커피 한 잔이 무척 맛있었습니다.
제가 강의를 하면서 첫 번째 쉬는 시간이 되면 꼭 하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강사가 좋은 강사일까요?
강의자료 준비도 잘해야 하고, 말도 잘해야 하고... 이런 건 기본일 거고요.
수강생들에게 가장 좋은 강사는...
10분 늦게 시작해서 10분 일찍 끝내는 강사라고 생각합니다. 거기다 중간에 쉬는
시간 칼같이 지키는 강사라면 완벽하죠.
그래서 지금부터 십 분간 쉬겠습니다.
다음 쉬는 시간은 **시 **분부터 십 분간입니다.
만일 50분이 됐는데도 제가 쉬는 시간을 갖지 않으면 손을 들어서 알려주세요.
아무리 중요한 강의라고 해도 쉬는 시간만큼 중요하지는 않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절대로 정해진 강의시간을 넘기면 안 됩니다. 강의 시간은 수강생과 강사 사이에 가장 먼저 지켜야 할 약속입니다. 수강생 중에는 강의가 끝난 뒤에 중요한 일정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강사가 강의 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면 수강생의 일정을 망가트리는 셈입니다.
강의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요?
만일 오후 한 시에 시작해서 세시에 끝나는 강의라고 하면, 한시 오 분쯤 강단에 서서 가볍게 인사를 하면서 오 분을 씁니다. 그래서 한시 십 분에 본 강의를 시작하는 거죠. 그리고 한시 오십 분이 되면 무조건 쉽니다.
정각이 되면 다시 시작하는데 이때 앞에서 한 강의를 간단하게 요약을 하면서 5~10분을 사용합니다.
그런 뒤 강의를 진행하고 두시 사십오 분쯤 강의를 끝내고 질문을 받습니다. 그래서 정확하게 두시 오십 분에 강의를 끝냅니다.
간혹 수강생들이 요구를 하거나 분위기상 조금 길어진다고 해도 정각이면 무조건 끝냅니다.
만일 강의를 연장해야 할 상황이 되면, 예정된 시간에 일단 끝을 내고 이렇게 말합니다.
"일단 강의를 여기서 끝내겠습니다. 다만 부록으로 들려드릴 이야기가 있습니다.
먼저 가실 분은 가셔도 되고요. 5분만 쉬고 조금 더 이어서 하겠습니다. 정확하게
세시 삼십 분까지는 끝내겠습니다."
피치 못하게 연장해서 강의를 하지만 몇 시까지는 끝내겠다는 걸 미리 고지하고, 수강생에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5분의 쉬는 시간은 연장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이 자리를 빠져나가는 데 부담을 갖지 않도록 하는 장치입니다.
습관적으로 강의를 늦게 끝내는 강사도 있습니다만, 그건 절대 피해야 합니다. 강의 시간을 지키지 않는 건 가장 기본적인 약속을 깨는 행위니 까요.
강의 준비와 진행에 대해 제 경험을 토대로 나름대로는 쉽게 풀어쓴다는 마음으로 정리해보았습니다.
지금은 저도 위에 적은 방법처럼 준비하지는 않습니다.
커리큘럼 만들고, 파워포인트로 적절한 강의자료 만들고, 중요한 숫자나 명칭이 있다면 메모하는 정도로 마무리합니다.
어느 정도 강의 경험이 쌓이고, 익숙한 강의라면 강의 시간이 어느 정도 되는지에 따라 대략적으로 강의자료 만들면 현장에서 큰 실수 없이 마무리됩니다.
전혀 새로운 분야의 강의를 준비하시는 경우에는 위의 내용을 토대로 필요한 부분을 발췌해서 응용하시면 됩니다.
이 짧은 글이 여러분의 강의 운영에 도움이 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