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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Zam Apr 06. 2021

리처드 도킨스의 "신, 만들어진 위험"

노랑잠수함의 무신론적 북리뷰

신과 싸우는 남자, 리처드 도킨스의 "신, 만들어진 위험"

 - 노랑잠수함의 무신론적 북리뷰


신, 만들어진 위험 - 신의 존재를 의심하는 당신에게   

리처드 도킨스 (지은이),김명주 (옮긴이)김영사2021-02-01원제 : Outgrowing God: A Beginner's Guide



 리처드 도킨스의 “종교, 신을 부정하는” 또 하나의 책이 나왔다.

 전작은 “만들어진 신”이라는 제목의 책이었고, 대략 10여 년 전쯤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이 책이 종교계에 무척 큰 타격을 주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처럼 꼼꼼하고 체계적으로 신을 부정하는 책이 나왔다는 사실, 그리고 그 책이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는 사실 때문이었을 것이다. 당시 이 책을 반박하는 종교계의 책들도 출간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내가 이 책, “만들어진 신”을 읽은 건 2013년이었다. 블로그를 뒤져보니 당시 쓴 리뷰가 있는데 나름 꽤 고심하며 리뷰를 썼던 기억이 난다.     


 “만들어진 신”이라는 책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증명하고, 사회적으로 “신을 믿는 사람들”에 의한 피해사례를 소개하며 신이 없다고 해도, 아니 신이 없다는 걸 인정하면 오히려 더 인간적이고 선한 목적의 인류 발전이 가능하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사실 내용 자체만 보면 “신, 만들어진 위험”이라는 책 역시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작에 비해 신이 없다는 걸 증명하는 쪽에 조금 더 힘을 쓴 모양새다.     


 나 역시 무신론자이므로 신은 없다고 믿는 쪽이다.

 따라서 이 책의 내용이 너무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이걸 구구절절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게 얼마나 무의미한가 생각하지만, 세상에는 여전히 신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과 그들의 믿음을 이용하는 세력이 너무도 뚜렷하기 때문에 이토록 친절한 설명이 필요한 것이겠지.     


 지난 해, 코로나19로 전세계가 심각한 위기로 빠져들던 원년...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게 된 원인 중 상당수가 종교집단의 문제가 있었다. 기이하게 정치와 얽히면서 꼬인 모습을 보인 종교지도자의 모습이 있었고, 이단이라는 이름을 가진 종교집단의 말 그대로의 집단적 광기가 있었으며, 종교모임이라는 이름의 지역 확산이 수시로 벌어졌었다.


 물론 코로나19의 확산이 모조리 종교와 관련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종교 문제가 아니었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나았으리라고 보는 게 지극히 합리적 추론이 될 것이다.     


 이 책은 크게 두 단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간 사회에서 신이라는 존재가 필요한 이유가 무엇이고, 세계의 종교들은 어떻게 서로 연관이 되어 있으며, 도대체 신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가를 설명하는 “신이여, 안녕히”가 있고,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신이 존재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 종교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왜 신이라는 존재를 믿는가에 대해 역시 진화론을 앞세운 추론으로 설명하는 “진화,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가 있다.     


 이 책을 다 읽은지 대략 2주 정도 지났다.


 지금까지 기억나는 내용...

 우리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을 마주했을 때 보통 두 가지 정도의 반응을 보게 된다. 하나는 그 있을 수 없는 일을 보이는 그대로 믿는 것, 또 하나는 그것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사실을 설명하는 것.


 이 중 우리는 무엇을 믿어야 할까?

 저자는 그나마 덜 이상한 걸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한다.     


 정말 믿을 수 있는 누군가가 신의 기적을 체험했다고 이야기를 할 때...

 1. 그의 말이 사실이다. 즉, 신은 존재한다. 왜냐하면 그가 거짓말을 한다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그가 거짓말을 해야 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2. 그의 말은 거짓말이다. 또는 그의 착각이거나... 왜냐하면 신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위 두 가지 설명 중에서 어떤 것이 더 합리적일까?

 정답은 무조건 2번이다. 설령 1번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확신할 수 있다고 해도 말이다.


 왜냐하면 그나마 덜 기적적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든 거짓말을 하거나 착각을 할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설령 그게 도저히 말이 되지 않는 것 같아 보여도 말이다. 하지만 사람이 거짓말을 할 가능성과 비교했을 때 신이 존재한다는 것은 훨씬 더 가능성이 낮다.


 다시 말해서 있을 법하지 않은 일 두 가지가 충돌할 때 그나마 덜 이상한 쪽을 선택하는 것이 늘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내가 신을 믿지 않게 된 이유는 대략 두 가지쯤 된다.

 하나는 “만들어진 신”이라는 책의 리뷰에 썼던 것처럼, 신을 믿는다는 사람들의 적당한 타협이었다. 절대자의 명령을 어찌 사람이 적당하게 타협하며 눙치고 넘어갈 수 있는가? 그래도 된다면 그건 절대자, 신이 아니고 믿음이 아니다.


 두 번째는 증명에 관한 부분이다. 모든 종교는 절대자, 신을 증명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믿으라고 말한다. 성경에는 과거, 신이 인간집단에 수시로 모습을 드러내고 기적을 보이며 함께 했던 이야기를 무수하게 들려준다. 하지만 단 한 번도 기록이 아닌 사실로 그의 모습을 증명한 적은 없다.


 신의 존재에 대한 증명을 요구하면 우리는 이런 대답을 듣게 된다. “믿음이 부족한 자여. 신을 시험하지 말라. 보지 않고도 믿는 것이 진짜 믿음이니...”

 마치 전화를 걸어와서 “사장님, 좋은 땅이 있습니다.” 하는 것과 비슷하게 들리는 건 나뿐인가?          


58P

 18세기의 위대한 스코틀랜드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기적에 대해 할 말이 있었다. 그 말은 중요하기 때문에 여기서 이야기해보고 싶다. 내 말로 풀어서 설명하면 이렇다. 만일 누군가가 기적을 봤다고 주장한다면-예컨대 예수가 무덤에서 일어났다거나, 어린 예수가 진흙으로 참새를 빚었다는 놀라운 주장을 한다면-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가능성 1 : 정말로 일어났다.

 가능성 2 : 목격자가 착각했거나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환각에 빠졌거나, 잘못 전해 들었거나 마술 묘기를 본 것이다.     

 여러분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이 목격자는 정말 믿을 만한 사람이다. 나는 그에게 생명을 맡길 수도 있다. 그리고 다른 증인도 많았다. 그가 거짓말을 하거나 착각했다면 그것이 기적이다.” 하지만 흄은 이렇게 반박할 것이다. “좋다. 하지만 가능성 2를 기적으로 생각한다 해도, 당신은 가능성 1이 훨씬 더 기적적인 일임을 분명히 인정할 것이다. 두 가능성 중 하나를 고를 때는 항상 덜 기적적인 것을 선택하라.”     


84P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 중 한 명(분명 모든 이가 좋아하는 사람일 것이다)인 데이비드 해튼버러는 타나섬에서 샘이라는 이름의 존 프룸 숭배자와 나눈 대화를 들려준다. 그가 샘에게 19년이 지났는데도 존 프룸의 재림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고 지작하자,

  샘은 땅에서 눈을 들어 나를 보았다. “당신이 오기로 해놓고 오지 않는 예수를 2,000년 동안 기다릴 수 있다면, 나는 존을 19년 보다 더 오래 기다릴 수 있습니다.”     


134P

 죽은 후 영원히 불지옥에서 헤어날 수 없다고 어린이를 위협하는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책에서 나는 보통 그런 질문에 대해 나 자신의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서는 예외를 두지 않을 수 없다. 내 대답은 이렇다. 그런 사람들은 지옥 같은 장소가 없는 것을 천만다행으로 알아야 한다. 아이들에게 지옥에 간다고 협박하는 사람보다 더 지옥에 가도 싼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137P

 설령 위대한 스파이 카메라 이론에 어떤 진실이 있다 해도 그것은 분명 신이 실제로 존재하다고 믿을 타당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 사실인 어떤 것을 믿을 타당한 이유는 증거뿐이다. 위대한 스파이 카메라 이론은 다른 사람들이 신을 믿기를 바라는 (다소 수상한?) 이유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하면 범죄율을 낮출 수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또한 실제 스파이 카메라를 설치하거나 더 많은 경찰 순찰대를 배치하는 비용보다 훨씬 싸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그런 태도가 거만한 생색내기처럼 보인다. “너와 나는 똑똑해서 신을 믿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이 신을 믿는 것은 좋은 생각인 것 같아!” 내 친구인 철학자 대니얼 데닛은 그것을 ‘믿음에 대한 믿음’이라고 부른다. 신을 믿는 게 아니라, 신에 대한 믿음은 좋은 것임을 믿는 것이다.      


241P

 한 번에 저절로 생겨난 시계처럼 있을 법하지 않은 일이 결코 아니었다.

 설계자 역시 시계와 마찬가지로 설명이 필요하다. 시계공은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그는 한 여성에게서 태어났고, 그 전에는 아주 길게 이어진 조상들을 통해 느리게 점진적으로 진화했다. 모든 생물은 똑같이 설명할 수 있다. 그러면 모든 것의 설계자라는 신은 어떻게 될까? 얼핏 생각하면 카멜레온과 치타 그리고 시계공처럼 있을 법하지 않은 것들의 존재는 신을 끌어들이면 잘 설명되는 것 같다. 하지만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보면 신 자체는 윌리엄 페일리의 시계보다 훨씬 더 있을 법하지 않다. 어떤 것을 설계할 정도로 충분히 똑똑한 존재, 충분히 복잡한 존재는 우주에 늦게 등장해야 한다. 시계공처럼 복잡한 존재는 단순한 것에서 시작하는 길고 완만한 오르막의 끝에 있어야 한다. 페일리는 시계공 논증이 신의 존재를 입증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제대로 이해하면 그 논증은 정반대 방향, 즉 신의 존재를 반증하는 쪽으로 향한다. 본인은 몰랐지만, 페일리는 유창하고 설득력 있게 자기 무덤을 파고 있었던 것이다.


https://youtu.be/I7leJXD5pW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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