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잠수함의 살아님기 위한 북리뷰
블랙 스완 - 위험 가득한 세상에서 안전하게 살아남기, 최신 개정증보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은이) 차익종,김현구 (옮긴이)
동녘사이언스 2018-04-30
원제 : The Black Swan: the impact of the highly improbable Nassim Nicholas Taleb (2007년)
결국 이 책을 읽었다.
작년 초에 안티프래질 리뷰를 할 때,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책은 앞으로 읽고 싶지 않다고 했는데, 2년 정도가 지난 지금 이 책을 읽고야 말았다.
이 책에서 하는 말을 짧은 문장으로 표현하면 이 정도쯤 되지 않을까?
“세상은 당신이 믿는 대로 되지 않는다. 절대로!”
우리가 살면서 배우는 건 모두 있었던 일들에 관한 것뿐이다. 그렇게 일상을 살아가지만, 사실 우리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일들은 그 너머에 있다.
2년이 다 되어가는 코로나19를 생각해봐도 그렇다.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렸지만, 처음 코로나19가 세상을 빠르게 점령해 나갈 때 우리는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전염병이 있나 했고, 이게 이렇게 오래도록 세상을 뒤흔들지 예상하지 못했다.
정말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졌고, 그게 세상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꾸어 놓았다.
2년 전만 해도 마스크를 쓴 채 생활하는 사람은 뭔가 이상한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마스크를 벗고 돌아다니면 개념 없는 사람이 된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필수품이 마스크이고 함부로 벗으면 벌금을 물어야 할 수도 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는데 이제는 익숙해진 탓일까? 이 말도 안 되는 코로나 세상을 “생각해보니 이럴 수도 있는 일이었어”라고 말한다.
블랙스완 55페이지에서는 이런 걸 “소급적 개연성”이라고 표현한다.
[ 그런데 일단 사건이 발생하고 나면 그 뒤에는 그것이 뜻밖의 것이 아닌 듯이 보이게 된다. ‘소급적 개연성’이라는 것이 작용해서 그것을 희귀한 사건이 아니라 있을 법했던 사건으로 이해하게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두 세상을 비교해서 보여준다.
평범의 왕국과 극단의 왕국
우리는 평범의 왕국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가 몸 담고 있는 세상은 언제나 극단의 왕국일 수 밖에 없다는 것!
블랙스완은 검은백조, 즉 절대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아니 생각조차 하지 못한 일이 벌어지면 그로 인해 우리의 삶은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되고 삶은 변한다는 것이다.
“검은백조는 없다”라는 전제는 세상의 모든 백조를 모두 전수조사하지 않는 이상 절대값이 될 수 없으며, 실제 검은 백조 단 한 마리가 발견된 순간 무너지고 말았다.
이 책에 대한 리뷰를 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기는 하다. 워낙 분량이 방대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의 내용을 일일이 소개하기 보다는 이 책을 읽은 내 느낌을 정리해야겠다.
첫 번째 소감은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당장 이 책을 읽으세요.”
국내에서 이 책의 초판이 출간된 게 2008년이니 13년쯤 지났다. 이 책 493 페이지에 있는 문장을 하나 보자. “지금 전 지구적으로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
2020년 이전에 이 책을 읽은 사람들 중에 이 문장을 보며 심각하게 고민한 사람이 몇이나 있었을까? 아니, 작가 탈레브 역시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지 실제 이렇게 세상을 집어삼키리라고 예상하고 쓴 글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 곳곳에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다시 보게 만드는 내용이 많다.
두 번째 소감은 이거다.
“안티프래질을 다시 한 번 읽어야겠다.”
처음 안티프래질을 읽을 때 무척 투덜거렸던 기억이 난다. 책 전개 방식이나 작가의 이야기 스타일이 내가 익숙한 방식이 아니어서였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스타일에 관한 불만은 중요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블랙스완을 읽고 다시 읽는 안티프래질은 무언가 또 다른 이야기를 해줄 것 같다.
이 책은 블랙스완 한 권과 몇 년 후에 쓴 일종의 후기가 더해진 책이다. 따라서 안티프래질 못지않게 분량도 넘쳐난다. 가장 마지막 페이지가 647페이지...
사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무언가 해답이 주어지지 않는다. 작가가 한 말 중 가장 어이없는 건 이런 내용이었다. “우리는 우리가 읽은 책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만 우리가 읽지 않은 책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다.”
즉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당연한 것 아닌가?
모르는 걸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겠느냐 말이다.
그 당연한 사실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벌어진 사고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정작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중요한 역할을 한 누군가와 그로 인해 벌어지지 않은 비극은 알 수 없다.
미국 911테러 역시 일어난 사건이기에 우리가 기억하지만, 만일 그 사건을 누군가 극적으로 막았다고 한다면 우리는 그 어떤 감정도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맞다!
이 책에서 정말 마음에 드는 내용 중에 이런 게 있었다.
매일 꾸준히 운동을 하는 것, 그래서 일정 강도의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우리 인간에게는 맞지 않는다. 우리는 매일 세 끼의 식사를 하지만 그 역시 우리에게 맞지 않는다.
인간은 배가 고프면 사냥을 했고, 목숨을 건 사냥 이후에는 배를 채운 후 유유자적했다.
따라서 매일 약간의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보다 격렬한 잠깐의 운동 뒤에 하릴없이 슬슬 걷는 게 훨씬 더 잘 맞는다.
물론 나는 그 잠깐의 격렬함이 없다는 게 문제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