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물 #1 전각돌과 전각칼

by NoZam

앞서 말했듯이 전각은 돌에 전서체로 글을 새기는 작업이다.

이렇게 글을 새겨 넣은 돌은 보통 문서, 그림의 한 귀퉁이에 찍는 도장의 역할을 한다.

전각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이번에는 전각에 필요한 물품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내가 전각을 처음 배우던 날, 모두에게 몇 가지 물품이 지급되었다.

1. 전각돌

2. 전각칼

3. 흑먹

4. 주먹

5. 쌍구 벼루

6. 세필

7. 사포

8. 한지


개인별로 지급하지 않고 함께 쓰는 것들도 있었다.

9. 강화 유리판

10. 인주

11. 롤러

12. 잉크 (주로 검은색, 붉은색)


글자를 찾기 위해 보아야 할 책도 한 권 있었다.

13. 전각자전


전각 선생님께서는 절대 사용하지 말라! 그냥 손으로 돌을 잡고 새기라! 고 하시지만 막상 써보면 꽤나 편한 환경을 제공해주는...

14. 인상


그 외에도 몇가지가 더 있다.


그 뒤, 전각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추가로 구입한 물품도 있지만, 우선 위에 적은 물품에 대해서 정리해본다.

쓰다 보니 재료에 관한 내용도 꽤 길어질 것 같아서 일단 이번에는 전각돌과 전각칼에 대한 소개만 하도록 한다.


1. 전각돌 : 전각을 하려면 당연히 꼭 필요한 물품이다. 현재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전각돌은 대부분 중국산이다. 연습용, 낙관용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돌은 요녕석이라 부르는 돌이다. 중국 요녕지방에서 출토된단다.

참고로 전각돌은 대부분 그 돌이 생산되는 지방의 이름을 딴다. 가끔 돌의 특성을 표현하는 이름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계혈석, 닭의 피처럼 붉고 무늬가 들어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란다.

국산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해남석이다. 해남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나 뿐만 아니라 전각을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 해남석을 좋아한다. 요녕석에 비해 칼맛(?)이 경쾌한 느낌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연습용으로도 많이 쓰였다는데, 안타깝게도 지금은 생산이 거의 중단되어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워졌다고 한다. 나는 운이 좋았던 셈인지, 전각 선생님께서 개인적으로 꽤 많은 양의 해남석을 갖고 계셔서 주로 해남석을 사용했다.

이 외에도 필방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전각돌의 종류를 꼽아보자면...

몽고석, 동강석, 선거석, 청전석, 단동석, 창화석 정도가 생산지명을 딴 돌이다. 그리고 흑요석, 또는 벼루돌이라 부르는 돌이 있는데, 이 돌은 벼루를 만들 때 주로 사용된다고 한다.

아! 최근에는 도작기 굽듯 구워서 만든 것도 있다. 말 그대로 인조석이라는 말인데, 개인적으로는 칼맛이 별로이고 강철 전각도 날이 쉽게 마모된다는 단점이 있다. 다만 팬시 제품 같은 느낌이 들어서 젊은이들에게 잘 어울릴 것 같다.

SG106493.JPG 해남석을 이용해서 와당으로 새긴 한글<반딧불이>
j7.JPG 요녕석을 이용해서 조충전서체로 새긴 <신언불미-信言不美>
20130228_015925.jpg 흑요석(벼루돌)을 이용해서 새긴 <달마도>


전각용 돌은 강도가 보통 돌보다 훨씬 무르다. 따라서 전각칼로 새길 때 큰 어려움이 없다.

전각돌에 따라 칼이 들어가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개인적인 경험을 말하자면, 요녕석은 조금 끈적거리는 느낌이 있고 해남석은 경쾌하고 날카롭다는 느낌이 든다. 심지어 칼질을 할 때 돌이 깨지며 나는 소리도 서로 다르다.

벼루석은 상당히 단단해서 꽤나 힘들다. 게다가 돌이 한쪽 방향으로 결이 있어서 까딱 잘못하면 결 방향으로 돌이 터지는 경우도 있다.


전각돌의 크기는 보통 치, 푼 이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1푼은 3mm를 말한다. 1치는 열푼, 즉 3cm 크기다.

보통 개인 도장용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닷푼~칠푼 사이의 크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며, 낙관의 경우에는 그림, 또는 글 작품의 크기에 따라 다른 크기의 낙관을 이용한다. 닷푼~ 한치 반 사이에서 두 세가지 크기로 낙관을 구비하는 경우가 많다.

dd.jpg 닷푼(15mm) 크기의 인장용 돌 왼쪽부터 선거석, 인조계혈석, 청전석, 작은 크기의 돌 세개는 나도 이름을 모르겠다.


2. 전각칼 : 돌에 흠집을 내야 하니 당연히 필요한 물품이다. 전각용 칼은 어릴 적 보았던 조각도와 비슷하다. 차이점은 조각도는 보통 나무 손잡이에 쇠로 만든 칼이 박혀 있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전각칼은 몸통과 칼 부분을 구분하지 않고 단일 재료로 만들어진다. 즉 길쭉한 쇠 끝 부분을 조각도처럼 만든 형태라고 보면 된다. 물론 손잡이 부분을 나무 등의 재질로 만들어서 앞에 쇠를 붙인 조각도 같은 형태의 전각칼도 있다.


전각칼은 보통 재질에 따라 구분을 한다.

강철 전각도 : 탄소 함유량이 0.04~1.7% 인 철을 단조를 통해 강도를 높인 강철로 만들었다. 사용하는 과정에서 날이 무뎌지므로 칼을 갈아가며 써야 한다.

초경 전각도 : 초경질합금으로 만든다. 강철 전각도에 비해 날이 무뎌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외에도 몇 가지 더 있는 것으로 안다.


전각에 쓰이는 칼날의 모양은 보통 일자형이다. 칼날의 폭 길이 별로 판매를 한다. 보통 4~10mm 사이의 제품이 나와 있다.

칼날의 양쪽 높이가 다른 세모꼴형도 있다. 이건 마무리용으로 많이 사용된다.

언젠가 본 영화에서 주인공인 일본인이 전각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작은 망치를 사용하기도 했다.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 것 같기는 하다.


보통 전각칼은 몸통에 칼국수 면발처럼 생긴 가죽 줄을 감아서 사용한다.

몸통의 생김도 두 가지가 있다. 납작한 모양과 둥근 모양. 손에 잡히는 느낌은 아무래도 둥근 모양이 꽉 잡히는 느낌이 날 것이고, 납작한 모양은 세밀하게 표현할 때 유리하다고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둘의 차이를 나는 잘 느끼지 못하겠다.

전각칼.JPG 내가 주로 사용하는 강철 전각도, 날 길이는 10mm, 전체 길이는 180mm. 손잡이는 화방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줄로 감아둔 상태다.


나는 전각 선생님께서 "전각칼은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하셔서 지금까지도 10mm 강철 전각칼 하나만을 사용한다. 얼마 전 예비용으로 같은 모델을 하나 더 샀지만 아직 고이 모셔두고만 있다.

내가 사용하는 건 강철 재질인데, 사용하다 보면 칼날이 무뎌지기 때문에 갈아서 써야 한다. 숫돌도 사두었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거친 사포에 갈아낸 뒤, 고운 사포로 마무리하는 거다.


마지막으로, 그럼 이런 물품들은 어디에서 살까?

혹시 집 근처에 필방이라 부르는 서예용품 전문점이 있다면 그곳에서 사면된다.

인사동에 나가서 보면 사방에 보이는 간판이 필방이다.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면...

인터넷 쇼핑몰에서 다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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