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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수 Oct 23. 2017

트렐레보르에서 바이킹을 만나다

신화를 찾아가는 인문학 여행 / 덴마크  9

          

1. 무적의 바이킹   

  

바이킹 시대가 한창이던 10세기 말, 덴마크의 뛰어난 바이킹 수장 하랄드 블루투스는 바이킹 원정을 언제나 성공적으로 이끈다. 그에게는 그래서 무적의 바이킹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그가 가장 아끼고 신뢰하던 욤스바이킹이 있었기 때문이다.      


욤스바이킹(Jomsviking)은 스칸디나비아 출신이 아니라 지금의 폴란드 북쪽 발트해 해안가에 위치한 볼린(Wollin)이라는 지역의 주민들이었다. 당시 그곳은 덴마크의 지배하에 있었기에 블루투스 왕이 은밀히 훈련을 시키고 바이킹을 양성한 곳 이었다.     



당시 최강의 바이킹 전사들로 이루어진 욤스바이킹과 함께 블루투스 왕의 바이킹 원정은 인근 바다를 휩쓸고 다녔을 것이다. 가장 엄격하고 용맹스러운  욤스바이킹, 이들에게 패배란 없었다. 그야말로 무적의 바이킹이었다.     

 

지금도 볼린에서는 해마다 엄청난 규모의 바이킹 축제를 연다. 그리고 예전의 영화를 기리고 그날을 즐긴다. 진짜 죽음도 두렵지 않음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지난날의 영광은 과거가 아니라 그들에게는 오늘의 영광처럼 즐긴다. 그렇기에 이들에게 ‘바이킹’은 언제나 가장 신성하고 즐거운 놀이이자 삶의 양식인 것이다.     


* 하랄드 블루투스 왕의 업적과 무적의 전사 ‘욤스바이킹에 관한 것은 필자의 글 “바이킹 신화와 전설 IV, 신화를 찾아가는 인문학 여행(11)”을 참조할 것.     


*왼쪽: 바이킹에게는 전지전능하신 '오딘'(오딘의 상징물은 언제나 두 마리 까마귀와 두 마리 늑대가 함께 한다.)이 있어 두려움을 떨칠 수 있다.

오른쪽: 바이킹 함선을 그린 것인데 용머리를 실제와 다르게 거북선처럼 과장되게 그렸다.

* 2017년도 볼린(Wollin in Poland)에서 열린 바이킹 축제의 전투 장면들




2. 트렐레보르 바이킹 마을     


로스킬데에서 오덴세 가는 중간에 트렐레보르(Trelleborg)라는 바이킹 마을이 있다. 이곳은 덴마크 국립박물관에서 바이킹에 관한 자료를 발굴하고 박물관을 만들어 바이킹 마을을 조성해 놓은 곳이다. 역사적 가치가 꽤나 있는 곳이니 오덴세(안데르센 박물관)를 오가는 길이라면 한 번쯤 들러 보면 좋을 듯싶다.


북유럽 사람들은 대개 비슷한 형태로 마을을 이루고 살았다. 그들이 사는 마을의 특징은 우선적으로 바다나 해안가를 끼고 있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바다와 인접한 곳에서 바다를 대상으로 활동을 해야 하는 그들에게 지리적 선택은 중요했다.      


두 번째는 거주지의 주거형태가 대부분 ‘기다란 주거공간(longhouse)’ 형태로, 가운데 화덕을 마련해 집안에서 불을 피울 수 있게 해 놓았다. 이것은 상대적으로 추운 지방에서 열손실을 최소화하고 실내를 따뜻하게 유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롱하우스’는 신석기시대부터 주거형태의 가옥으로 발달을 해 왔는데 근대에 이르러 한 가족 이상의 대가족이 함께 몰려 살기에도 적합하도록 계속 주거형태로 각광을 받았다. 가족이 늘어남으로써 집의 구조나 규모가 점점 더 커지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더구나 가축들까지 한 공간을 사용하는 경우까지 있기에 집의 규모를 따지는 것은 여러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 트렐레보르에 재현된 '롱하우스'와 실내 구조를 보여주는 그림(가운데)

* 롱하우스 실내(중앙에 화덕을 설치하고 주변에는 침상을 마련했다.



아무튼, 이런 주택구조의 특징들은 나름 생활양식이 그들의 전투력과 직결되기 때문에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당시 틀레레보르의 반지 형태의 주거형태는 실제 외부의 적들이 침략할 때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보고들이 있다.)      


트렐레보르의 유적지 발굴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시점인 1942년에 트렐레보르(Trelleborg)의 ‘바이킹 주거지’(longhouse)를 기존의 바이킹 집으로 재건축한다. 그러나 이 집이 바이킹 집으로서 전형적인 모델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이러한 형태의 집을 구축해 살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좋겠다.(* 참고로 노르웨이 북쪽 지방인 로포텐에서 재현해 놓은 ‘롱하우스’도 비슷한 규모와 형태로 지어졌다.)     

노르웨이 로포텐에 제현된 롱하우스

이처럼 트렐레보르의 ‘바이킹 박물관’의 특징은 바이킹들의 예전 거주지를 재현해 놓은 것이다. 롱하우스를 지어놓고, 마을을 이루고 살던 부락을 재현해 놓았고, 그리고 당시 바이킹들처럼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해마다 축제를 열고 있다.


사람들이 살았던 롱하우스의 길이는 대략 30m 정도 되고 주변을 감싸는듯한 벽은 두꺼운 판자를 덧대어 만들었다. 그리고 중앙에는 두 개의 기둥을 세워 지붕을 받치고 있고 집 중앙에는 화덕을 마련해 놓았다. 그리고 간혹 집안에 나무를 깎아 만든 장식품으로 치장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바이킹의 집은 대개 4개의 공간으로 구분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각각의 공간에 별도로 입출입을 할 수 있는 문을 하나씩 설치했다.     


또한 이곳에는 주민들이 살던 부락을 예전 방식으로 다시 재현해 놓았다. 소위 ‘트렐레보르 부락’이라는 특징적인 반지 모양의 부락을 이루고 살던 마을을 재현한 것이다.(* 아직 완전한 재현은 안되어 있고 지형 조성을 마친 상태이다.) 이 부락은 1993년에 바이킹 센터(Viking Center Fyrkat)로서 조성을 시작했는데 가능한 당시의 생활상을 느끼고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한 목적이다.     


*왼쪽: 사진 위쪽의 붉은 점이 방패와 유물이 발견된 지점, 오른쪽: 트렐레보르 반지마을 모형도(양옆으로 바다로 이어진 강이 흐르고 있다.)

*왼쪽: 사진 속 사진은 방패가 발견된 순간을 촬영한 것이고 앞에 것은 발견된 방패이다.

* 가운데: 방패를 덴마크 국립박물관 포스터로 제작한 것

*오른쪽: 트렐레보리 박물관의 어린 방문자들이 그려놓은 그림들



그리고 이 바이킹센터에는 트렐레보르에서 발견된 옛날 바이킹 전사들이 사용하던 무기와 각종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그만큼 트렐레보르가 당시 바이킹들의 중요한 거점 마을이었음을 알게 해준다.     

 

눈에 띄는 유물로서 바이킹이 사용하던 나무로 만든 방패가 발견되어 전시실에서 직접 볼 수가 있다. 이 방패는 2008년에 발견이 되었는데 바이킹 거주지를 조성하는 도중 남쪽 출입구 지역 근처에서 발견이 되었다.      


방패의 재료는 참나무인데 서기 9백 년 경 노르웨이에서 채집한 나무로 만든 둥근 모양의 방패이다. 당시 이 방패가 발견된 지역이 바이킹들의 거주지였기에 땅속에 묻혔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앙의 둥근 원형 형태는 당시 거주형태를 보여주기 위해 당시와 유사한 형태의 ‘반지 마을’을 조성한 것이다. 마을 양 옆으로 강이 흐르고 있다. 이 강을 따라 10여 킬로를 가면 바다로 이어진다.       

        

*왼쪽: “바이킹 시대를 직접 체험해 보라”는 포스터(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것이 특이하다.)

*오른쪽: 바이킹을 그린 루네스톤 포스터(가운데 바이킹의 롱쉽과 전사들이 무장을 하고 있는 게 보인다.

트렐레보르 바이킹 축제의 장면들

*바이킹 축제는 크게 3가지 형식을 취한다. 첫째는 바이킹 장터이다. 당시 물건을 제작해 사고팔 수가 있다.

두 번째는 바이킹 전사들 간의 집단 전투를 벌인다. 적지 않은 부상자가 나오는데도...

세 번째는 가장 용맹스러운 바이킹 전사를 뽑는 일이다.

바이킹처럼 지내는 일이 이들에게는 제일 소중하고 기분 좋은 경험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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