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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수 Nov 22. 2017

로포텐으로 가는 길

신화를 찾아가는 인문학 여행 / 노르웨이  9


1. 북극의 관문 보되


지구의 북쪽 꼭짓점 북극, 그곳으로 가는 첫 번째 관문이 바로 보되이다. 보되는 위도상 북위 66.33도에 자리 잡고 있다. 여기서부터 북극권이라고 하는데, 위도상 보되가 북극권에 있기 때문에 보통 6월 초에서 7월 초까지 한밤중에도 해가 지지 않는 백야현상을 볼 수 있다. 또한 겨울철에는 오로라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인근의 살트 피요르드(Saltfjord)에 흐르는 ‘살트스트라우멘’은 세계에서 가장 강한 조류가 흘러 소용돌이를 만들고 있다. 이곳에는 그 덕분에 풍부한 어종들이 몰려들어 어족자원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또한 보되는 북극권으로 가는 관문이자 노르웨이 철도의 종착지이기도 하다. 오슬로에서 출발한 기차가 이리저리 돌아 보되에 이르게 되면 기차는 더 이상 북쪽으로 올라가지 않고 이곳에서 멈춘다. 노르웨이의 험준한 산악지형의 특성상 기차 운행이 쉽지 않은 이유일 것이다.


보되 보다 북쪽에는 나르빅에 기차역이 있다. 그러나 나르빅은 사실상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출발한 기차가 스웨덴 가장 북쪽 지역인 아비스코 국립공원을 통과해 노르웨이 국경을 넘어 대서양으로 물량을 수송하기 위해 설치한 항구이다. 따라서 노르웨이에 있는 기차역이면서도 스웨덴을 거쳐 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스웨덴 최북단 키루나 지역에서 생산된 철강석 등 광물자원을 실어 나르기 위해 스웨덴에서 가장 가까운 노르웨이의 나르빅항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르빅을 거쳐 노르웨이 북쪽으로 여행을 할 경우에는 스톡홀름에서 기차를 이용해 나르빅까지 가는 수밖에 없다.


보되는 1816년 시로 승격을 했다. 그동안 보되의 수산업 관련 업무는 거의 트론헤임에서 주관을 해 왔다. 또한 수산업의 수많은 이익을 거의 베르겐에서 독차지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보되가 시로 승격이 되면서 1860년도부터 점차 수산업의 중심지가 보되로 옮겨오고 있다.


그런데 보되는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거의 도시 전체가 독일군의 폭격으로 폐허가 되다시피 한다. 다행히 전후 복구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현재는 도시가 원래의 모습을 되찾은 듯하다. 자연의 도시 보되, 이제 또다시 보되를 출발해 로포텐으로 가자.


* 상공에서 바라본 보되(왼쪽), 2차 대전 발발 후 보되는 독일군에게 거의 파괴된다.(중앙/보되박물관 소장), 노르웨이 중심부에서 어업과 여행의 중심지역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로포텐행 유람선(오른쪽)

* Haakon 7세(1872-1957)의 동상: 하콘 7세는 1905년 11월 노르웨이 왕으로 취임한다. 그동안 노르웨이는 스웨덴과 연합국 형태로 지배를 받아왔는데 스웨덴으로부터 연합국 해체 동의를 받고 독립을 한다. 따라서 새로운 독립국가의 왕으로 하콘 7세가 등극을 한 것이다. 하콘 7세는 원래 덴마크 프레데릭 8세의 둘째 아들이었으나 노르웨이 왕위를 물려받고 노르웨이 왕이 되었다. 오른쪽은 오슬로 시내에 있는 하콘 7세 동상

* 보되 시내 중심가의 건물들

* 보되에 있는 노르드란드 박물관, 1903년에 지어졌는데 보되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인 동시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북극권에서 사육 중인 순록 판화, 사미족의 상징과도 같다.(오른쪽)

* 노르웨이 중부지방 이북에 위치한 지역은 대부분 험준한 산악지형이 많아 주민들이 거주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그러나 수천 년 전부터 이 땅에는 사미족(Sapmi)들이 거주해 왔다. 박물관에 전시된 사미족 자료들.


 



2. 노르웨이의 보석 로포텐


흔히 노르웨이 북쪽에 위치한 로포텐(Lofoten) 반도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트롤들이 숨어 사는 그야말로 트롤들의 엘도라도일지도 모른다. 보면 볼수록, 가면 갈수록 빠져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곳이 바로 로포텐 반도라는 생각이 든다.


로포텐 지역은, 바이킹 시대에 점차 노르웨이 북쪽으로 바이킹들이 진출하면서 자연스레 로포텐에서 잡아들인 대구를 말려 해외 원정길에 식량으로 사용하면서 그 중요성이 강조되던 곳이다. 지금도 여전히 이른 봄 로포텐에는 수많은 대구 덕장들이 대구를 잡아 말리고 있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이때 로포텐은 대구잡이가 가장 활발한 시기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대구들이 지천에 널려 있는 풍경을 보게 될 것이다.


그래서인지 로포텐 도처에서 대구들을 걸어놓고 말리는 풍경을 쉽게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이곳 맥주와 함께 대구 요리를 한 번쯤 맛보는 것도 맛있는 추억이 될 듯싶다.(* 이건 비밀인데요, 워낙 바람이 심하게 불어대니 대구 덕장 바닥에 떨어진 것들이 엄청 많아요. 그냥 참고하세요.)


로포텐 지역은 멕시코 난류의 영향으로 일 년 내내 기온이 영하 10도 정도까지 밖에 내려가지를 않는다. 한 여름에도 상대적으로 시원한 날씨를 유지하기 때문에 로포텐 반도는 대구 산란지역으로 최적의 장소를 제공하고 있단다. 그렇기 때문에 로포텐은 세계적인 대구 수산업 전진기지이다.


* 보되 박물관에 전시된 로포텐에서 대구잡이하는 모습 그림(100년 전 제작), 대구 건어물 판매루트가 노르웨이 출신 바이킹들의 해외 원정 통로와 거의 일치한다.(오른쪽/스볼배르 박물관 자료)

* 로포텐에서는 여름철을 제외하고 거의 일 년 내내 대구 덕장이 분주하다.  

* 대구 몸통과 머리는 분리해 건조한다.

* 어부들이 작업실 겸 휴식공간으로 지어놓은 로르부어(Rorbuer), 실내에 그물과 대구 말린 것 등이 보인다.



우리나라 동해 인근에서도 이런 덕장들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생선 냄새나 대구 덕장이 별로 낯선 느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황태는 산간 지역에서 통째로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말리지만 노르웨이 대구는 내장과 머리를 제거하고 바닷바람에 말린다는 점이 다르다.(* 대구머리는 사료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한다고 한다.)


대구는 대대로 이곳 사람들을 먹여 살린 소중한 자원이었다. 대항해 시대 신대륙으로 떠나던 선박들의 필수품이기도 했던 말린 대구는 이곳에서 가공해 베르겐을 통해 유럽 전 지역으로 팔려나간다. 로포텐 지역은 당시 북유럽을 담당하는 주요한 네트워크 포인트 지역이었다. 따라서 이곳에서 잡은 대구들은 해상을 통해 베르겐으로 실어 나르고, 베르겐에서 해외로 수출을 했다. 중세 초기 수산물시장의 주요한 시장은 영국이었다. 그리고 중세시대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한자동맹의 활성화로 이 시기 발틱해의 여러 국가들 역시 주요한 대구 판매시장으로 부상되었다.


한자 동맹과의 연계로 수산물 거래는 더욱 활기를 띠게 되는데, 특히 대구는 주요한 식량자원으로 아이슬란드를 거쳐 그린란드까지, 그리고 영국과 네덜란드, 그리고 벨기에로 수산물 시장이 점차 확대되었다. 거의 초창기 바이킹 시대의 개척 루트와 대구의 판매루트가 겹치는 것을 보게 된다.


로포텐은 모두 6개의 큰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섬은 다리와 터널로 연결해 놓았다. 자동차로 로포텐 반도를 다니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로포텐 반도 가장 동쪽 이브네스(Evenes)공항에서 부터 로포텐 반도 가장 서쪽 끝 마을 오(Å)에 이르기까지 섬 전체는 마치 하나의 섬 같다는 느낌이다.


레이네브링겐에서 바라본 레이네(오른쪽) 마을

로포텐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것은 역시 알록달록한 색깔의 집들과 그림 같은 피요르드가  아닐까 싶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인근 산에 올라 영롱한 빛깔의 바다와 산을 바라보고 있다 보면 어느새 신선이 된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특히 로포텐 서쪽에 있는 레이네(Reine)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레이네브링겐(Reinebringen) 전망대에 올라 바라보는 경치는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로포텐에 갈 때는 가능한 하이킹을 해보면 좋을 것이다.(* 등산화가 필요해요.)



뿐만 아니라 로포텐 반도는 북극권에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가을부터 봄까지 오로라를 볼 수 있다. 또한 한 여름에 백야현상도 즐길 수 있다. 그런데 사실상 로포텐의 가장 어려운 문제는 날씨이다. 멕시코만 난류의 영향으로 한 겨울에도 상대적으로 따뜻한 해류가 흘러 구름이 많이 발생해 비나 눈이 많이 온다. 그러니 로포텐을 갈 때는 가능한 좋은 날씨를 점지해(?) 찾아가야 할 것이다. 그럴 수만 있다면 그 어느 곳보다 환상적인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지난봄에는 일주일을 머물렀는데 낮에 잠깐씩 반짝하고 거의 매일 눈이 내렸지요.)


* 로포텐 중간지점에 위치한 해닝스베어 항구마을, 참 잘 정돈된 마을이라는 느낌을 준다. 특히 노을 지는 저녁은 무척 아름답다.




* 알아두면 좋은 정보들


* 로포텐으로 가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오슬로에서 비행기로 로포텐 반도 맨 오른쪽에 위치한 이브니스(Evenes) 공항으로 가서 로포텐으로 들어가는 방법과, 두 번째는 보되에서 배를 타거나 비행기를 타고 스볼배르(Svolvaer)로 들어가는 방법이 있다. 참고로 로포텐에는 레크네스(Leknes), 스볼베르(Svolvær), 이브네스(Evenes)에 비행장이 있고 레크네스와 스볼배르는 보되에서, 이브네스는 오슬로가 출발지이다. 마지막 방법은 자동차로 스웨덴이나 핀란드 최북단에서 렌터카를 이용해 로포텐을 다녀오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나중에 다시 쓰도록 한다.


* 로포텐에 머무를 때는 흔한 호텔보다는 로르부어(Rorbuer)라는 숙소를 이용하는 게 좋다. 로르부어는 원래 어부들이 창고로 쓰거나 임시 숙소로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었는데 최근에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숙소로 개조해 사용을 하고 있다. 물론 외관은 예전 그대로이지만 내부는 편의시설을 갖추어 놓아 고급 호텔보다 분위기나 시설이 더 좋다.


* 로포텐에서는 구석구석을 둘러보면 정말 멋지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능한 렌터카를 준비하는 게 좋을 것이다. 당연히 버스도 있지만 여러 가지 제약이 있기 때문에 렌터카를 이용하는 게 훨씬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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