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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수 Nov 27. 2017

로포텐 사랑법

신화를 찾아가는 인문학 여행 / 노르웨이  11


1. 노르웨이 최북단 바이킹 유적지


로포텐 반도의 중심도시 스볼배르(Svolvær), 이곳에서 서쪽 끝 마을 오(Å)까지 100Km 정도밖에 안된다. 그래서 이번에는 스볼배르에서 시작을 하려고 했다. 보되(Bodø)에서 이른 시각에 출발한 비행기는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데도 다행히 예정대로 출발을 한다.(* 보되에서 배편을 이용하려면 다음 사이트 이용할 것: http://www.torghatten-nord.no/)  공항에 도착해 예약한 차 열쇠를 받고 스볼배르 시내로 향한다. 슈퍼마켓을 들러야 하기 때문이다.(* 로포텐에는 곳곳에 슈퍼마켓이 있어 장보기가 편하다.)


훈제연어와 싱싱한 새우, 그리고 호밀빵과 커피, 제일 중요한 식량이다. 이제 숙소가 있는 북쪽 방향에 위치한 그림쇠이산드(Grimsøysand)로 향한다. 30여분을 달리니 박물관이 있는 카벨보그(Kabelvåg)가 나온다. 작은 어촌마을인 이곳에는 1800년에 문을 연 로포텐 박물관이 있다. 잠시 들러 구경을 하고 다시 출발한다. 잠시 후 헤닝스베어(Henningsvær)에 도착해 예전에 묵었던 숙소 근처를 둘러보고 나온다. 이곳은 노르웨이 관광지 소개에 가장 많이 나오는 장소이기도 하다. 특히 바다에 떠있는 섬 속의 축구장은 명물이다. 


* 가장 아름답다는 로포텐 서쪽 어촌마을 함뇌이(Hamnøy)와 레이네(Reine) 마을에서...



헤닝스배어에서 북쪽 방향으로 곧장 올라가면 해안가에 있는 마을 그림쇠이산드가 나온다. 도무지 사람이 살 것 같지 않은 곳에 그림 같은 집들이 여러 채 들어서 있다. 문득 노르웨이 사람들은 외로움에 익숙한 사람들일 거라는 생각이 스친다. 너무 아름다운 곳에는 빨간 통나무집이 거의 그림처럼 들어서 있으니 말이다.


그림쇠이산드에는 유명한 골프리조트가 있다. 그리고 마장터도 있어 휴가를 보내기에 아주 좋은 곳으로 소문난 곳이다. 특히 해안가에 인접해 있어 전망도 좋다. 이제 오로라만 나타나면 된다. 그런데 고약하게도 밤새 비가 그치지 않고 내린다. 멋진 곳을 찾아왔다는 포만감이 멈추지 않는 비 때문에 자괴감으로 변한다.


로포텐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는 레이네의 ‘로르부어’ 예약이 쉽지가 않다. 다행히 빈집이 있다고 해서 레이네로 방을 옮기기로 했다. 날씨만 좋으면 레이네브링겐에 올라 바다를 배경으로 환상적인 오로라를 담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를 해 본다. 그러나 여전히 오로라를 만나기에는 너무 흐린 날이 계속되고 있다.


레이네로 오는 길에 바이킹 박물관을 찾았다. 바이킹 박물관에는 바이킹 가옥이 별도로 자리하고 있다. 이 바이킹 가옥은 원래 바이킹 수장 올(Ål)의 집터를 발굴한 자리에 1980년에 수장이 살던 집 대신에 길이 83m의 곡스타드(Gokstad)호를 모델로 바이킹 선박 형태의 집(Long house)을 지었다.(* 곡스타드호는 현재 오슬로 바이킹 선박박물관에 전시 중이다.) 그래서인지 자세히 보면 바이킹 가옥이 바이킹 롱쉽을 뒤집어 놓은 듯한 모습이다. 


로포텐 바이킹 박물관(Lofotr Viking Museum)이 있는 이곳은 노르웨이 바이킹 수장인 올(Ål)의 거주지였는데 당시 이곳은 바이킹 건축물 중 가장 규모가 컸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이곳은 바이킹들의 거주지로서 노르웨이에서 가장 최북단에 위치해 있어 사료적 가치가 높다. (* 아마도 바이킹들은 이곳에서 대량으로 잡히는 대구를 눈여겨봤을 것이며, 대구를 잡아 해외 원정 시 식량으로 사용했을 것이다. 스볼배르 박물관 자료에서 보았듯이 바이킹 해외 원정 루트와 대구 수출 루트가 거의 같다는 것은 중요한 사실이다.)


집안에는 당시의 생활상을 재현해 놓았다. 잠시 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 몇몇 생활도구들이 우리네 선조들이 사용하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역시 사람 사는 방식은 비슷하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 로포트르 바이킹 박물관(Lofotr Viking Museum) 사이트 http://www.lofotr.no/)


* 로포트르 바이킹 박물관은 스칸디나비아 반도 최북단 바이킹 유적지(박물관)이다.

* 대구는 바이킹들에게 가장 중요한 식량 자원이었다. 로포텐에서 잡은 대구는 베르겐으로 보내지고 영국을 비롯한 유럽 각지로 수출을 했다. 그래서 로포텐은 바이킹에게는 중요한 거점 지역이었을 것이다.

* 바이킹들이 사용한 생활도구들, 꼰지리같은 놀이기구와 맷돌도 우리네 것과 다르지 않다.



2. 땅끝마을 '오'


레이네에서 서쪽 끝 마을 오(Å)까지는 20분이 채 안 걸렸다. 진눈깨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도로 상태는 좋다. 곳곳에 로포텐 특유의 우뚝 솟은 바위산들이 눈길을 끈다. 거의 큰 나무들은 보이지 않지만 바위와 호수 같은 바다가 장관이다. 


로포텐의 땅끝 마을 오(Å)는 노르웨이 알파벳의 마지막 29번째 글자에서 따온 이름이다. 땅끝마을 이름을 그렇게도 짓는구나라는 생각에 땅끝마을 사람들 지혜가 멋지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나라 땅끝마을은 해남인데 로포텐 사람들이 이름을 지으면 어쩌면 ‘하하’ 마을이라고 하지 않을까라고 공상을 해본다. 


아무튼 오 마을에는 박물관이 여럿 있지만 대부분 문이 잠겨있으니 굳이 들어가 보려 하지 않아도 좋을 듯싶다. 다만 이 마을이 땅끝마을이라니 스웨덴에서 출발한 E10 도로(유러피안 하이웨이)가 이곳 오 마을에 이르러 어떻게 끝이 나는지를 자세히 살펴볼 일이다. 로포텐 반도 자체는 오 마을에서 10Km 정도 더 가야 끝이 나지만 험악한 바위산에 막혀 더 이상 갈 수가 없다. 

E10번 도로, 아래쪽으로 15분 정도 가면 땅끝마을 '오'가 나온다.

로포텐 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바다로부터 솟아오른 뽀족뽀족한 암봉들이 가득하다는 점이다. 그 덕분에 암봉들 사이로 나있는 도로 E10은 이보다 아름다운 도로를 보기 어려울 듯싶다. 이 도로를 따라 달리면 더 이상 풍경에 대한 욕구는 사라질 것 같다. 바다를 끼고도는 길목이며 특히 레이네를 지나기 전 어촌마을 함뇌이(Hamnøy)부터 땅끝마을 오로 이어지는 길목은 일부러 길을 저리 내려해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진 도로이기 때문이다.


이 길을 달리게 되면 로포텐의 바람소리며 파도소리, 그리고 갈매기들 울음소리며 비바람 소리들을 메아리처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소리들은 어느새 도로를 달리는 나를 도로가 아닌 이상하고 신비한 색다른 블랙홀로 이끌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로포텐의 마지막 마을 이름을 오(Å)라고 지었는지도 모르겠다.


* 땅끝마을 오(Å) 안내판과 로르부어 숙박시설들

* 로르부어 숙박 시설물이 땅끝마을에 몰려있다. 

* 차량이 도착하면 이런 암석들이 눈앞을 막고 서 있다. 더 이상 도로는 없다. 

* 차가 터널을 지나면 나오는 마지막 지점, 유턴을 해서 다시 돌아가야 한다. 도로의 끝 지점이다. 오른쪽 아래로 내려가면 마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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