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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수 Nov 29. 2017

겨울왕국으로 가는 길

신화를 찾아가는 인문학 여행 / 노르웨이  12


1. 요툰헤임의 수도 트롬쇠


에브니스/나르빅 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이제 트롬쇠(Tromsø)로 간다. 트롬쇠는 북극권에 있기 때문에 날씨만 좋으면 오로라를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대부분 트롬쇠를 가는 이유가 오로라를 보기 위한 때문 일거라고 생각된다. 로포텐에서도 오로라를 볼 수 있지만 날씨 때문에 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트롬쇠로 가는 길목에서 조금은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다. 제발 날이 좋아야 할 텐데 라면서 말이다.


노르웨이 북쪽 1월의 날씨는 생각보다 춥지가 않다. 멕시코만 난류의 영향으로 아무리 추워도 영하 20도를 내려가는 일이 드물다고 한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춥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다만 위도가 높기 때문에 여름에 해가 거의 지지 않고 겨울에는 해를 보기가 쉽지 않다는 게 아쉬울 뿐이다.


하늘에서 바라보는 노르웨이는 그야말로 얼음왕국이다. 저기 어딘가에서 트롤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분명 저기가 요툰헤임 같다는 생각이다. 게다가 어둠이 찾아오면 하늘에서는 오로라가 춤을 추고 있을 테니 혹시라도 비행 중에 하늘에서 오로라를 볼 수 있다면 얼마나 환상적일까 잠시 꿈을 꾸어본다.


요툰헤임(Jötunheim)은 북유럽 신화에서 요툰들의 나라라고 일컬어지는 곳으로, 인간들이 살고 있다는 미드가르드(midgard) 저편에 눈과 얼음으로 덮인 나라로 거인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미드가르드와 아스가르드 밖의 차가운 땅 요툰헤임, 이곳에 사는 거인들은 항상 신들의 세계를 위협했다.


결국 거인족들은 세상 최후의 전쟁 라그나뢰크 때 신들과 전쟁을 벌이며 오딘을 비롯한 신들을 거의 다 죽인고 세상을 멸망으로 이끈다. 북유럽 신화에서 언제나 대결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것은 신화가 이처럼 거인과 신들의 대립구도가 기본적으로 설정되면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거인족과 신족 간의 대립구도는 태초에 에시르 신족의 오딘을 비롯한 아들 삼 형제가 태초의 거인 위미르를 죽이고 세상을 창조해 내기 시작하면서 비롯된 때문이다.


* 이브네스/나르빅 공항에서 트롬쇠로 가는 1시간 동안 서북쪽 피요르드 해안 지역을 지난다.



하지만 거인족과 신들의 긴장관계 속에서도 사랑이야기는 빠지지 않는다. 거인족 여인 스카디가 선택한 바다의 신 뇨르드는 결혼을 해 자식들은 낳는다. 멋진 외모를 지니고 태어난 아들 프레이르는 풍요와 평화를 상징하는 신으로 자리하게 되었고 사랑의 여신으로 자라난 프레이야는 그야말로 모든 신, 심지어 난쟁이들까지 그녀에게 눈독을 들일 정도였다. 그러나 프레이르가 사랑에 빠지게 된 건 거인족 여인 게르드 때문이었다.


프레이르는 보물들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특히 그가 가진 황금돼지 굴린벅스터와 마법의 배 스키드블라미르는 대단한 위력을 지닌 보물이었다. 또한 스스로 적을 찾아내 죽이는 마법의 검도 가지고 있었다. 프레이르는 에시르 신족과 바니르 신족이 전쟁을 할 때 볼모로 아스가르드로 보내졌다. 이때 그는 에시르 신족의 일원이 되어 평화의 신으로 자리하게 된다.


잠시 프레이르는 오딘이 외출한 틈을 타 오딘의 의자에 앉아 거인들이 사는 요툰헤임을 들여다본다. 그러던 중 침실로 들어가는 거인의 딸을 보게 된다. 그녀는 아름다운 거인 게르드였다. 프레이르는 그녀를 먼발치서 보았는데도 그만 사랑에 빠지고 만다.


그녀에 대한 연모의 정을 어쩌지 못하고 애를 태우고 있는데 프레이르의 하인 스키리미르가 프레이르가 가진 마법의 검을 자기에게 주면 게르드를 찾아가 만나게 해주겠다고 한다. 프레이르는 사랑에 눈이 멀어 그만 하인에게 마법의 검을 내어주고 만다. 그 덕분에 프레이르는 게르드를 만나게 되고 둘은 결혼까지 하게 된다.


그러나 프레이르가 마법의 검을 하인에게 내주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에 결국 나중에 벌어지는 신들과 거인족 간에 최후의 전쟁 라그나뢰크에서 목숨을 잃고 만다.


문득 트롬쇠로 가는 하늘에서 거인족들이 사는 요툰헤임 같은 거대한 땅을 바라보며 저기 어딘가에서 벌어졌을 프레이르와 게르드의 사랑이야기를 떠올려 본다. 트롬쇠에 가게 되면 프레이야도 그렇지만 게르드 같은 거인족의 절세미녀들을 조심하고 경계하라는 의미가 아닐까?


* 해발 421m의 '스토르스테이넨’ 산 정상에서 바라본 트롬쇠 시내 전경

* 트롬쇠(Tromsø)를 가로질러 흐르는 강이 어쩌면 요툰헤임과 아스가르드 사이를 가르는 이빙강일 지도...

* 인근 산들은 일 년 내내 흰 모자를 쓰고 있다. 아스가르드의 신들 명단과 바이킹 율법은 꼭 외워두어야...

* 요툰헤임의 주인공들

* 트롤이 신는 신발이 참 따뜻해요.




2. 북극의 파리, 트롬쇠


꽁꽁 얼어붙어 있는 도시, 그러나 따뜻한 도시 트롬쇠(Tromsø), 북위 69°40'33"에 위치해 있다. 북극의 파리 트롬쇠라고 부르는 이 도시에는 7만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그런데 이 도시가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북극해의 주요 무역기지로 활용되고 있고 대학이 있는 도시로서는 세계 최북단이기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트롬쇠에서 겨울철에는 언제나 오로라(북극광)와 함께 지낼 수 있고 여름철에는 백야를 즐길 수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것도 주요한 이유일 것이다.


트롬쇠는 여전히 북극으로 가는 입구라고 할 수 있다. 19세기 후반 북극해의 주요 무역기지가 되어 북극 탐험대가 이곳에서 출발을 하고는 했다. 지금도 수많은 북극 탐험대들이 트롬쇠를 전진기지 삼아 북극탐험을 시작하기 때문에 북극의 관문이라고 부른다. 세계 제2차 대전 때는 노르웨이 정부가 이곳으로 피신으을 해 잠시 임시정부 소재지가 되기도 했다.


한편, 트롬쇠에는 아문센 생가가 있다. 그가 살던 집을 둘러보고 그의 신념과 기를 받아와도 좋을 듯싶다. 오슬로 근교 보르게(Borge)에서 태어난 아문센(Roald Engelbregt Gravning Amundsen, 1872-1928)은 최초로 남극점과 북극점을 모두 탐험했다.


아문센은 1888년 프리티오프 난센의 그린란드 횡단에 감명을 받아 탐험가가 되려고 결심을 한다. 하지만 어머니 뜻에 따라 탐험가가 되기를 포기하고 의학을 공부한다. 그 후 1893년 어머니가 죽자 의과 대학을 중단하고 탐험가로 나선다. 드디어 1911년 최초로 남극점 탐험에 성공한다.


그 후 아문센은 1928년 자신의 친구이자 이탈리아 탐험가였던 움베르토 노빌레가 이탈리아 호라는 비행선을 타고 탐험을 나섰다가 북극해에서 조난당하자, 수상 비행기로 수색에 나섰다가 행방불명이 된다. 노빌레는 다른 구조대에게 구조되었으나 아문센은 찾지 못하고 비행기 부품만 발견된다. 결국 아문센은 찾지 못하고 만다. 위대한 도전가의 최후가 너무 안탑깝게 마무리가 된 듯하다.


그의 생가에서 문득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올 것만 같은 아문센의 영혼을 달래며 돌아서려니 안쓰럽기 그지없다. 어쩌면 여전히 겨울왕국 어딘가를 찾아 헤매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떠나지를 않는다. 오후 2시 조금 넘은 시각에 거리는 온통 어둠이 깔려 한밤중 같은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 오후 3시도 안되었는데 해가 지고 어두워졌다. 트롬쇠의 성당과 한낮의 야경(?)

* 트롬쇠 도시 밑으로 거대한 지하도로가 연결되어 있다.

* 1월 말 트롬쇠는 하루 2시간 정도밖에 해를 볼 수 없다.

* 트롬쇠의 특이한 건물(북극 전시관)과 눈으로 만든 거리의 조형물들

* 트롬쇠 중심가

* 아문센 생가와 아문센 흉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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