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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수 Dec 13. 2017

스톡홀름의 동상들

신화를 찾아가는 인문학 여행 / 스웨덴  2


1. 스토리텔링의 도시 스톡홀름


스톡홀름은 동상의 도시, 박물관의 도시라고 해도 될 정도로 그 수가 많다.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동상을 구경할 수 있고 또 한 걸음 가다 보면 박물관을 만나게 된다. 이름 없는 동화 속 주인공 같은 작은 동상에서부터 유명 인사들 동상까지 정말 많다. 어쩌면 도시 전체를 박물관과 동상으로 채우려 한건 지도 모르겠다.


그뿐이 아니다. 화폐에 까지 유명 인사들이 등장한다. 역사 속 인물에서부터 연예계 인물까지 그야말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유명 영화배우부터 대중가요 가수와 역사적인 인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화폐 속에서, 그리고 동상으로 만날 수 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유독 눈길을 끄는 동상이 있다. 다름 아닌 북유럽 신화의 주인공들이다.


토르와 헤임달, 그리고 프리그와 프레이야 등 북유럽 신화의 주인공들이 스톡홀름 거리에 번듯하게 우뚝 서 있다. 스톡홀름은 반듯하게 근대적인 모습으로만 치장해 놓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 동상들을 보게 되자 스톡홀름이라는 도시가 낯설기보다 오히려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1) "달을 보고 있는 소년"이라고 부르는 이 동상은 리스 에릭손(Liss Eriksson)이 1967년도에 만든 작품, 감라스탄의 루터교회 뒤뜰에 있다. 누군가 예쁜 스카프와 모자를 씌워주었다.

2) 제레미 린드(Jenny Lind) 동상, 린드는 스웨덴의 유명 오페라 가수, 라파엘 로드 베리(Erik Rafael-Rådberg)가 1924년도에 제작했다, 제레미 린드는 코펜하겐에서 지낼 때 안데르센이 프러포즈를 하자 “나의 가장 사랑하는 오빠”라고 말하고 코펜하겐을 떠난 여인이었다. 그녀는 스웨덴 화폐 50크로나에서도 모습을 볼 수 있다.




2. 토르가 지키는 도시 스톡홀름


시내 중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마리아 광장(Mariatorget)이 있다. 이곳에는 토르의 동상이 있다. 이 공원은 서기 1760년에 조성했는데 기독교 국가에서 이곳에 토르의 동상을 세운 사실이 뜻밖이라고 해야 할지 궁금증이 난다. 아무튼 이 동상은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마지막 전투(라그나뢱크)에서 토르가 독사 요르문간드(Jörmungandr)를 죽이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북유럽 신화에서 마지막 전투는 흔히 "운명의 날 신들의 전투"라는 문구처럼 묘사되며 끝을 맺는데, 전투가 벌어지면 오딘(Odin)은 다리 8개가 달린 말 슬레이프니르(Sleipnir)를 타고 늑대 펜리르(Fenrir)를 향해 그의 마술 창 궁니르(Gungnir: 이 창을 던지면 끝까지 표적을 쫓아 맞춘 다음 다시 주인에게 되돌아온다고 한다.)를 겨누고 있고, 토르(Thor)는 그의 상징인 망치 몰니르(Mjöllnir)를 휘두르며 방패로 독사 요르문간드(Jörmungandr)를 방어하며 전투를 벌인다. 전투가 벌어지는 이들의 뒤켠에는 지하세계와 아스가르드를 잇는 무지개다리 비프뢰스트(Bifröst)가 빛나고 있다.


* 마리아 광장(Mariatorget)에 있는 토르의 동상, 여름과 겨울철 모습.



북유럽 산화에서 세상의 종말은 바로 아스가르드의 신들과 거인족 출신 로키를 비롯한 괴물들과의 한판 승부로 막을 내린다. 어쩌면 기독교가 도래하는 시점에서 라그나뢱(마지막 전투)이 벌어져야만 했던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역사적 상황을 반영하지 않고는 해석이 부족해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북유럽 신화에서 토르(Thor)는 천둥과 폭풍, 그리고 번개를 다스리며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의로운 신이다. 그는 인류와 발할라의 신들을 보호하는데, 신들 중에서 가장 강력하고 용감하며 호전적인 신이다. 그는 아스가르드(Asgard)에서 신들의 적이었던 끔찍한 거인족(Jötuns)을 제거하는 영웅으로도 알려져 있다. 거인족(Jötuns)은 북유럽 우주론의 9개 세계 중 하나 인 요툰하임(Jötunheim)에 살았다. 그들의 집은 울타리(Utgard)라고도 불리며 "울타리 너머"의 세계를 의미한다.


한편, 토르(Thor)는 괴력을 가진 신이었기에 언제나 바이킹(Vikings)들이 영웅으로 여겼으며 그의 망치는 오랫동안 바이킹 보호와 권력의 부적 역할을 한다. 많은 고대 예술에서 토르는 그의 모습 자체보다 손에 있는 마법의 망치 몰니르(Mjölnir)로 묘사되는 경향이 있다.


토르의 망치 몰니르는 신화의 고향 아이슬란드 뿐 아니라 스칸디나비아 거의 모든 지역에서 신비로운 존재로 비쳤다. 그래서 토르의 망치는 많은 루네스톤(경계석과 묘지석)에서 자주 묘사된다. 몰니르(Mjölnir)란 단어는 'crusher'(또는 'striker')를 의미한다.


1) 북유럽 신화의 주인공 토르,  2) 덴마크에서 서기 900년대에 제작한 길이 2.5cm 크기의 토르 망치 장식품, 망치에 새겨진 루네 문자는: 'Hmar x is', 영어로 'This is a hammer'라는 내용이다.(덴마크 국립박물관 소장)  3) 웁살라에서 발견된 토르와 몰니르가 그려진 알투나 돌(Altuna stone)



토르(Thor)는 맹렬히 뜨겁게 달아 오른 몰니르(Mjölnir)를 손으로 잡기 위해 마술 장갑이나 철분 장갑을 착용해야만 했다. 토르는 또한 그의 힘을 두배로 하는 신비한 벨트(메긴 자르 디르)를 사용한다. 토르의 망치는 흡사 마법의 망치 같은 대단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거인족이 두려워하는 가장 무서운 무기였다.


한편, 몰니르는 산을 평평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위력을 발휘했고, 다른 그 누구도 땅에 내려놓은 망치를 들어 올릴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웠다. 몰니르는 언제나 거리에 관계없이 항상 토르의 손으로 돌아왔고 더 작은 크기로 압축되어 남들이 모르는 곳에 숨겨 놓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몰니르가 적들을 죽이고 파괴하는 힘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사람이나 동물도 살릴 수 있는 신비한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토르의 마력에 빠져 한참을 헤매이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토르의 동상을 벗어난다. 걸음을 옮겨 이번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스톡홀름의 중심지 유르가르덴 섬으로 간다. 이곳에는 동물원을 비롯해 바사박물관과 아바박물관 등 수 많은 박물관들이 빼곡이 자리를 하고 있다. 가히 박물관 섬이라고 해도 죌 정도이다. 그런데 이곳을 가기위해서는 먼저 다리를 건너야 한다. 바로 이 다리를 유심히 보아야 한다.


이 다리는 스톡홀름 세계박람회가 개최되던 1897년에 만들었다. 이 다리는 유르가르덴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4개의 다리가 중 하나인데, 다리 양쪽에 북유럽신화에 등장하는 4명의 신을 세워 놓았다. .토르와 헤임달, 그리고 프리그와 피레이야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헤임달(Heimdallr)은 로렌츠 프렐리히(Lorenz Frølich)가 그린 1895년도 작품속 그림처럼 뿔나팔 얄라르호른(Gjallarhorn)을 불고 있고, 오딘(Odin)의 아내 프리그(Frigg)는 마술 지팡이를 들고 있다. 그리고 프레이야(Freyja)는 매를 붙들고 있고, 토르(Thor)는 어깨에 마법의 망치 몰니르(Mjolnir)를 걸치고 있다. 유르가르덴 섬의 입구부터 온통 북유럽신화로 장식을 했다.


* 왼쪽 위에서 부터; 토르, 프리그, 헤임달, 프레이야의 동상




3. 성 조지 기사가 지키는 도시 스톡홀름


이제 시내 중심가 감라스탄으로 간다. 왕궁 옆을 지나 스톡홀름 대성당으로 알려진 성 니콜라스 교회, 즉 스토르키르칸(Storkyrkan)으로 간다. 이 교회는 스톡홀름 구시가지(감라스탄)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이다. 스토르키르칸은 1279년에 세워졌는데 350년 동안 가톨릭 성당으로 자리했지만 1527년 루터교로 개종을 한 후 개신교 교회로 바뀐다.


아무튼 이곳에는 오래전 교회를 세우면서 설치한 동상이 위용을 뽐내고 있다. 다름아닌 성 조지와 용(St. George and the Dragon)의 전설을 동상으로 제작해 놓은 것이다. 이 동상은 스웨덴의 스텐 스투르(Sten Sture) 장군이 1471년 브룬크베리(Brunkeberg) 전투에서 덴마크 군에게 승리한 기념으로 제작한 것이다. 스투르 장군은 그의 군대가 성 조지의 휘하에서 보호를 받고 있다고 믿었다. 동상은 독일 뤼벡 출신 노트케(Notke)가 제작했는데 이 작품을 교황청에서 1489년 신년 전야제 때 준공식을 주관한다.


성 조지는 라틴어로 게오르기우스(Georgius, ? - 303년)인데, 그는 초기 가톨릭 순교자이자 14성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제오르지오 혹은 조지라고도 한다. 기사 게오르기우스가 용과 싸우는 모습은 중세 때 유럽에 ‘황금전설’로 전해지고 있다.


전설에 따르면, 무서운 용 한 마리가 리비아의 작은 나라 실렌(Silene)에 나타나 매일 인간을 제물로 요구했다고 한다. 실렌의 왕은 매일 젊은이들을 산 제물로 용에게 바쳤지만 왕의 외동딸까지 바쳐야 할 지경에 이르른다. 그러나 카파도키아에서 온 젊은 기사 게오르기우스가 말을 타고 달려와 긴 창으로 일격에 용을 찔러 무찌른다. 게오르기우스의 활약을 본 실렌 사람들은 그가 말하는대로 기독교(가톨릭)로 개종을 한다. 그러나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의 박해로 조지 기사는 후에 체포되어 참수된다.


북유럽 신화와 기독교(가톨릭)의 전설이 한 도시에서 공존을 하고 있다.  참 묘한 느낌을 가지게 되는 순간이다. 하지만 도시가 이런저런 스토리텔링을 가진다는건 굳이 종교적으로만 해석하기 보다 그만큼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는 생각이 머리속을 스친다.


○ 참고 자료: 

https://www.ancientpages.com/ 

     "Mjölnir: Thor’s Terrible Axe-Hammer And Its  Magical Powers In Norse Mythology”

Wikipedia/ Thor

Wikipedia/ St. George and Dragon

 

1) 스토리키르칸으로 가는 길목,  2) 멀리 대성당이 보인다.

1) 교회안에 있는 성 조지 기사의 동상과 마리아,  2) 14세기 중반에 제작한 성 조지 기사의 그림  3) 1912년에 대성당 안에 있는 성 조지 기사의 동상 복사판을 제작해 대성당  인근 광장에 설치해 놓았다.

가브리엘 로세티(Dante Gabriel Rossetti)가 1857년에 그린  'The Wedding of St. George and Princess Sab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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