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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수 Dec 24. 2017

핀란드 민족 설화 칼레발라

신화를 찾아가는 인문학 여행 / 핀란드  2


1. 칼레발라


핀란드 서사시 ‘칼레발라’(Kalevala)는 핀란드 동쪽 칼르알라 지방에 예부터 구전으로 전해오던 이야기들을 집대성한 것이다. 핀란드는 오랜 기간 스웨덴과 러시아의 지배를 받으며 지내오던 터라 그간 전승되어 오던 민속설화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러나 다행히 엘리아스 뢴로트(Elias Lonrot)가 1835년 32편으로 정리한 '칼레발라'를 발표한다. 그 후 1849년 또다시 50여 개의 서사시로 보완해 지금의 '칼레발라'를 펴낸다. 그리고 이듬해 핀란드의 정식 민족 설화로 선포한다.


칼레발라는 인간세상의 창조 설화와 영웅들의 위업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는데, 당시 식민지배를 받던 핀란드에 그들의 왕이 나타나 독립된 핀란드를 세우기를 고대하는 이야기로 끝이 난다. 칼레발라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핀란드 신과 요정들은 핀란드의 자연 세계, 특히 핀란드의 울창한 숲과 차갑고 추운 북해 바다를 상징한다. 예를 들어 숲의 신 타피오는 가족이 모두 숲의 신이며, 사람들은 그 숲에서 사냥을 잘하기 위해 이 신을 숭배했을 것이라고 상상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칼레발라의 내용이 얼마나 정확하고 신빙성이 있는가를 따지는 일은 신화의 특성상 얼마든지 변형이 가능하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 별반 의미 있는 작업이 아니다. 더구나 당시 격동기에 처한 핀란드의 역사적 환경을 참작한다면 오히려 칼레발라에 등장하는 절대신의 위상이나 지위까지도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변형되었을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감안해야 할 것이다. 


* 헬싱키 기차역 맞은편 아테네움 미술관(이곳에서 민족 설화 '칼레발라 관련 자료들을 대부분 볼 수 있다.)

* 먼 바다를 응시하는 아이노(1876)와, 칼레발라의 영웅 베이네뫼이넨(Akseli Gallen-Kallela)

Robert W. Ekman, 일마타르(Ilmatar: 1860), 천지창조의 신




2. 칼레발라의 특징


칼레발라를 이해하기 위해 몇 가지 사항들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칼레발라는 그리스 로마 신화나 북유럽 신화 속에 등장하는 주요 무대, 즉 신들의 전당이 없다. 올림포스나 아스가르드처럼 신들이 모여사는 제한적 공간에서 신들이 세상 일을 좌지우지하는 것이 아니라 칼레발라에는 신들과 인간, 그리고 난쟁이나 거인들 모두 함께 공존하고 있다.


둘째, 칼레발라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신과 인간, 그리고 악마나 거인 등의 출연진은 대개 동등한 관계에서 대립과 갈등 관계를 맺으며 지낸다. 신이라고 해서 절대적인 우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고 악마나 요정이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신에게 복종하지 않는다. 소위 인격체를 지닌 각각의 인간들처럼 대부분 대등한 관계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게 특징이다. 


셋째, 칼레발라에 등장하는 신들은 다른 신화 속 신들과는 달리 영원한 삶 대신 인간처럼 죽음을 맞는다. 대표적으로 칼레발라의 주인공격인 용사 레민케이넨이나 베이네뫼이넨이 쫓아다니던 여인 아이노의 경우 결국에는 죽음을 맞으며 칼레발라에서 퇴장하게 된다. 그러나 칼레발라에서 누군가의 죽음은 단지 죽음 그 자체로 끝나는 게 아니라 다른 삶으로의 이어짐을 의미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레민카이넨이 죽지만 어머니의 도움으로 다시 부활한다.  이것은 당시 식민지배로 신음하던 핀란드인들에게 또 다른 희망을 보여주는 의도로서 볼 수 있다.


넷째, 다른 서사시들과는 달리 칼레발라는 그리스 신화나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강력한 전사들이 별로 등장하지 않는다. 단지 주술을 사용하는 마법사들이 등장하고 그들의 지혜는 용맹스러움보다는 마법과 주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식이다. 그들의 지혜는 대개 세상을 지배하고 다스리는 수단으로서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다섯째, 다른 신화와는 달리 칼레발라의 이야기들은 황당한 신들의 이야기만 다루지 않는다. 일반 서민들의 일상생활 같은 것들을 매우 자세히 묘사하여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점이 바로 칼레발라의 주요한 특징이다. 그러한 점들을 통해 핀란드인들 삶의 방식을 이해하는 첩경이 될 수 있다.


1) 흐느끼는 배(1906), 2) 출정하는 쿨레르보, 3) 레민카이넨 어머니(1897)/ Akseli Gallen-Kallela

* 회한에 잠긴쿨레르보, 삼포를 지키기 위한 싸움/ Akseli Gallen-Kallela




3. 신화의 주인공들


칼레발라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칼레발라의 특징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1) 우코(Ukko) : 핀란드 신화의 최고신, 우코는 선한 자와 악한자 모두로부터 숭배를 받는다. 그의 오른손에는 번개가 들려있는데 번개의 신이라고도 불린다.


2) 일마타르(Ilmatar): 천지창조의 신이다. 그녀는 바람의 처녀라고도 불리는데, 바람과 파도와 폭풍우 치는 바다가 스쳐 지나가자 아이를 잉태하고 칼레발라의 최고 신 베이네뫼이넨을 낳는다. 그녀는 하늘과 땅, 그리고 해와 달을 모두 창조한다. 


3) 베이네뫼이넨(Vainamoinen): 신들 중 최고 신이자 칼레발라를 지배하는 자이다. 그는 어머니 일마타르가 너무 오랫동안 자신을 뱃속에 잉태한 채로 지내는 바람에 어머니 뱃속에서 스스로 기어 나온다. 그 때문에 베이네뫼이넨은 처음부터 흰수염을 휘날리며 노인처럼 보이는 외모를 지닌 채 태어난다. 그래서 그가 사랑하는 아이노를 비롯해 다른 어떤 여인들과도 결혼을 못하고 홀아비로 지낸다. 그래서인지 그는 세상을 다스리는 일도 집중하지 못해 때때로 인간적인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마르야타의 아들이 칼레발라의 왕이 되자 칼레발라를 떠나는 베이네뫼이넨, Akseli Gallen-Kallela(1891)



4) 일마리넨(Ilmarinen): 하늘에 지붕을 얹는 등 최고 기술자이자 전략가, 그는 마녀가 사는 북쪽 지방 포욜라의 지배자인 로우히의 딸 ‘무지개 처녀’를 놓고 베이네뫼이넨과 각축전을 벌여 무지개 처녀를 차지한다. 그녀가 흰수염의 베이네뫼이넨이 아니라 일마리넨을 선택하는 바람에 그녀와 혼인을 하게 된다. 그 대가로 일마리넨은 로우히에게 삼포(Sampo)라는 마법의 맷돌을 만들어 장모인 마녀 로우히에게 바친다. 이 삼포는 곡식, 소금, 돈을 무한 생성하는 마법의 맷돌이다.


그러나 나중에 이 엄청난 마법을 지닌 삼포는 무지개처녀가 일마리넨의 노예에게 어이없는 죽음을 당하는 바람에 칼레발라의 신들과 마녀 로우히는 서로 대치하게 되고 싸움을 벌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세 주인공은 삼포를 되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결국 베이네뫼이넨이 삼포를 찾아내 도망치지만 마녀 로우히에게 발각되면서 삼포는 파괴되고 만다. 그러나 그 조각들이 바다에 흩뿌려지면서 곡물과 식물들이 풍성하게 자라게 된다.


5) 레민케이넨(Lemminkainen): 용맹한 전사인 그는 다소 덤벙대는 난쟁이들과 함께 거인들과의 싸움을 도맡아 한다. 그는 베이네뫼이넨과 달리 여자를 좋아하며 수많은 여자들에 둘러싸여 지낸다. 그 때문에 결국 죽임을 당하게 되지만 어머니의 도움으로 다시 살아나 용맹을 떨치기도 한다. 


6) 쿨레르보(Kullervo): 일마리넨의 노예인 그는 어릴 적부터 학대를 받으며 성장을 하는데, 그의 성장과정 때문인지 성격은 삐뚤어져 있고 과격한 편이다. 대장장이 일마리넨의 부인, 무지개 처녀가 못살게 굴자 쿨레르보는 참지 못하고 미치광이 전사가 되어 결국 주인마님을 죽게 만든다.


그 때문에 마녀 로우히와 베이네뫼이넨과 일마리넨과의 전투가 벌어지게 된다. 후에 클레르보는 어떤 여자와 사귀게 되어 잠자리를 같이 하는데, 결국 그녀에 대한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비극적인 결말을 맺게 된다. 그녀는 바로 그동안 헤어져 있던 그의 누이동생이었기 때문이다. 둘은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Akseli Gallen-Kallela, 전쟁터로 나가는 쿨레르보(1891)



신의 세계에서 절대 있을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쿨레르보의 비극적 이야기, 이 이야기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인간세상의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바로 이런 점들로 인해 칼레발라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교훈적일 수 있는 것이다.


비극적 배경을 지닌 클레르보는 여러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데, 셰익스피어의 햄릿도 클레르보의 이야기와 비슷한 구성을 보이고 있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뿐만 아니라 핀란드의 작곡가 시벨리우스 역시 쿨레르보(Kullervo)라는 이름을 그대로 가져와 이 내용을 토대로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반지의 제왕을 만든 톨킨은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쿨레르보’의 이야기를 읽고 그의 내면에 깃든 슬픔을 반지의 제왕에 반영하게 되었다고 그 소감을 밝힌 바 있다.


7) 아이노(Aino): 칼레발라의 주인공인 마법사 베이네뫼이넨에게 정면으로 도전한 인물인 요우카하이넨은 베이네뫼이넨과의 싸움에서 지게 되자 자신의 여동생인 아이노를 받치겠다고 한다. 그래서 베이네뫼이넨이 아이노에게 구애작전을 펼치게 되는데, 그는 태생적으로 흰수염을 휘날리며 노인처럼 보이는 무서운 외모이기에 아이노는 그의 청을 거절하고 언제나 그를 피해 도망을 다닌다.


1) 베이네뫼이넨을 피해 도망가는 아이노, 2) 베이네뫼이넨과 결혼을 피해 바다에 빠져 죽음을 택한 아이노

3) 끝까지 베이네뫼이넨을 기피하는 아이노, Akseli Gallen-Kallela, Aino Myth(1891)



베이네뫼이넨의 끈질긴 구애에도 불구하고 베이네뫼이넨과 결혼하지 않겠다며 그녀는 심지어 바다에 빠져 죽음을 택하고 만다. 그러나 일면 순정파이기도 한 베이네뫼이넨은 죽은 그녀의 시신이라도 찾을 욕심에 물에 빠져 물고기로 변한 아이노를 찾기 위해 바다의 끝까지 가서 그녀를 찾아내고 만다. 결국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되지만 그녀는 끝까지 그가 싫다면서 여전히 그를 기피한다. 순수와 감성의 여인 아이노, 결국 그녀는 뭇 남성들의 애간장을 녹이는 순수함의 표상으로 그려지지만 아무도 그녀를 차지하지 못한다.


핀란드 우표


8) 로우히(Louhi): 칼레발라의 주요 무대 중 한 곳인 포욜라(북쪽 지방)에는 마녀가 산다. 포욜라는 핀란드 말로 북쪽이란 의미가 있는데 핀란드의 최북단 지역인 라플란드(Lapland)를 의미한다. 포욜라는 달과 태양이 없는 나라로도 묘사가 되는데(겨울철에는 해가 뜨지를 않으니 당연히 그리 묘사할 수 있을 것이다.) 로우히는 바로 이런 저주받은 땅에 군림하며 사악한 마녀로 묘사되고 있다. 


그녀에게는 그러나 아름다운 딸 무지개 처녀가 있는데 딸과의 혼인 조건으로 일마리넨으로부터 마법의 삼포를 받게 되어 포욜라 지역은 번영을 누리게 된다. 그러나 얼마 후 딸의 죽음으로 베이네뫼이넨과 본격적인 싸움을 하게 되는데 이때 로우히는 무서운 독수리로 변신을 하거나 칼라발레 지역에 역병을 퍼뜨려 이곳 사람들을 모두 죽이려고 한다. 그러나 베이네뫼이넨이 병에 걸린 사람들을 사우나에 넣어 치료하자 이번에는 로우히는 태양과 달을 모두 사라지게 하는 마술을 부리기도 한다.


9) 마르야타(Marjatta): 그녀는 결혼도 하지 않고 아기를 잉태하여 낳는다. 그 아기는 후에 핀란드의 왕이 된다. 얼핏 여기까지만 듣다 보면 핀란드 왕의 신성함과 신화적인 성격이 부각되는 듯 보일지 몰라도 그녀는 사실상 기독교의 동정녀 마리아이며 아기는 다름 아닌 예수이다.

Heikki W. Virolainen, Marjatta(1965)


칼레발라가 편찬되던 시기에는 이미 핀란드 뿐 아니라 북유럽 국가들 대부분 기독교가 확산되었고, 이들 국가의 민족 설화 들은 대부분 이단으로 비치고 있었기에 기독교화되지 않으면 금기시되는 경향이 강했다. 


따라서 칼레발라를 편찬한 엘리아스 뢴로트 역시 당시 핀란드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칼레발라 이야기의 결말을 아기 예수가 왕이 되고 핀란드 신화 속 주인공인 베이네뫼이넨은 칼레발라를 떠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천상의 지배자 베이네뫼이넨은 이제 더 이상 칼레발라, 즉 핀란드의 지배자가 아님을 암시하고, 지상의 인간들에게 어려움이 닥치게 될 때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 것이란 메시지를 남기고 사라짐으로써 현실적 종교와 비현실적 신화가 타협하는 다소 진부한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칼레발라에 등장하는 마지막 인물은 다름 아닌 동정녀 마리야타와 수오미(핀란드)의 왕이 되는 그의 아들이다. 베르네뫼이넨이 마르야타의 아들과 지혜의 대결에서 지게 되자 선지자는 마르야타의 아들에게 '세례'를 주고 칼레발라의 왕으로 추대한다. 이제 더 이상 베이네뫼이넨이 칼레발라의 지배자로 운신하기에는 그 권위나 지위가 합당치 않음을 알게 되는데, 이때 결국 베이네뫼이넨은 마르야타의 아들에게 칼레발라를 맡기고 칼레발라를 떠난다.


이처럼 칼레발라의 결말이 마리아 동정녀와 아기 예수라는 기독교적 인물의 알레고리로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다. 이 결말은 북유럽 신화의 마지막과도 유사하다. 스칸디나비아의 북유럽과 핀란드 모두 건국과정에서 이교도적인 신화 이야기가 금기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방안으로 소위 전략적인 이야기 구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 왼편부터, 베이네뫼이넨, 아이노, 레민케이넨(Carl Eneas Sjostrand 작품) 

* 쿨레르보와 베이네뫼이넨(Carl Eneas Sjostrand 작품)  



칼레발라는 단지 핀란드의 신화로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날에는 칼레발라가 많은 작가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핀란드의 시벨리우스에게는 당시 러시아의 식민지배하에서 민족혼을 불어넣기 위한 방편으로 칼레발라의 많은 이야기들을 그의 교향시 타피올라나 쿨레르보 같은 작품들을 만들어내는 데 사용한다. 


반지의 제왕으로 유명한 톨킨의 대표작 중 하나인 가상 신화 ‘실마릴리온’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는데, 칼레발라에서 세상을 창조하는 공기의 여신 일마타르와 실마릴리온에 등장하는 일루바타르라는 창조신의 구성과 명칭 등이 유사하고, '실마릴리온이라는 반지'와 절대반지에 등장하는 '절대반지' 역시 그 모티브는 다름 아닌 칼레발라의 ‘삼포’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처럼 반지의 제왕을 쓴 톨킨은 칼레발라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음을 밝히기도 했다. 


여하튼, 칼레발라의 이야기들이 어쩌면 핀란드인의 그간의 삶과 역사, 그리고 문화라고 보아도 크게 틀리지 않을 듯싶다. 그래서인지 칼레발라를 읽다 보면 핀란드의 역사와 핀란드인의 문화적 특성들을 새삼 느끼게 되고, 순간 ‘핀란디아’라는 색다른 세계에 깊숙이 빠져들어 판타지라는 또 다른 세계로 서서히 침잠해 들어가는 기분 좋은 착각을 경험하게 된다.(* 무심코 빠지다 보면 나중에 큰 코 다칩니다.)


○ 참고자료

- Akseli Gallen-Kallela: The Legend of Aino(1891), 헬싱키 Ateneum 박물관 자료

- Gallen-Kallelan Museo: www.gallen-kallela.fi

- Wikipedia 

- 엘리아스 뢴로트(엮음), 서미석(옮김), 칼레발라, 물레, 2011. 


아이노의 기원(Akseli Gallen-Kalle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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