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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수 Jan 15. 2018

노르웨이 끝자락 스반빅(Svanvik)

신화를 찾아가는 인문학 여행 / 노르웨이  16


1. 그냥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이렇게 고요하고 아늑한 데가 또 있을까 싶은 그런 곳에 왔다. 스반빅(Svanvik)이란 작은 마을에 들어선 것이다. 노르웨이를 돌고 돌아 그 영토의 맨 끝자락에 있는 마지막 마을이다. 글자 그대로 더 이상 갈 데가 없는 곳이다. 오늘은 그냥 모든 것을 내팽개쳐 이곳에서 실컷 잠이나 자자고 생각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경치가 정말 고즈넉하다.


문득 이 집에 들어와 짐을 풀다가 "방안에서는 밖이 너무나 잘 보이네”라는 아주 평범한 생각이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그렇다. 밖에서 보는 대상은 대개 그 느낌만을 가지고 평을 하게 되니 옳을 수도 그를 수도 있다. 맞을 확률은 언제나 잘해야 반반이다. 그런데 안에 들어와 보면 밖에 있는 대상이 너무 잘 보인다. 라플란드가 그랬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주인공 ‘스카디 여신’과 그 후예라는 트롤들, 그런데 진짜 주인은 따로 있지 않은가? ‘사미인’(Saami)들 말이다.


창밖에 보이는 경치가 너무 아름답다. 자작나무 숲이 저녁노을 빛을 받으며 점점 더 황금빛으로 변해간다. 사람도 나이를 먹을수록 그렇게 황금빛으로 물들어 갈까? 단지 나무들 나이테처럼 인생의 굵기만 굵어지는 건 아닐까? 잠시 아무 생각 없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기로 한다. 오늘 같은 날은 그냥 그렇게 있어도 좋을 것 같았다.


* 시르케네스에 호텔이 부족해 가격이 상상초월이다. 50Km 정도 떨어진 스반빅(Svanvik)이란 곳에 민박이 훌륭하다. 문득 안주인을 보면서 시르케네스 사진전의 주인공 엘리시프 베쎌(Ellisif Bessel)을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안주인이 지역 담당의사이고 남편은 지역초등학교 교사란다. 젊은 부부가 오지에 와서 직접 자작나무 숲 속에 집을 지었다는데 화장실에 반지랑 귀걸이 등 귀금속을 그냥 두고 다닌다. 사람들과 집이 참 편하다.




2. '겨울전쟁'


1939년 11월 30일 소련은 핀란드를 침공한다. 1939년부터 1940년까지 제1차 소련-핀란드 전쟁이라고 하는 속칭 ‘겨울전쟁’이 시작된다. 스탈린(1879-1953)은 1939년 말까지 핀란드를 정복하려 했지만 1940년 봄이 되도록 핀란드는 항복하지 않는다. 결국 양국은 회담을 하고 휴전협정을 맺는다. 그러나 전쟁에 대한 대가는 만만치 않았다.


핀란드는 소련에게 핀란드 영토의 10%와 핀란드 산업기반시설 20%에 해당하는 카렐리야 동부지역 일부를 넘겨주어야 했다. 소련은 현재 이곳을 카렐리야 소비에트 사회주의 자치공화국과 합쳐 카렐리야-핀란드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을 세웠다. 그 덕분에 핀란드가 소련의 연방 공화국이 되는 수모는 면한다.


그러나 전쟁 패배에 대한 핀란드인들 자존심은 조만간 2차 전쟁을 예고하고 있었다. 당시 소련과 핀란드가 전쟁을 하던 시기 마침 독일은 제2차 세계 대전을 획책하고, 드디어 전쟁을 일으키더니 노르웨이를 점령한다. 그리고 곧바로 최북단 러시아 국경지대 시르케네스까지 진격한다.


독일 전선은 이제 소련으로 침공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당시 복잡한 국제정세에도 불구하고 히틀러는 1941년 핀란드와 전쟁으로 지쳐있는 소련을 침공하기로 한다. 드디어 소련 침공을 개시하고 시르케네스-무르만스크 전투가 치열하게 전개된다.

붉은색 부분이 소련에 양도한 땅, 3번 지역이 '동 카렐리아'

이때 핀란드는 자국의 소련에 대한 패배가 견딜 수 없는 치욕적인 결과라고 생각하고 또다시 소련 침공을 도모한다. 핀란드는 2차 세계 대전을 일으킨 나치 독일과 동맹군이 되어 소련을 공격한다.

 

1940년 종전된 소련과의 전투가 또다시 1년 만에 재개된 것이다. 1941년 6월 전쟁이 다시 시작되자 핀란드군의 역할은 독일군과 함께 북부 무르만스크를 점령해 바렌츠 해를 통해 서방 연합군이 소련을 지원하는 것을 막는 일이었다. 그러나 핀란드군의 전력이 열세인 탓에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


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이르러 독일 패배가 확실시되자 하는 수 없이 핀란드는 스웨덴의 중재로 소련과 평화협정을 맺는다. 1944년 9월 소련과 강화조약을 체결하고 전쟁에 대한 대가로 북극해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핀란드 통로였던 시르케네스와 마주한 지역을 소련에게 양도한다. 두 번에 걸친 전쟁에서 핀란드는 국토의 12%에 이르는 지역을 상실한다. 이 지역은 비옥한 농경지와 주요 공업지대 등을 포함하고 있었다. 아무튼 이조약은 1947년 파리 강화조약으로 최종 확정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 (가운데) 지도 오른쪽 부분이 러시아, 국경을 이루는 핀란드-러시아 사이에 흐르는 강에 노을이 진다.

* 노르웨이 국경수비대 모터보트, 강 건너편이 예전 핀란드가 러시아에게 양도한 땅, 이곳에서 전쟁을 했다는 게 실감이 나지를 않는다. 이곳이 노르웨이와 핀란드, 러시아가 만나는 노르웨이 끝 지점이다.

* 스반빅 조금 지나 개 사육농장이 있어 개썰매를 탈 수 있다. 이곳의 통나무집들을 숙소로 제공한다.

* 인근은 모두 국립공원이다. 숲 속 통나무집이 있는 풀밭에 'Lichen'이라는 이끼류 풀이 자라는데 사슴이 가장 좋아하는 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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