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봄 맞으러 가야지
입춘이 되면 선조들은 대문간에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이라는 말을 써 붙였다.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일어나기를 바란다는 그런 뜻일 게다. 그런데 선조들이 이런 글귀를 써붙이며 지혜를 뽐내던 시절은 그야말로 금수저가 흑수저를 깔보던 시절이었으니 흑수저 집 대문간에 이런 글귀 하나 제대로 써붙여 놓았을 리 만무였을 터. 대신 흑수저들은 입춘이 되면 논밭으로 나가 시린손을 호호 불며 물꼬를 다듬고 논밭에 씨 뿌릴 준비를 서두르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 선조들 지혜도 시대에 걸맞게 고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 말의 뜻을 가능한 살려 우리글로 써보면 어떨까 싶다. 그래서 생각한 말이 ‘봄맞이 꽃맞이’ ‘봄바람 꽃바람’인데 이렇게 쓰면 어떨까 싶다.(* 더 좋은 말이 생각나시면 얼른 댓글로 올려주시면 고마울 것입니다.) 금수저들이 한자말로 따뜻한 방안에서 거드름을 피우고 있을 때 흑수저들은 논밭으로 나가 오히려 진짜 봄맞이 꽃맞이를 하면서 봄바람 꽃바람을 즐겼을 테니 세상사가 참 역설적이라는 생각이다.
아무튼, 언제까지 한자말로 ‘입춘대길’을 외우고 ‘건양다경’을 쓸 건지 모르겠지만 어린아이들도 아는 쉬운 우리말로 더 예쁘게 우리식 봄맞이 말을 만들어 함께 봄을 맞으면 좋지 않을까?
봄이 오면 누구나 엉덩이가 들썩이기 시작하면서 가만있기보다 문밖으로 나가 잠시 산책이라도 하고 싶은 기분일 테다. 그러니 곱게 차려입고 신나게 추임새도 넣으면서 봄 맞으러 문밖으로 나가보면 좋지 않을까? ‘건양다경’하면서 집안 방구석에 앉아 염불 외듯 공짜로 기 받을 생각일랑 접어두고 직접 문밖으로 나가 봄기운을 맞자는 말이다. 그러니 봄맞이 꽃맞이하면서 노래도 흥얼거리고 기왕이면 오랫만에 보고싶은 님이라도 불러내 함께 한다면 그게 진짜 봄맞이 꽃맞이가 아니겠는가?
* 봄노래 추임새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노래 하나 연결해 놓는다. 김윤아의 ‘봄이 오면’을 듣다 보면 정말이지 어쩜 그리 봄을 닮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봄을 닮은 그녀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흥얼거리며 거리를 걷다 포장마차라도 만나면 막걸리 한 사발도 들이키고 그렇게 봄맞이를 한다면 정말 좋지 않겠는가 말이다.
* 김윤아 봄이 오면
봄이 오면 제일 먼저 눈 속에서, 그리고 얼음 속에서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선조들은 그래서 이 꽃들에게 '바람꽃'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봄을 따라오는 바람 그건 바로 꽃바람이었던 게다. 봄바람처럼 나타나 사람들에게 기분을 좋게 하고 복도 안겨주고 하니 그야말로 '건양다경'보다 더 멋진 말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선조들은 그래서 봄이 오면 들판에 피는 꽃들에게 "너도바람꽃"이라고 이름을 불러 주었다.
그래 "너도 봄바람을 닮은 꽃"이라는 의미에서 "너도바람꽃"이구나 라면서 반갑게 맞이한 선조들의 지혜가 오히려 <입춘대길 건양다경> 보다 더 멋지지 않은가? 가만가만 들여다 보면 얼음 속에서도 굳건히 피어오르는 씩씩한 "너도바람꽃"이 보인다. 아무리 매서운 추위와 차가운 얼음이래도 여린 봄꽃 “너도바람꽃”에게는 상대가 아니었던게다. 그러니 선조들이 논밭으로 나가 그렇게 봄바람 꽃바람을 노래하는 “너도바람꽃”을 바라보며 흥을 돋구웠을거라는 생각이다. 여전히 매서운 찬 바람이 봄을 시샘해도 피어오르는 너도바람꽃 처럼 봄밤에 기분 좋은 봄맞이 꽃맞이 하시길 바란다.
* 아래는 모두 '너도바람꽃'
* 너도바람꽃이 지고 나면 다른 이름의 여러 '바람꽃'들이 마구 마구 피어오르며 봄꽃들 축제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