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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수 Mar 14. 2018

Pecunia non olet

라틴어 한마디 / "돈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 


"Pecunia non olet"(돈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 이 문구는 로마 황제 베스파시아누스(Vespasian: 서기 69–79년 통치) 때문에 생겨난 말이다.


베스파시아누스 황제가 집권하던 당시 로마는 하수도 시설을 정비하고 소변을 별도로 채취하도록 시스템을 마련한다. 그런데 공중화장실에서 소변을 별도로 채취하는데 비용이 들자 소변 세금(vectigal urinae)을 부과한다. 하지만 하층민들은 소변을 보고 몰래 하수도에 버리기 때문에 세금은커녕 소변을 모으는 일 자체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여하튼 공중 소변기에서 채취한 소변은 여러 화학 공정을 거쳐 판매되었다. 이 원료는 가죽 무두질을 하는 데 사용되었고 모직천에 스며든 얼룩을 빼는 원료로도 사용하는 등 여러 용도로 쓰였다. 따라서 이 소변을 원료로 한 화학재료를 구매하는 사람은 당연히 세금을 내야 했다.


그런데 이때 로마 황제 베스파시아누스의 아들 티투스(Titus)가 소변에 대해 “세금을 매기다니요” 라면서 불평을 한다. 베스파시아누스는 그의 아들에게 금화를 들고 냄새를 맡게 하고 불쾌한지를 묻는다. 그러나 티투스는 아니라고 답을 한다. 그러자 베스파시아누스는 "그 돈은 소변에서 나온 것이란다"라고 말을 한다.


“Pecunia non olet”라는 이 문구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돈의 가치가 그 출처에 의해 오염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데 사용된다. 그런데 사실 우리가 사용하는 화폐, 동전이든 지폐이든 간에. 코에 대고 냄새를 맡아보면 분명 불쾌한 금속성 냄새가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이 냄새가 땀과 같은 물질이 금속성 물질과 반응하면서 공기 속으로 방출되어 나올 때 나는 냄새라고 한다. 즉 ‘돈 냄새’는 실제로 피부와 반응하는 금속에서 발생하는 몸 냄새인 것이다.


그렇게 냄새가 나는 돈이거나 또는 다 낡은 헌 돈 이거나 간에 똑같은 효용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 그 돈을 미치도록(?) 좋아하고 긁어모으려는 사람들이 있는 게 아닌가. 


오늘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청에 출두를 했다. 그간의 여러 혐의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해 어려운 발걸음을 한 것이다. 그런데 가만 보면 적지 않은 혐의의 대부분이 돈과 관련된 것들이다. 도대체 얼마를 해 먹은 건지 아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얼마나 도움을 준건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역시 그의 혐의에서 핵심은 돈 냄새가 구린가 아님 견딜만한 것인가의 여부일 것 같다.


모두가 “돈 때문”이라는 혐의는 어찌 보면 치욕스러운 일이 아닌가. 세탁한 돈은 아무리 감추려 해도 슬며시 돈 특유의 고약한 냄새가 나기 마련이니 말이다. 그는 돈을 세탁한 사람까지 돈 냄새가 배어 악취가 난다는 사실을 알기는 하는 걸까? 


간혹 우리 주변에서 재능과 재물을 나누어 쓸 줄 아는 사람을 만나거나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는 당당한 모습을 보게 될 때 참 멋지고 향기롭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더구나 자신의 희생을 무릅쓰면서까지 남을 돕거나 심지어 자신의 전 재산을 내놓거나 목숨까지 희생하며 남을 구해주는 의인들을 보게 될 때 말할 것도 없이 고귀한 인간의 향내가 우리를 감동케 한다. 


부디 이전 대통령에게서 더러운 ‘돈 냄새’가 아니고(“Non-Olet”) 그야말로 향기로운 고귀한 인간의 냄새가 손톱만큼이라도 배어 있기를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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