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 한마디 / "현재를 즐겨라"
카르페 디엠(Carpe diem), 이 말은 호라티우스가 쓴 라틴어 시의 한 구절이다. 이 말은 흔히 ‘현재를 잡아라’(Seize the day)라는 말로 번역을 하지만, ‘carpe’는 "즐기다, 잡다, 사용하다, 이용하다"라는 뜻이 있기에 오히려 ‘오늘을 즐겨라’라고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카르페 디엠”, 이 말을 우리가 기억하는 건 아마도 “죽은 시인의 사회”(1989)라는 영화 때문일 것이다. 명문고등학교에 부임한 주인공 키팅 선생은 수업시간에 영국 시인 로버트 헤릭(Robert Herrick, 1591-1674)의 시 “처녀들에게”를 읽어주고 그 시를 갖고 학생들과 토론을 한다.
“왜 시인은 할 수 있을 때 장미꽃 봉오리를 모으라고 했을까? 그것은 우리 모두 언젠가는 죽을 것이기 때문이지.” 키팅 선생은 학생들에게 도망치듯 사라지는 세월 속에서 장미꽃 봉오리를 모을 수 있는 시간을 붙잡으라(카르페 디엠)고 당부를 한다. "카르페 디엠, 오늘을 즐겨라, 소년들이여, 삶을 비상하게 만들어라."라고 외친다. 이 대사를 미국영화연구소(AFI)는 미국 영화 100대 명대사로 선정한다.
호라티우스가 쓴 시 "현재를 즐겨라, 미래에 대한 기대는 최소한으로 해두고"(Carpe diem, quam minimum credula postero)는 아래의 시(원문) 마지막 구절에 나온다.
Tu ne quaesieris, scire nefas, quem mihi, quem tibi finem di dederint,
(신들이 나와 그대에게 무슨 운명을 주었는지 알려고 하지 말게나, 안다는 건 불경한 일)
Leuconoe, nec Babylonios temptaris numeros.
(레우코노에여, 점을 치려고도 하지 말게나)
Ut melius, quidquid erit, pati.
(더 나은 일은, 미래가 어떠하든 주어진 대로 겪어내는 것이라네)
Seu pluris hiemes seu tribuit Iuppiter ultimam,
(유피테르 신께서 그대에게 주는 게, 더 많은 겨울이든 마지막 겨울이든)
quae nunc oppositis debilitat pumicibus mare Tyrrhenum:
(지금 이 순간에도 티레니아 해의 파도는 바위를 깎고 있다네)
sapias, vina liques et spatio brevi spem longam reseces.
(포도주는 그만 익히고 따르기나 하세, 인생은 짧으니 미래에 대한 기대는 줄이게나)
dum loquimur, fugerit invida aetas:
(지금 우리가 말하는 동안에도 시간은 우릴 시기하며 흐른다네)
carpe diem, quam minimum credula postero.
(현재를 즐기게나, 미래에 대한 기대는 최소한으로 해두고)
호라티우스의 아버지는 해방 노예였다. 그는 아들을 출세시키기 위해 로마로 데려가 공부를 시킨다. 호라티우스는 청년이 되자 카이사르를 암살한 브루투스 군대에 들어간다. 그리고 그는 그동안 아버지 덕분에 많은 교육을 받았기에 군사장관이라는 직책을 갖게 된다.
그러나 기원전 42년 브루투스는 옥타비아누스와 전투에서 패하자 도망자 신세가 되고 호라티우스 역시 몰락하고 만다. 다행히 호라티우스는 옥타비아누스의 사면을 받아 로마로 돌아오게 되고 재무관 서기로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때부터 호라티우스는 정치보다 전원생활을 즐기며 시를 쓰기 시작한다. 그로부터 2년 후 옥타비아누스가 황제에 오르면서 호라티우스의 시에 반해 그에게 비서가 되어줄 것을 부탁한다. 그러나 호라티우스는 더 이상 정치에 관여할 생각을 접고 전원생활에 몰두할 요량으로 그의 제안을 거절한다. 호라티우스 스스로 남은 여생을 즐기고 자신만의 시간을 붙잡기 위해서, 카르페 디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