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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수 Feb 02. 2019

아르고스가 죽어야 했던 이유

1. 아르고스의 눈     


공작새 수컷이 날개를 활짝 핀 모습, 참 멋있지요?

이 처럼 화려한 새가 또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데 아마 공작새 날개의 무늬 때문에 더욱 화려한 느낌을 갖는 것 같습니다.

공작새의 날개를 자세히 보면 흡사 눈같이 생긴 무늬를 보게 됩니다.

수없이 많은 눈으로 장식한 새, 그 많은 눈으로 세상을 보면서도 아무 말을 하지 않는 달관한 새,

그런데 알고 보니 공작새의 날개에는 나름대로 사연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신들의 왕인 제우스는 지위에 걸맞게(?) 꽤나 바람둥이였나 봅니다. 

그래서 그의 아내 헤라는 늘 남편의 동정을 살피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날이 어두워지는 것을 보고 순간 헤라는 제우스가 필시 세상에 알려지기를 꺼리는 소행을 저지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그때 헤라는 구름 속에서 제우스를 발견합니다. 

그의 곁에는 한 마리 아름다운 송아지가 있었습니다.

강의 신 이나코스의 딸 이오가 암송아지 모습으로 변한 것이었습니다.     


제우스는 그녀와 사랑을 나누다 아내인 헤라가 가까이 오는 것을 보고 얼른 이오를 암송아지 모습으로 바꿔버린 것입니다. 

하지만 헤라가 그것을 모를 리 없지요.

헤라는 시치미를 떼고 암송아지를 자기에게 선물로 달라고 간청합니다.

제우스는 자기의 연인을 아내에게 주기 싫었지만 못 준다고 하면 의심을 받을 것 같아 주고 맙니다.

헤라는 송아지를 아르고스에게 엄중히 감시하도록 합니다.  

   


머리에 눈을 백 개나 가지고 있는 거인 아르고스에게 이오는 풀어달라고 애원하려 했으나 말은커녕 목소리가 소의 울음소리를 닮아 아무 말도 못 하고 맙니다.

이오는 자신이 말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자신의 이름을 모래 위에 써서 이 사실을 가족에게 알립니다.

그녀의 아버지 이나코스가 그것을 알아보고는 애통해합니다.

제우스는 애인의 고통을 보고 괴로워하다가 헤르메스를 불러 은밀히 아르고스를 퇴치하도록 명을 내립니다.    

 

헤르메스는 제우스의 아들이었는데 머리에는 날개 달린 모자를 쓰고 아주 날렵한 몸매를 지니고 있어 여행의 신, 또는 지옥과 천국을 넘나드는 신 등으로 묘사되기도 합니다.

사실 헤르메스도 제우스가 티탄 신 아틀라스의 딸인 마이아와 몰래 사랑을 나누고 얻은 아들이었습니다.     

헤르메스는 목동으로 변장해 피리를 불면서 인간세상으로 내려옵니다.

그가 부는 피리는 쉬링크스로 불리는 팬 플르트, 또는 판의 피리라는 갈대피리였습니다.

이오를 지키고 있던 아르고스는 처음 보는 악기가 신기해 귀를 기울이며 헤르메스의 연주와 전원의 신, 들의 신인 쉬링크스의 사랑이야기를 듣다가 스르르 모든 눈을 감고 그만 잠이 들고 맙니다.

아르고스는 눈이 100개나 되는 괴물이었는데 아무리 졸려도 눈이 몇 개는 떠있어 그의 감시를 벗어나는 건 거의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아르고스는 헤르메스의 감미로운 음악과 이야기에 취해 그만 자기도 모른 채 스르르 모든 눈을 감아버리고 만 것입니다.

헤르메스는 아르고스의 눈이 전부 감기는 것을 보고는 단숨에 그의 목을 베어버립니다.  

  

헤라는 이오를 지키다 죽은 아르고스의 눈들을 빼어내 자기가 기르는 공작의 날개에 달아 줍니다.

이때부터 공작새는 눈 달린 화려한 날개를 자랑합니다.

한편, 헤라의 복수심은 더욱더 불타올라 이오를 괴롭히기 위해 쇠파리 한 마리를 보냅니다.

쇠파리는 이오를 추적하여 어디든지 쫓아다니며 귀찮게 합니다.

결국 제우스는 헤라의 증오심에 무릎을 꿇고 맙니다.

제우스는 헤라에게 이오와의 관계를 끊겠다고 단단히 다짐을 하고 이오를 송아지에서 원래의 인간 모습으로 회복시킵니다.     


공작새가 봄이 되면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한껏 자태를 뽐내는데 그럴 때마다 날개 속에 숨어있던 아르고스의 눈이 나타납니다.

결국 그 눈은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나태한 수호신 아르고스의 또 다른 화신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다소 씁쓸한 느낌이 듭니다.      

  



2. 백만 송이 장미처럼     


어느새 제 브런치 뷰가 100만이 넘었습니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불과 몇 년 되지 않은 듯한데 그사이 적지 않은 분들이 제 브런치를 다녀간 거지요.

문득 브런치에 표시되는 통계 숫자를 보다가 화들짝 놀라 바라만 보았습니다.

제 글이 보잘것없는 글인 줄로만 알았는데 알음알음 찾아와 쉬었다 가신 분들이 백만이 넘었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잘 믿기지 않았습니다.     


문득 어떻게 그리 소리 소문 없이 가만가만 조용히 다녀들 가신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재미난 놀이터 하나를 발견한 그런 마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아니면 뭐 이런데가 다 있을까라는 생각에 휘리릭 둘러보고 가시기도 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정이야 어쨌든 간에 백만 명의 사람들이 다녀간 사실은 사실이기에 한분 한분 모두에게 정중히 고맙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 고운 발길 거두지 마시고 계속해서 찾아주시고 사랑을 베풀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백만 송이 장미처럼 향내 가득한 백만 명의 독자들!

그리고 브런치를 아끼고 찾아주시는 모든 독자분들에게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인사와 함께 새해에도 좋은 글로 찾아뵐 것을 약속드립니다.

다시 한번, 황금돼지해에 모두 모두 건강하시고 대박 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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