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를 찾아가는 인문학 여행 / 네덜란드 3
문득 인터넷 모 종교신문에 게재된 어떤 종교 대학 교수이자 목사라는 사람이 쓴 글이 내 눈을 의심케 한다. “개신교 국가인 네덜란드가 어찌 이 지경까지…”라는 제목의 글인데, 아래와 같이 네덜란드 방문에 대한 첫인상을 적었다.
“안타깝게도 오늘날의 암스테르담은 코카인과 동성애 등을 합법화한 세계에서 제일로 자유 분망 한 도시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거리 어디에서나 합법적으로 대마초를 피울 수 있으며, 홍등가에 위치한 섹스 박물관은 관심 있는 관광객들에게는 유럽 최고의 장소라고 한다. 피와 땀의 결실로 일구어 놓은 개신교 국가인 네덜란드가 세속화와 방종의 나라로 퇴색되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성령의 비상한 능력으로 인한 부흥이 이 땅을 새롭게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하는 절박한 기도가 솟구쳐 올랐다.”(이하 생략)
이 사람 말 한마디 한마디가 한국 목사의 공통된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기를 바라면서 읽어본다. 천천히 글을 살펴보니 어쩜 우리들 모두가 이런 견해를 조금이라도 가진 적이 있는 건 아닐까라는 우려가 든다. 보지도 않고 본 것처럼, 또한 남들이 그렇다고 하니 정말 그런 것처럼, 아쉽게도 그의 태도는 단순히 자신이 목사라는 신분임을 강조하고 싶어 객기를 부리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교수라는 직함도 가지고 있음을 밝혔으니 교수로서 제대로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한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 암스테르담 중앙역 맞은편에 있는 19세기 말에 암스테르담의 수호성인 니콜라스의 이름을 따서 지은 성당, 성당 주변에 즐비하던 성매매업소는 몇 년 전부터 다 사라지고 없어지고 다른 곳만 남았다.
* 성매매업소를 보여주는 포스트카드와 성매매업소 골목
* 암스테르담 중앙역에서 시내로 가는 길목에 있는 박물관, 돈 벌려는 목적으로 시시 콜콜한 걸 갖다 전시하고 돈을 버는데 내용이 너무 부실해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 그냥 재미로 생각하면 그나마...
그가 지적하는 몇 가지 점들은 네덜란드를 말할 때 중요한 사항임에 틀림없을 듯하다. 그러나 그 내용과 사실은 보는 시각과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사실을 좀 더 정확히 알아볼 필요가 있겠다.
먼저, 쓸데없는 말 같지만 섹스박물관은 홍등가에 위치해 있지 않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란다. 함부로 남의 나라 수도 전체가 마치 홍등가 인양 비아냥거리는 표현은 지극히 불손하고 오만한 사이비 종교인의 태도일 뿐이다. 아울러 “성령의 비상한 능력으로 네덜란드를 새롭게 해야겠다”라는 표현은 성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오만한 성직자가 성서를 거들먹거리며 거만을 떠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개뿔(쥐뿔이 아니라)도 모르면서’, 네덜란드가 지닌 ‘관용’을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그런 표현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
사설이 길었는데, ‘헤도흔(Gedogen)’ 네덜란드를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있는 말이다. 인내하다, 베풀다. 용서하다, 또는 관용이라는 뜻을 지닌 이 네덜란드 말은 네덜란드 정부가 암스테르담에서 관용을 베풀고 있는 ‘자유’의 행태들을 예로 들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마약; 커피숍이라는 곳에서 마약을 판매하는데, 업자는 하루 500그램만 판매할 수 있고 구매자는 하루 1인당 5그램만 구입이 가능하다. 단, 구매자가 원할 경우 다른 커피숍에 가서 또다시 5그램을 구입한다면 증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구입이 가능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마약 판매와 구입 규정은 철저히 구매와 판매에 관한 사항을 모두 기록해야 하기에 나중에 이중 구입이 발각되어 법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면 구매자 개인은 물론 판매자도 영업허가가 취소되고 심지어 엄한 처벌까지 받게 된다.
* 암스테르담에서 각종 마약류를 즐길 수 있다. 그러나 마약을 가지고 네덜란드 국경을 넘을 수는 없다.
* 마약을 찾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기 때문에 문을 닫는 카페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는 구매자와 판매자는 반드시 자신이 지켜야 하는 법 테두리를 절대 벗어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따라서 모든 행위는 법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모든 자유는 이처럼 법이 정한 테두리 내에서 자유이다.(* 바퀴벌레를 왜 가만 놔두느냐고 하는 건 불필요한 논쟁일 뿐이다. 오히려 제한된 자유를 통해 마약범죄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오기에 다른 나라보다 오히려 네덜란드의 마약사범 수는 극히 미미하다. 그리고 만일 이곳에서 합법적으로 구입한 마약이라 하더라도 국내에 반입하는 것은 불법이고 처벌을 받게 되니 절대로, 절대로 반입하지 마시기를 바란다.)
둘째, 성매매; 암스테르담은 공창제도를 운영한다. 성매매와 관련된 모든 조건들, 예를 들면 성매매자의 건강상태나 허가된 장소에 비치해야 하는 물품의 종류와 방의 청결상태 등에 이르기까지 각종 조건들을 법으로 정해 항시 필요한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관리 감독함으로써 성매매 업소의 위법과 관련 문제들을 철저히 관리 감독한다.
암스테르담 시는 엄격하게 허가조건을 지키지 못한 성매매 업소들을 몇 년 사이에 영업정지시켜 그 수가 반이상 줄어들었다고 한다. 특히 성폭력 사건은 거의 제로상태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최근에 암스테르담 중앙역에서 가까운 곳의 성매매 관광코스(?)가 사라졌고 예전에 비해 1/3 정도만 남아 영업을 지속하기에 그 동네 분위기는 점점 더 썰렁해지고 있다.
셋째, 동성애; 1998년부터 법으로 동성결혼을 허용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네덜란드이다. “또 하나의 아들을 얻게 되었다”라고 기뻐하는 시아버지(?)의 달뜬 목소리가 텔레비전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보면 결코 과장되거나 가식적이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 유럽에서 가장 자전거 보급률이 높은 나라, 네덜란드
* 운하에서 수상가옥에서 사는 사람들도 생각보다 많다.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할 때 꼭 어떤 한 가지 시각으로만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오직 한 가지만이 답이 된다면 인간이란 존재는 어쩌면 사이보그처럼 단순히 인간처럼 행위하는 로봇 같은 존재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특히 마약과 성매매, 그리고 동성애에 대한 시각이 그렇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이상 몇 가지 예를 들어 암스테르담의 ‘관용’과 ‘자유’라는 개념의 관계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런 사항들은 분명 다른 나라에서 대부분 금기시하는 것들이지만 네덜란드는 법으로 허용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단, 이러한 사항들은 엄격히 법을 준수해야만 누릴 수 있다는 점도 동시에 이해해야 할 것이다.
법으로 명시하지 않은 사항들은 절대 허용되지 않으며, 원하거나 필요한 사항은 반드시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 법으로 만들어야만 한다. 따라서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과정, 즉 민주주의 제도가 절대적으로 중요할 수밖에 없다. 어떤 사회에서든 합의되지 않은 내용을 국민들이 일방적으로 지키도록 강요하거나 혼자서 몰래 즐기려 한다면 그건 절대적으로 불법적인 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암스테르담에서 누리는 자유는 모두 ‘합의된 자유’인 것이다.
네덜란드가 다른 나라에서 허용하지 않는 사항들을 허용하는 것은 바로 네덜란드 사회가 그만큼 개방적이고 진보적인 사회적 규범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러한 네덜란드의 규범은 다른 나라에서 금기시되는 것들을 자유로이 개방하고 허용함으로써 다른 사회보다 상대적으로 관용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민주적인 사회임을 의미한다.
이처럼 네덜란드가 관용을 베푸는 사회로 자리 잡았기에 근대에 이르러 세계를 제패하는 제국주의까지 가능했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따라서 이제부터 네덜란드가 어떻게 관용의 사회로 자리 잡고 발전하게 되었는지 네덜란드로 가 보자.
* 네덜란드 왕궁 앞은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대고, 안네 프랑크의 다락방을 보려는 사람들은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서고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