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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수 Jan 02. 2017

2017, 새해를 맞으며


1.


내 안의 겨울나무 /  박기동 


저 창밖에 겨울나무 한 그루 서 있습니다 

지난가을 일찌감치 자기 몫을 다한 이 파리들을 모두 지우고 

손이란 손은 모두 벌 받듯이 하늘 향해 높이 들고 

온몸으로 눈보라 속에서 강추위를 견디고 있습니다 


거기에만 겨울나무가 삭풍을 견디는 것은 아닙니다 

내 안에도 언제부터인가 

겨울나무 한 그루 들어와 서 있습니다 

전염성 강한 연두색 불씨 하나 터뜨리면서 밀어내면서 

뿌리는 지난가을보다 더 힘을 주고 있습니다 

자기 몸속을 천천히 오르는 수액을 붙잡아 세우고 

겨울나무는, 내가 얼마나 새순을 밀어내려 애쓰는지,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온 세상에 통사정합니다 


겨울나무 몸속을 들어가 보면 

봄나무를 준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매일 새로 태어나고 싶은 열망들이 모여 

수액으로 솟아오른다면 새 아침이 열리리라는 희망 

겨울나무 몸속에서 뜬금없이 

연초록 새순을 밀어 올리는 봄나무를 볼 수 있습니다


* 점봉산에서



2.


2016년이 지나고 2017년이 밝았습니다.

한 해를 시작하면서 이 글을 씁니다. 

새로운 각오도 필요하지만 잠시 새해를 맞으며 너무 급하게 달리기보다 여유를 부려보고 싶었습니다.

사실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오고 싶었는데 그러지를 못하고 있으니 좀 거시기합니다.

그래서 잠시 눈을 감고 안드로메다로 환상여행을 해 봅니다.


갑자기 요 며칠 한파로 또다시 추위가 엄습하고 있네요.

창문으로 들어오는 따스한 햇볕이 마치 하늘나라에서 보내준 보료처럼 감미롭습니다.

창가에 앉아 햇볕을 벗 삼아 책을 읽으려는데 문득 차가 마시고 싶어 집니다.

차를 한잔 끓이고 다시 책상머리에 와 앉습니다.

어느새 강아지 두 마리도 제 발치에 와 앉아서 햇볕을 쬐고 있고, 잠꼬대를 하기도 합니다.


마리와 레오



창밖에 눈이라도 내려주면 운치가 있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는데 문득 산속 어디선가 오소리 같은 짐승들이 눈 속을 헤집고 뛰어다니던 모습들이 선하게 떠오릅니다.

그런데 순간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자연이 대견스럽고 고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게 어쩌면 우리 사는 방식이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봅니다.


스스로 변화할 줄 아는 사람

마치 겨울나무처럼... 


아무리 힘들어도 조금만 참고 기다리면 봄이 오는 건 자명한 일.

어쩌면 봄이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응어리진 가슴 저 밑바닥에서부터 서서히 연두빛깔 새순이 돋아 오르듯이

겨울나무처럼


그건 단순한 희망이 아닙니다.

천지개벽을 꿈꾸는 자의 소망입니다.

그리고 절규입니다.


그래서 절대 자괴감 따위를 말하지 말고

새해에는 더욱 가슴을 열어젖히고 모두를 맞으라는,

그리고 더욱 사랑하라는

이 겨울에 스스로 거는 주문입니다.

새해를 맞기 위한 애절한 송가이기도 하구요


* 지난해 부족한 저의 글 읽어주시고 관심 가져 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 새해에도 모두들 건강하시고 소원 성취하시기 바랍니다.


무지개를 찾아가지 말고 무지개 되어 다른 사람들이 찾아오도록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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