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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연 Mar 11. 2023

손편지

나의 친구들에게


내가 처음 편지를 쓰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3, 4학년 때쯤이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학교에서 시켜서 쓰는 것 말고 내 진짜 마음을 담아 누군가를 위해 쓴 편지 같은 것들 말이다.


주위에서 써 달라고 조르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냥'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나만의 방식으로 마음을 전했다.


그 이후에도 편지를 쓰는 이유는 다양했다. 생일이니까, 해가 바뀌는 순간에, 시험 등 중요한 일을 앞뒀을 때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며 편지를 썼다.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돌아오는 답장의 횟수는 줄어들었다. 실은 내가 편지를 쓰는 이유에 '답장'은 없었다. 물론 내가 쓰는 것 이상으로 받는 걸 너무나도 좋아하지만 강요할 순 없었다. 대가를 바란 편지는 아니었으니 고맙다는 마음이면 충분했다. 편지를 쓰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다그칠 수 없었다. '잘 받았다'는 말에 얼마나 많은 마음이 담겨 있는지도 잘 안다.


내가 편지를 쓰는 대상은 단순하다. 어떤 이유에서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면 됐다.


아무리 애를 써도 사람의 마음을 온전히 드러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보이지 않는 마음을 글로 풀어내는 건 더욱 어렵다고 생각한다. 편지를 길게 쓴다고 마음이 더 전해지게 아닌 것처럼, 한 줄짜리 쪽지여도 더 큰 마음을 전할 수도 있다. 나는 늘 변명과 사족이 많아서 편지가 길어지는 편이다. 어떨 때에는 이 긴 편지가 상대를 곤란하게 만드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예를 들면, '생일 축하해'라는 한 마디를 하기 위해 생일이라는 게 얼마나 감사한 날인지, 태어나서 나와 만나게 된 기적 같은 일에 대한 것 등등 장황하게 포장을 하고 그제야 '생일 축하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편지가 '글'이라는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편지를 '글'의 카테고리에 담기엔 너무 거창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고등학교 때 친구가 나에게 '편지 잘 쓴다'라고 말했던 때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때는 그냥 고맙다는 말의 다른 표현 정도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편지를 잘 쓰기 위해 노력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그때 친구의 말을 조금은 진심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물론 아직까지도 잘 쓴 편지가 무엇인지 잘 모를뿐더러, 가끔은 보내놓고 후회하는 경우도 있다. 너무 오버하는 것 같아서.


하지만 내 오버를 마음 깊이 담아주는 사람들이 있어 계속해야겠다. 내 편지를 받은 나의 친구들이 ‘내가 곁에 있어 다행이다’라고 느끼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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