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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표 Aug 23. 2016

아이들의 "가치 판단"에 재량권을 주자

험난하고 변화무쌍한 시대를 헤쳐나갈 수 있는 미래형 인재의 길

자존감이 낮은 사람, 자존감이 높은 사람


심리학에서 자존감(자아존중감, self-esteem)은 말 그대로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정의합니다. 자신을 어떻게 이해하고 평가하느냐, 즉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지속적으로 갖는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 "신념체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자신이 어떤 과업을 해낼 능력이 있다고 믿질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 같은 놈"이 그 일을 성취해서 좋은 보상을 얻을 가치가 없다고도 생각할 수도 있지요.


일반적으로 주어진 과업들에 대해 "해낼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한 까닭에, 세상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며 타인에 대해 극단적인 적대성이나 의존성을 보이게 됩니다. 자존감이 낮은데 왜 세상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극단적 적대성 혹은 의존성의 이중적 태도를 보이게 될까요?


그것은 존재의 불안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미천한 생명이라도 (심지어 자기를 매우 부정적인 존재로 인식한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존재의 항상성을 유지하려는(그 반대급부인 사라짐/죽음의 공포를 두려워하는) 아주 근원적인 본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세상에 존재하기 위해(그것이 육체적이든 사회적이든), 혹은 사라짐의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극단적인 의존성으로 존재를 유지하려는 행동이나, 극단적인 적대성으로 주변의 적을 물리치려는 행동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 행동은 얼핏 보면 자석의 N극/S극처럼 서로 전혀 상반된 것으로 비추어지지만, 그 이면에는 같은 원인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고 알쏭달쏭한 부분이기도 하지요.


반면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매사에 자신이 있고, 수용적이며 긍정적입니다.


자기 존재의 의미, 즉 본인이 이 세상에 있어야 할 당위성에 확신이 있기 때문에, 타인이 자신을 겁박하더라도, 혹은 사회적 사건들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를 좌절시켜서 힘들게 하더라도 결국은 자신이 그것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혹은 그것을 이겨내지 못하더라도 자신은 소중한 존재라는 "비빌 언덕"이 있기에 대범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실패를 하더라도 재기 발랄하며, 타인의 잘못에도 너그럽게 넘어갈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자존감의 정체, 가치 방향에 대한 흡족한 만족 경험


그럼 이런 "자존감"을 결정짓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그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 방향"과, 그 가치를 실제로 흡족하게 수행해내고 있는지의 여부에 달려있습니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예를 든다면, 집안이 부유하고 외모도 출중한 학생들이 낮은 성적에 크게 개의치 않고 자신만만한(그래서 얄미운) 태도를 보이는 사례를 생각해보시면 됩니다. 그 학생은 "가치 방향" 초점이 경제력과 외모에 맞추어져 있고 그것에 만족하고 있는 까닭에, 성적에 대해서는 연연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부모님 또한 굳이 그런 것을 압박하지 않고 말이지요.


그와 정반대의 경우도 가능합니다. 마찬가지로 경제적으로도 괜찮고 외모도 그럭저럭 세상 사는데 불편함이 없어 보여도, 집안 식구들이 모두 SKY 출신에 의사를 하거나 의대를 다니는 형/누나가 가득하다면, 이 친구는 높은 확률로 자신의 낮은 성적을 비관할 소지가 있습니다. 부모님이 보이는 무언의 압박, 자기 스스로 집안사람들과 비교하여 평가절하되는 상황이 스스로를 부족한 인간이라고 평가 내리게 만드는 것이지요.


결국 같은 상황이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개인의 "가치 방향"이 어디에 걸려있느냐에 따라, 누가 보더라도 부족함이 하나 없어 보이는데 자존감이 낮은 학생이 있을 수 있고, 누가 보더라도 믿을 구석이 하나 없어 뵈는데 근거 없는 자신감만 가득한 학생이 있을 수 있단 것이지요.


그리고 이 "가치 방향"은 대개 사회 통념상 "학교 성적"에 많은 부분을 차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쨌든 학생은 공부를 잘하는 것이 최고의 덕으로 받아들여지는 강력한 문화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공부 못하는 학생들은 한 수 접고 들어가게 만드는 상황들을 연출하기 때문입니다.


본인이 정말 강한 의지로 "나는 두루 친구들과 잘 사귄다."는 가치에 초점을 두고 산다 하더라도, 그것을 부모님이나 학교, 다른 어른들이 부정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사회 시스템 또한 유무형의 페널티가 주어지는 환경에서는 높은 자존감을 갖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학생들은 이런 부정적 메시지에서 살아남기 위해(자기 존재의 정당성을 지키기 위해), 강력한 자기 방어(허황된 자기 인식, 타인과의 대화 단절)를 하거나 타인을 공격(적극적 반항)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가치 판단에 재량을 주면 어떨까?


저는 여기에 의문 하나를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의 긴 인생행로에서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일까?"하는 것입니다.


물론 좋은 성적을 받아 누구나 선망하는 명문대에 진학한 학생들이, 그렇지 못한 학생들에 비해 건강한 자존감을 갖게 될 확률이 높은 것은 분명합니다. (그에 비례해서 치기 어린 자존심으로 주변인들을 피곤케 하는 부분도 있긴 합니다만...)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두가 그런 목표를 달성할 수는 없습니다. 누군가는 지금까지의 패착으로, 죽었다 깨어나도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상태에 놓여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 학생들에게 스스로 목표를 낮추어 "현 상태에서의 최선"을 달성토록 하는 것이, 과연 "우리 교육의 최선"일까요?


비록 공부를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은 못하더라도,

그래서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산골 숲 속의 대학교에 입학한다 하더라도,

학생이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지닐 수 있고 공부가 아닌 다른 가치에도 방향을 둘 수 있다면,


심지어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조차도

시험 성적 이상의 중요한 가치, 반영구적인 가치에 방향을 지닐 수 있도록 조력을 하고, 학생의 가치 판단에 재량을 허(許)하는 그런 사회가 된다면 어떠할까요?


아마도 우리는 짧디 짧은 학창 시절 시험 성적의 좋고 나쁨 여부를 떠나, 사람의 긴 인생행로에 있어 정말 중요한 가치를 얻고 깨달을 수 있는 멋진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 훗날 주도적이고 긍정적인 자세로, 이 험하고 변화무쌍한 세계를 적극적으로 헤쳐나갈 수 있는 미래형 인재로 거듭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 시작은 그리 거창한 게 아닙니다.


부모님부터, 교사들부터 학생의 있는 그대로 존재 가치를 긍정해주고,

학생이 자신에게 적합한 "가치 판단의 대상"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주며,

학생이 선택한 가치 대상에 대해 재단하지 않는 것으로도,


우리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신자유주의적 시장자본시스템에 의해 파편화-양극화된 사회,

한계비용 제로사회와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줄 희망과 위기,

힘없는 개인은 혼돈의 미래를 헤쳐나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첨단 기술 사회 속 우리는 어디에 서있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사회, 경제, 정치, 문화, 교육, 역사, 미래기술 등 다양한 영역의 현상을 조망하고 원인을 분석하여, 순환의 가치관과 이타적 본성의 공동체의 탄생을 주문하는 『이기심의 종말』(부제: 당신은 어떤 내일을 꿈꾸십니까)이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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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목차 정보 >

1장. 우리 앞의 현실

1. 자본주의와 개인소유 사상
자본주의 / 블라인드 스팟 / 개인소유 사상
2. 개인소유 사상의 사회문화
생존과 투쟁, 공동체의 역사 / 한국의 공동체 해체 / 혼자가 될 때까지 / 경영과 노동 / 기업 조직 문화 / 교육 / 자녀 양육 / 국가 정치/ 경제 제도 / 학문과 문화 / 성 역할 갈등 / 이성 교제 / 행복
3.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개인편
경제 능력의 상실 / 직업의 귀천 / 실직과 사회 안전망 / 결혼, 출산, 경력단절 / 산업 구조의 변화 / 주거 불안정 / 자녀교육 / 질병, 사고, 장애 / 다시 일어설 기회가 없는 사회
4.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사회편
빈부 격차, 소득 격차 / 청년 빈곤 / 저출산, 노령화 / 산업 성장의 정체 / 미래 인재의 부재 - 교육과 기업문화 / 필연적 불황과 전쟁 


2장. 선택의 시간

5. 순환, 지속가능한 삶의 가능성
개인의 위기, 사회의 위기 / 순환의 부재 / 기업 내 개인의 순환 / 기업 스스로의 순환 / 기업 밖에서의 개인의 순환 / 자본의 순환 / 직업 분배의 모순 / 직업의 가치, 개인의 가치, 사회적 효용 / 순환이 있는 사회
6. 공유경제와 한계비용 제로사회
공유경제의 역사 / 공유지의 희극, 인터넷 / 인터넷 + 자본주의 = 한계비용 제로사회 / 에너지 인터넷, 운송 인터넷 / 공유경제의 현재와 미래
7. 제4차 산업혁명과 위기의 미래
제4차 산업혁명 / 이제 기업과 노동자는 어떻게 돈을 벌지? /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 / 창의적 직업으로의 전환, 가능할까? 


3장. 미래를 여는 열쇠

8. 공유경제 시대의 사상들
협력적 공유주의자의 시대 / 망중립성, 오픈소스 운동가들 / 공유가 소유를 앞서 나가는 시대 / 공유가 가진 힘의 원천 / 공유경제 시대의 동반자들
9. 지속가능한 삶을 향한 의식적 연대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이들의 연대 협력의 필요성 / 기술의 진보, 연대의 가능성 / 중앙 집중화된 권력에서 분산된 권력으로 / 연대 협력의 장애물들
10. 개인소유 사상의 그림자
미래를 결정하는 것 / 자기포장, 위선, 성장 절대주의 / 배려와 공감이 없는 자기중심 사고 / 불신 / 물질만능주의와 소유욕
11. 개인에서 공동체로
내려놓기 / 보다 영속적인 가치 / 관심, 인정, 배려 / 공동체 의식의 확장 


4장. 우리가 꿈꾸는 세상

14. 우리가 꿈꾸는 세상
소유자, 생산자, 소비자가 하나 된 공유기업 / 생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되는 사회 안전망 / 최소 지원(복지)의 기준 : 주거, 교육, 질병 / 개인의 성장과 사회적 기여에 특화된 직업 / 변화된 교육이 바꾸어갈 세상 / 제약적 가족 관계에서의 해방 / 여성에 대한 관념의 변화 / 여성, 남성이 아니라 개인으로 대접받는 사회 / 지속가능한 삶이 있는 사회
15. 우리를 넘어 세계를 향해
  페이비언 사회주의, 칼 폴라니, 제3의 길 / 서양과 동양의 문화적 차이 / 언어의 힘, 한민족의 정신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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