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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표 Sep 07. 2016

기본소득, 경제를 넘어선 이야기

필수이지만, 마냥 시작해서는 안 될 제도

기본소득에 대한 이모저모


최근 국내 정치권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관련기사 : 더민주 김종인 "경제 민주화 없인 포용 성잔 난망, 기본소득제 도입 고려할 때 됐다.") 세계적으로도 기본소득의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사회적 실험이 시작되고 있으며, 아마 몇 년 후에는 어떤 형태로든 사회 경제 시스템의 한 축이 되어 있으리라 예상되는 바입니다. 그 이유는 다음 기사(관련기사 : 세계는 지금 기본소득 실험 중)에 잘 정리가 되어 있는데요. 요약하자면 좌파, 우파 관계없이 기본소득 시스템이 현재의 사회 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 뜻이 모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을 필두로 한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 제4차 산업혁명의 도래 또한 기본소득 제도의 필요성을 주장케 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 인공지능, 기본소득을 부르다) 저도 예전에 작성한 "한계비용 제로 사회의 위기"라는 제목의 글에서 지속가능한 사회 성장을 위해선 정부 차원의 "부의 재분배"가 필수적임을 명시하였고, 그에 대한 전제로 사람들의 인식 변화가 이루어져야 함을 말씀드린 바가 있습니다. (관련글 : 27. 한계비용 제로사회의 위기)


기본소득과 관련한 현시점의 담론들은, 마침 시사인에서 잘 정리된 시리즈가 나왔기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한 번 쯤 꼭 보시기를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관련기사 : 판도라의 상자 '기본소득') 저도 꽤 관심이 있던 내용이었는데 글을 통해 더 풍부한 정보를 얻고, 이렇게 쉽게 글을 쓸 수 있게 되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


지금 주로 이루어지는 담론들은 경제적 차원의 실효성, 정치적 차원의 가능성, 사회적 차원의 발전 가능성이 대두되는 것 같습니다. 과연 현재의 조세 시스템으로 효과적인 기본소득 제도의 정착이 가능한지?(경제적), 이런 시스템이 자칫 놀고먹는 사람들을 양산해서 사회 전반의 역동성을 하락시키진 않을 것인지?(사회적), 이것이 포퓰리즘에 근거한 허무맹랑한 공약은 아닌지?(정치적)가 그런 것이지요.


저는 이런 이야기들 중 몇 꼭지에 대해 좀 더 발전적인 주제를 끌어내 보고자 합니다.




조세저항을 이겨낼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란?


먼저 현재의 조세 시스템 하에 효과적 기본소득 제도의 정착이 가능한가의 주제입니다. 시사인 기사에 따르면 현 한국 기준 지급 가능한 1인당 기본소득은 연간 232 만원이라 합니다. 월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20만 원이 채 안 되는 돈이지요. 만약 이것을 월 30만 원으로 추가 지급하게 되면 국민의 조세부담률이 24.6% 에서 34.5%로 높아지기 때문에, 납세자들의 조세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OECD 평균으로 공공사회지출률을 높이고, 기본소득으로 상쇄되는 노인층 및 빈곤층에 대한 지원비용을 감안하면 월 30만 원의 기본소득은 충분히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고 하며, 이것을 실현하기 위한 키는 "정치적 능력"이라는 전문가의 의견을 달았습니다. (관련기사 : 내가 받을 수 있는 '기본소득'은 얼마?)


여기서 저는 "정치적 능력"이라고 표현한 것의 실체를 1)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게 될 중위소득 이하의 국민들이 얻을 실효 이득에 대한 언론 홍보, 2) 정부의 조세 행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 확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기사에서는 국민의 전반적 조세부담률이 늘어나는 것만을 이야기했지만, 실질적으로 현시점에서 어느 정도의 소득을 얻느냐에 따라 조세부담 지출 대비 기본소득의 이익이 상쇄되는 사람들이 존재하게 됩니다. 소득이 높은 사람일수록 기본소득 대비 조세부담 지출이 많아 현시점 대비 손해가 되겠지만, "다수"를 차지하는 중산층 이하의 가정이 기본소득 제도로서 이익을 보는 지점을 정확히 계산하여 그것을 정치적 어젠다로 끌어와서 명확히 홍보할 수 있으면 기본적으로 조세부담의 저항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 보기 때문입니다.


또한 여기에 더해 현 정부 및 행정에 대한 국민적 신뢰 확보도 필수적입니다. 이와 관련된 내용 또한 이미 이전 글을 통해 설명하였는데요. (관련글 : 51. 우리가 꿈꾸는 세상(2)) 국가 사회적으로 널리 퍼져있는 전시 행정 및 리베이트 관행들은 국민들로 하여금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주요한 원인이며, 이는 조세저항을 일으키는 큰 요인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가치 있고 싶어 하는 존재이다.
그것을 무엇으로 충족시켜주느냐가 문제이다.


그 다음은 놀고먹는 사람들로 인한 사회 역동성 저하 우려에 대한 주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기본소득을 통해 더이상 일해야 할 동기가 사라진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아무도 일을 하려 하지 않고, 그로 인해 사람을 구하기 위한 실질임금이 올라가서 생산성이 저하되고 기업의 이윤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이지요. 이는 국제적 경쟁력을 저하시키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사회가 퇴행하는 길로 갈 것이고도 합니다.


시사인 기사에서는 이에 대한 반론으로 기술의 발전으로 필연적으로 누군가는 놀아야 할 수밖에 없는 미래, 돈으로 환산되는 노동만이 가치 있는 노동이 아니라는 존재론적 관점을 내세웁니다. 저는 이 내용에 "직업의 가치와 생산성"에 대해 살을 덧붙이고 싶습니다. 재미있게도 이 부분 또한 이전 글의 한 주제로써 이미 다룬 적이 있었네요. (관련글 : 52. 우리가 꿈꾸는 세상(3))


사회적으로 지나치게 사람들이 소모된 만큼 그에 상응하는 놀고자 하는 욕구가 크게 드러나는 것일 뿐,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의미 있는 존재"로서 남아있기를 원하는 욕구를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본소득이 충족된 상태에서의 직업 혹은 기업문화는, 지금보다 훨씬 역동적이고 진취적이며 가치 있는 쪽으로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각종 산업 육성 정책 비용에서도 기본소득에 상응하는 인건비가 상쇄되는 것도 또 하나의 장점입니다. 조금의 인센티브를 포함한 장치비용 등으로도 기존의 정책 지원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지요. 저는 여기에 진정으로 그 일에 가치를 두고 열심히 하는 사람이 종사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지금처럼 "국책과제"이기 때문에 돈벌이를 위해 달려드는 영혼 없는 이들이 제외될 것이며, 이는 궁극적으로 해당 사업의 성공을 이끄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그 일이 필요하기 때문에 혼심을 다하는 사람들이 그것을 맡게 될 것이니까요.


사족으로 또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앞으로 미래에 성장 가능성이 있는 직업은 창의성, 자율성, 주도성이 기반한 분야의 것들이며, 그것은 현시점의 억지 노동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속성을 지닌 것이기에 기본소득 제도는 우리나라 산업의 재편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이러한 제도 변화의 전환점에서 정부 차원의 문화 캠페인 및 교육 제도의 전면적 개편도 빼놓아선 안될 것입니다. 앞서 간략하게 언급한 "소모된 사람들"이 탄력적으로 다시 가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는 일, 줄 세우기 식 경쟁으로 명문대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훈련된 청소년들이 공동체를 위한 사명으로 "직업의 가치"를 일깨우는 일이 병행되어야 직업의 역동성을 살려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다 더 근본적으로는 물질적으로 더 많이 소유해야만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 남을 이기고 눌러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왜곡된 사회문화를 전환시켜야 합니다. 만약 그렇지 못한 상태에서의 기본소득 제도는 그냥 좀 더 돈을 주는 "보너스"에 불과할 것입니다. 사람들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여전히 그 상태에 머무를 것이며, 그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낙오된 이들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그저 "소비만" 하는 일방적 소모품으로 전락해버릴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것은 결국 이 사회의 퇴보이지요.






신자유주의적 시장자본시스템에 의해 파편화-양극화된 사회,

한계비용 제로사회와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줄 희망과 위기,

힘없는 개인은 혼돈의 미래를 헤쳐나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첨단 기술 사회 속 우리는 어디에 서있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사회, 경제, 정치, 문화, 교육, 역사, 미래기술 등 다양한 영역의 현상을 조망하고 원인을 분석하여, 순환의 가치관과 이타적 본성의 공동체의 탄생을 주문하는 『이기심의 종말』(부제: 당신은 어떤 내일을 꿈꾸십니까)이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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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목차 정보 >

1장. 우리 앞의 현실

1. 자본주의와 개인소유 사상
자본주의 / 블라인드 스팟 / 개인소유 사상
2. 개인소유 사상의 사회문화
생존과 투쟁, 공동체의 역사 / 한국의 공동체 해체 / 혼자가 될 때까지 / 경영과 노동 / 기업 조직 문화 / 교육 / 자녀 양육 / 국가 정치/ 경제 제도 / 학문과 문화 / 성 역할 갈등 / 이성 교제 / 행복
3.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개인편
경제 능력의 상실 / 직업의 귀천 / 실직과 사회 안전망 / 결혼, 출산, 경력단절 / 산업 구조의 변화 / 주거 불안정 / 자녀교육 / 질병, 사고, 장애 / 다시 일어설 기회가 없는 사회
4.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사회편
빈부 격차, 소득 격차 / 청년 빈곤 / 저출산, 노령화 / 산업 성장의 정체 / 미래 인재의 부재 - 교육과 기업문화 / 필연적 불황과 전쟁 


2장. 선택의 시간

5. 순환, 지속가능한 삶의 가능성
개인의 위기, 사회의 위기 / 순환의 부재 / 기업 내 개인의 순환 / 기업 스스로의 순환 / 기업 밖에서의 개인의 순환 / 자본의 순환 / 직업 분배의 모순 / 직업의 가치, 개인의 가치, 사회적 효용 / 순환이 있는 사회
6. 공유경제와 한계비용 제로사회
공유경제의 역사 / 공유지의 희극, 인터넷 / 인터넷 + 자본주의 = 한계비용 제로사회 / 에너지 인터넷, 운송 인터넷 / 공유경제의 현재와 미래
7. 제4차 산업혁명과 위기의 미래
제4차 산업혁명 / 이제 기업과 노동자는 어떻게 돈을 벌지? /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 / 창의적 직업으로의 전환, 가능할까? 


3장. 미래를 여는 열쇠

8. 공유경제 시대의 사상들
협력적 공유주의자의 시대 / 망중립성, 오픈소스 운동가들 / 공유가 소유를 앞서 나가는 시대 / 공유가 가진 힘의 원천 / 공유경제 시대의 동반자들
9. 지속가능한 삶을 향한 의식적 연대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이들의 연대 협력의 필요성 / 기술의 진보, 연대의 가능성 / 중앙 집중화된 권력에서 분산된 권력으로 / 연대 협력의 장애물들
10. 개인소유 사상의 그림자
미래를 결정하는 것 / 자기포장, 위선, 성장 절대주의 / 배려와 공감이 없는 자기중심 사고 / 불신 / 물질만능주의와 소유욕
11. 개인에서 공동체로
내려놓기 / 보다 영속적인 가치 / 관심, 인정, 배려 / 공동체 의식의 확장 


4장. 우리가 꿈꾸는 세상

14. 우리가 꿈꾸는 세상
소유자, 생산자, 소비자가 하나 된 공유기업 / 생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되는 사회 안전망 / 최소 지원(복지)의 기준 : 주거, 교육, 질병 / 개인의 성장과 사회적 기여에 특화된 직업 / 변화된 교육이 바꾸어갈 세상 / 제약적 가족 관계에서의 해방 / 여성에 대한 관념의 변화 / 여성, 남성이 아니라 개인으로 대접받는 사회 / 지속가능한 삶이 있는 사회
15. 우리를 넘어 세계를 향해
  페이비언 사회주의, 칼 폴라니, 제3의 길 / 서양과 동양의 문화적 차이 / 언어의 힘, 한민족의 정신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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