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여섯 단계에 관한 정리

본디 우리는 모두가 지고지순한 영혼의 소유자였다.

by 정유표

작년, 회사 프로젝트로 개발하고 관련 특허를 획득한 "인간의 의식발달 단계 통합지도(CUBE Map)"에 대하여, 영혼과 영성 차원까지를 확장하였을 때 의식을 여섯 단계로 구분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단계 : 비의식

2단계 : 무의식

3단계 : 일반의식 (서양 개념에서의 에고자아)

4단계 : 상위의식 (메타인지)

5단계 : 초월의식

6단계 : 영의식 (관점에 따라 5단계와 6단계는 통합될 수 있음)


1단계 비의식은 『우리는 어디서 왔고,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가』에서 논증한 "우리 신체를 이루는 하위 기관들이 갖는 홀론으로서의 작동 의지다. 이것을 의식이라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쟁점은 있지만, "에너지계의 현현 의지가 곧 물질계"라는 전제 하에 설명되는, 인간의 일반의식과는 결이 다른 물질 차원의 의식이다. 어떤 물리 화학, 생물학적 작동을 하며 우리 신체를 이루고 있음은 분명하지만, 인간의 의식은 그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2단계 무의식은 의식의 역치 하에 있으면서 인간의 뇌에 발현되는 전기 패턴으로서의 상태 의식이다. 신경 세포 간 전기 신호를 주고받으며 fMRI 나EEG, MEG로 그 패턴을 검출할 수 있지만, 의식의 역치하에 있기에 개인은 인지하기 어렵다. 프로이드의 무의식 개념에서 잠재되어 있는 기억이라고도 볼 수 있으며, 현대 인지과학 관점에서는 예측하는 뇌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고도의 집중이나 명상을 통해 어렴풋이 캐치할 수 있는 영역이다.


3단계 일반의식은 우리가 보통 이해하고 있는 의식 상태다. 외부 세계를 감지하고 인식한 뒤, 추상 언어화를 통해 감정을 느끼고 생각하고 판단하며 생각을 이끄는 의식이다. 다만 이 의식은 생존 본능에 따른 학습된 반응을 기계적으로 행하는 것에 가까운 수준으로, 인간이 인간답기 위해서는 이 다음의 상위의식이 잘 기능해야 한다.


4단계 상위의식은 흔히 메타인지로 불리우는 의식이다. 일반의식이 자극 감각에 대해 조건반사로써 떠오르는 자연 반응이라면, 메타인지는 자기 몸과 생각으로 올라온 그 자연 반응을 관찰하면서, 자유의지를 발휘하여 그 자연스러움을 따르지 않고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행동하는 의지가 담긴 의식이다. 인간은 이 상위의식을 통해 어제와 다른 나, 과거와 다른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으며 독립된 주체로서의 나를 세워 궁극적으로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경지를 깨달을 수 있다. (2단계에서부터 4단계까지가 "인간의 의식발달 단계 통합지도(CUBE Map)"에서 구체적으로 다룬 영역이다.)


5단계 초월의식은 "나 개체"를 넘어서서 "다른 사람 또는 외부의 물리적 세계"와의 연결을 감각하는 의식이다. 메타인지는 일종의 "내가 알고 있는 익숙함에 대한 회의"인데, 이 메타인지를 극한으로 밀어붙이면 나의 가치관, 지식, 경험, 감각에 대해 초기화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이는 갓 태어난 아기가 경험하는 원형으로서의 인식 상태인데, 이 시기에는 물리 세계의 역학 관계가 학습되기 전이므로, 대상이 분리되어 있지 않고 시간도 인식하지 못한다. 일반 성인은 초월명상, LSD, 환각버섯 같은 수단을 통해 잠깐 이 상태로 진입할 수 있으며, 이때 사람은 1단계 비의식 ~ 4단계 상위의식의 내재적 통합과 함께 "이 세상 모두가 연결되어 있음"의 비이원성을 감각하며 "내가 곧 우주이고 우주가 곧 나"임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모든 이가 깨달음으로 이어지지는 않으며, 영혼의 탁도가 혼탁한 자들은 신의 목소리를 들었다거나 자신이 곧 신이라는 등의 주화입마에 빠지기도 한다.)


6단계 영의식은 초월의식 상태에서 경험하게되는 "물질 우주의 하나됨"을 한단계 더 초월한 "존재(Being)" 그 자체의 의식이다. 불교 교리로 묘사하면 5단계 초월의식까지는 유위법이 작동하는 인연으로 형성된 우주이고 이것을 경험하는 단계다. 6단계 영의식은 무위법의 영역으로 인연을 벗어나 생겨나지도 사라지지도 않는 법이며 불생불멸, 상주불변의 붓다의 불성이 존재하는 자리다. 카발라 전통에서도 유사한 개념을 설명하는데, 생명나무로 그려지는 케테르~말쿠트에 이르는 우주의 법칙은 유위법으로서의 5단계 초월의식까지를 포함하며, 생명나무의 꼭지점 위에 있는 아인 / 아인소프 / 아인소프오르는 무위법으로서 존재(Being) 그 자체에 해당한다. 앞서 영혼의 여섯 요소를 설명할 때 언급한 "물질계 지구로 모험을 떠나기 전 지고지순한 영혼"이 머무르는 곳이며, 모두가 본디 그 자리에 있지만 인간 의식 상태에서는 이 실체를 있는 그대로 인식할 수 없다. 단지 스크린에 투영된 빛의 그림자를 보는 것처럼, 인간 수준의 의식을 총동원해 간접적으로 인식하고 묘사할 수 있을 뿐이다.


이 의식의 여섯 단계 가설은 여러 신비주의적 교리들이나, 영적 경험을 묘사하는 다양한(서로 정렬되지 않는) 설명들을 정리할 수 있다. 보통의 서양식 사고관에서는 물질계 감각이 강력히 지배하고 있는 까닭에, 5단계 초월의식 단계에서의 선정 경험으로 "우주의 깨달음"을 선언하고 그 자리에 멈추는 경우가 많다. 사랑, 연민을 최고 선으로 내세우는 히피(뉴에이지) 계열의 오용된 깨달음이 그 대표적 사례다. 고대 카발라나 불교 교리에서는 유위법을 넘어서는 무위법을 설명하고 있으며, 이 수준의 지식은 일반에게 명쾌하게 설명되지 못한 채 불교 수행자조차 5단계와 6단계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5단계 초월의식 상태에서 벌어지는 "개체성과 전체성의 통합" 때문이다. 의식의 여섯 단계 중 1단계 비의식부터 4단계 상위의식까지는 특정 개인에 한정하여 일어나는 식의 작용, 즉 개체성에 입각한 설명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5단계 초월의식은 전체성의 개념이 개체성과 통합되면서 전체와 개체의 구분을 넘어서야 하는데, 앞서 1단계에서 4단계까지 이끌어온 "개체성"의 관념이 남아있는 경우, "전체성"은 달성해야 할 대상이 되어버려 그 자리에 멈추게 된다.


그래서 의식의 여섯 단계를 수행자의 관점(경험의 관점)으로 읽는다면 5단계 초월의식과 6단계 영의식은 구분의 필요가 없는 도달 가능한 최고의 경지로 보인다. 그러나 구조적 관점에서는 유위법으로서의 5단계와 무위법으로서의 6단계가 분명히 나누어지므로 이 둘을 구분하는 것이 옳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 6단계는 5단계에서 드러난 현상을 유추하여 "그런 게 아마 있을 것이다"고 추정한 것에 불과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정리해보면 영혼의 여섯 요소는, 6단계 영의식에 존재했던 지고지순한 영혼이 물질계 지구(1단계 비의식 ~ 5단계 초월의식이 지배하는 영역)에 현현하여 수행해야하는 영역들을 설명한다. 이때 일반적으로 3단계 일반의식과 4단계 상위의식을 갈고 다듬어 "인간 다운 인간으로 거듭나 성장하는" 길을 가게 되며, 극히 일부가 5단계 초월의식을 탐구하여 더 높은 차원의 성장을 성취하고, 또 그중 아주 극히 일부가 6단계 영의식에 도달하여 부처가 되는 자리에 이른다.


의식의 여섯 단계는 영혼의 여섯 요소를 점검하며 나아가야 할 일종의 게임 스테이지에 대한 매뉴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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