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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표 Dec 27. 2015

19. 지속가능한 삶의 핵심, 순환 (3)

직장인이 아닌 사람으로서의 삶

기업 밖에서의 개인의 순환


기업 안에서 근로자가 순환하는 것과 기업 자체가 잘 순환하는 것 외에도, 기업 밖에서의 개인의 순환도 살펴보아야 할 부분입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생애 주기에 따른 자연스러운 과정 - 나이를 먹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 을 거치는 동안,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람이 태어나서 평생 어느 한 직업만 가지고 일을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나이가 들어 더 이상 맡고 있는 일에 역량이 부족해져서, 혹은 살다 보니 흥미와 삶의 목표가 바뀌어서, 여성의 경우에는 결혼과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의 위기도 포함할 수 있겠지요.


개인이 이런 상황에 처했을 때 새로운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성인 직업교육 제도가 잘 갖추어지는 것, 나이가 있더라도 교육 후 새로운 직장에 신입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화 풍토, 여성의 출산 및 가정 육아를 사회와 기업이 맡아서 지원할 수 있는 시설과 제도와 문화를 갖추는 것을 "기업 밖에서의 개인의 순환"을 촉진하는 방안들로 제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런 상황을 지원하는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정부 주도의 실업자 취업지원 교육이나 알선, 출산 및 육아 휴가제도를 통해 부분적인 지원이 되고 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잘 작동되지 않는 이유는 제도의 관점이 "개인의 순환"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위기의 극복" 같은 단편적인 관점으로 접근하는 까닭에 있습니다. 실업이나 출산, 육아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사회적 차원으로 접근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이런 제도들은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지원책일 뿐 근본적인 "순환의 부재"를 해결해주지 못합니다. 고용 주체인 기업의 자체 문화가 기업 내 인적 순환이 이루어지지 않은 일직선상의 승진구조를 가지고 있는 까닭에, 조직에서 이탈한 개인이 다시 복귀하는 것을 어렵게 만듭니다.(참고자료 : "기업에서의 개인의 순환"(바로가기 링크)) 기존 다른 근로자 입장에서도 치열한 경쟁의 틈바구니에 다른 퇴직자나 장기 휴가자를 포용하기 어렵고, 취업이나 복직을 하려는 근로자 입장에서도 경력이 훼손된 낮은 위치의 자리에서 일을 하는 것에 심리적 저항감을 느낍니다.


이것은 일방적인 지원 제도의 개선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기업들의 조직 구조 변화 및 개개인의 가치관 전환이 병행되어야 비로소 개인의 순환이 완성될 수 있는 것입니다. 기업 내 일자리들이 잘 순환될 수 있도록 수평적 위계로 설계되어 있을 때, 기존 구성원들이 새로운 사람에 대한 저항감을 적게 받는 것입니다. 나이가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업무를 중심으로 소통을 하니, 나이가 있는 경력자가 신입으로 들어온다 하여도 큰 위화감이 없는 것이지요.


아울러 기본 수당에 있어서도 단순 회계 성과가 아닌 조직에 기여한 바에 따른 가치로 측정하고 이것이 최소한의 임금 기준선이 맞추어져 있을 때에 월급의 상대적 격차가 줄어들게 됩니다. 이는 취업이나 복직을 하려는 근로자자에게 경력이 훼손된다든지, 낮은 자리로 떨어진다는 등의 개념이 비집고 들어갈 팀이 없으므로 심리적 저항감도 상쇄시킬 수 있는 것이지요.


더 이상적인 상태는 결혼이나 출산과 같은 개인의 과업을 사회적 차원의 과업으로 인식하고 이를 지원하는 공동체 의식을 갖추는 것입니다. 우리 회사에 얼마의 이익을 가져다주느냐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고, 기업을 넘어 사회적인 과업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에도 가치를 두어 그에 알맞은 보상을 하고 존중하는 것이지요. 단순히 돈을 더 주고 하는 물질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기업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 결혼한 여성에게 대하는 태도, 임신한 여성(혹은 남편에게도)에게 대하는 태도가 달라져야 진정한 개인의 순환이 보장되는 사회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할 것입니다. 직업 재교육에 필요한 비용을 기업에 부담되지 않도록 보조해야 합니다. 최대한 현장에 알맞은 직무 요소를 분석하여 기본 소양을 갖춘 예비 근로자를 양성할 수 있는 양질의 교육 기관을 운영할 필요가 있는 것이지요.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실무자가 참여한 교육 과정을 설계하고 공정한 운영 평가를 하는 등의 방법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또한 근로자의 입장에서 실직이나 휴직 같은 상황에 생계 위협을 받지 않는 사회 보장망도 제공되어야 할 것입니다.


가끔은 태만하게 직업이나 교육에 임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복지 확대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항상 제시하는 논거이기도 하지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두 가지 관점에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첫째는 지금까지 사회는 어떤 일을 통해 성취를 느낄 수 있을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경제적 가치로만 일자리를 구한 까닭에 직업적 무기력이 팽배해졌다는 관점입니다. 학생들이 학습 무기력에 빠져 모든 공부를 등한시하는 것과 같은 맥락의 이유이지요. 경제적 부담을 벗어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과정부터 시작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 자체에서 느끼는 성취와 사회에 기여한다는 보람을 통해 평균적인 수행을 해 낼 것입니다.


두 번째는 그 이외의 사람들, 실질적인 생산을 하는 직업이 아닌 분야(철학, 예술 등)에 타고난 소질을 가지고 있는 이들도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이들은 기업에서 일을 하기보다는 개인 활동을 통해 사회에 더 기여할 수 있는 속성의 사람들이지요. 지금 당장은 눈에 띄는 효용을 가져다주지는 않지만, 그들의 사상과 예술적 감성들은 일상생활에 지친 사람들의 정서적 안식처가 되어줍니다. 때론 사회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기준점이 되기도 하고, 사람들의 생각을 한데 모아주는 접착제의 역할을 하기도 하지요.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들도 꼭 필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국가 사회적 차원의 지원을 해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런 논의들을 하나로 정리하자면 개인들에게 뼛속 깊이 자리 잡고 있는 성장 위주의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으로 귀결됩니다. 제도가 만들어지는 것이나, 조직 및 사회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각 개인들이 어떤 가치관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는지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앞선 주제의 글에서는 기업의 성장 측면에서 인식 변화를 논했지만(참고자료 : "기업 자체의 순환"(바로가기 링크)), 실은 개인들이 성장만을 생각하는 가치관에 빠져있기 때문에 기업이나 사회 전체적으로 일직선상의 문화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지요.


항상 승진하고, 항상 뭔가 많이 배움을 얻어야만 바람직한 삶은 아닙니다. 정체와 하락을 통해서도 배우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이 눈에 드러나는 성과가 없어 보이는 것일 뿐, 그 사람의 일생에 있어서는 소중한 자기 평가의 시간이 됩니다. 오히려 이런 시간이 없다면 알맹이가 없는 껍데기 같은 삶을 살게 되기 십상이지요. 이런 휴식과 정체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우리 서로가 서로에게 여유를 베푼다면 참으로 여유롭고 건강한 삶이 될 것입니다. 이와 관련된 사례들과 전환의 논리에 대해서는 추후 개인소유 사상에서 벗어나기(목차 : 개인에서 공동체로)를 논하는 부분에서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본 글은 연재 형식으로 2015년 10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작성되었습니다. 여기 있는 내용들을 더 다듬고 짜임새있게 구성하여, 2017년 5월『이기심의 종말』로 출간되었습니다. 내용을 보시고 흥미가 동하신 분들은 아래 소개를 참조하시여 책을 구매해 보시면 더욱 알차고 최신화된 글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신자유주의적 시장자본시스템에 의해 파편화-양극화된 사회,

한계비용 제로사회와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줄 희망과 위기,

힘없는 개인은 혼돈의 미래를 헤쳐나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첨단 기술 사회 속 우리는 어디에 서있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사회, 경제, 정치, 문화, 교육, 역사, 미래기술 등 다양한 영역의 현상을 조망하고 원인을 분석하여, 순환의 가치관과 이타적 본성의 공동체의 탄생을 주문하는 『이기심의 종말』(부제: 당신은 어떤 내일을 꿈꾸십니까)이 출간되었습니다.


미래가 어찌 흘러가게 될지 궁금한 분들, 두루 넓은 영역의 시대상과 기본적인 원리를 살피고픈 분들,

통합의 관점에서 사회 문제를 바라보고자 하는 분들, 원칙과 상식이 있는 사회를 만들기를 원하시는 분들,모두에게 자신있게 추천합니다.


지금 바로 『이기심의 종말』을 만나보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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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목차 정보 >

1장. 우리 앞의 현실

1. 자본주의와 개인소유 사상
자본주의 / 블라인드 스팟 / 개인소유 사상
2. 개인소유 사상의 사회문화
생존과 투쟁, 공동체의 역사 / 한국의 공동체 해체 / 혼자가 될 때까지 / 경영과 노동 / 기업 조직 문화 / 교육 / 자녀 양육 / 국가 정치/ 경제 제도 / 학문과 문화 / 성 역할 갈등 / 이성 교제 / 행복
3.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개인편
경제 능력의 상실 / 직업의 귀천 / 실직과 사회 안전망 / 결혼, 출산, 경력단절 / 산업 구조의 변화 / 주거 불안정 / 자녀교육 / 질병, 사고, 장애 / 다시 일어설 기회가 없는 사회
4.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사회편
빈부 격차, 소득 격차 / 청년 빈곤 / 저출산, 노령화 / 산업 성장의 정체 / 미래 인재의 부재 - 교육과 기업문화 / 필연적 불황과 전쟁 


2장. 선택의 시간

5. 순환, 지속가능한 삶의 가능성
개인의 위기, 사회의 위기 / 순환의 부재 / 기업 내 개인의 순환 / 기업 스스로의 순환 / 기업 밖에서의 개인의 순환 / 자본의 순환 / 직업 분배의 모순 / 직업의 가치, 개인의 가치, 사회적 효용 / 순환이 있는 사회
6. 공유경제와 한계비용 제로사회
공유경제의 역사 / 공유지의 희극, 인터넷 / 인터넷 + 자본주의 = 한계비용 제로사회 / 에너지 인터넷, 운송 인터넷 / 공유경제의 현재와 미래
7. 제4차 산업혁명과 위기의 미래
제4차 산업혁명 / 이제 기업과 노동자는 어떻게 돈을 벌지? /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 / 창의적 직업으로의 전환, 가능할까? 


3장. 미래를 여는 열쇠

8. 공유경제 시대의 사상들
협력적 공유주의자의 시대 / 망중립성, 오픈소스 운동가들 / 공유가 소유를 앞서 나가는 시대 / 공유가 가진 힘의 원천 / 공유경제 시대의 동반자들
9. 지속가능한 삶을 향한 의식적 연대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이들의 연대 협력의 필요성 / 기술의 진보, 연대의 가능성 / 중앙 집중화된 권력에서 분산된 권력으로 / 연대 협력의 장애물들
10. 개인소유 사상의 그림자
미래를 결정하는 것 / 자기포장, 위선, 성장 절대주의 / 배려와 공감이 없는 자기중심 사고 / 불신 / 물질만능주의와 소유욕
11. 개인에서 공동체로
내려놓기 / 보다 영속적인 가치 / 관심, 인정, 배려 / 공동체 의식의 확장 


4장. 우리가 꿈꾸는 세상

14. 우리가 꿈꾸는 세상
소유자, 생산자, 소비자가 하나 된 공유기업 / 생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되는 사회 안전망 / 최소 지원(복지)의 기준 : 주거, 교육, 질병 / 개인의 성장과 사회적 기여에 특화된 직업 / 변화된 교육이 바꾸어갈 세상 / 제약적 가족 관계에서의 해방 / 여성에 대한 관념의 변화 / 여성, 남성이 아니라 개인으로 대접받는 사회 / 지속가능한 삶이 있는 사회
15. 우리를 넘어 세계를 향해
  페이비언 사회주의, 칼 폴라니, 제3의 길 / 서양과 동양의 문화적 차이 / 언어의 힘, 한민족의 정신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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