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과 실패는 인생의 목적이 아니라 수단일 뿐입니다.
내려놓기 2
성공과 실패, 성장과 정체는 긍정도 부정도 아니다
사람을 포함한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는 기본적으로 실패를 두려워합니다.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사냥을 한다던지, 곡식을 재배하는 일, 안전하고 아늑한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집을 짓는 일 등이 의도와 다르게 실패하게 되면 응분의 대가로 고통을 겪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동물들과 달리 고도화된 문명사회를 일으켰고, 여러 번의 실패에도 생존이 보장되는 사회안전망을 확보하였습니다. 몇 일간의 사냥 실패로 굶어 죽는다든지, 잠자리가 천적에게 노출되어 부지불식간에 잡아먹혀버리는 정도의 일은 겪지 않게 된 것이지요.
반면 복잡한 사회관계 속에서 사람들 사이의 경쟁은 심화되었습니다. 태어나서 성인이 될 때까지의 교육 과정, 성인이 된 이후의 삶,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아 양육하는 과정 모두에서 다른 사람과의 지위 경쟁이 이루어졌고, 이 과정을 거치면서 서서히 사회적 지위가 정해지는 방식으로 삶의 형태가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18세기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한 자본주의는 세계사 이래 가장 보편적인 인류의 경제체제가 되었고, 개인이 무엇인가를 소유하여야 생존할 수 있다는 관념,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승자독식이 권장되는 사회 분위기는, "삶의 모든 부분"에서 양보할 수 없는 치열한 경쟁을 이끌어내었습니다. (참고자료 : 개인소유 사상의 사회 문화(바로가기 링크))
그 결과 우리는 성공과 성장을 최고의 가치로 받아들이고, 성공은 긍정의 언어로, 실패는 부정의 언어로 규정지었습니다. 늘 성장과 성공을 이루어내기 희망하고, 성공한 사람을 숭상하고 그들로부터 "성공 공식"을 배우고자 무던히도 애쓰고 있습니다. 서점에는 주식, 부동산, 교육, 처세술 등 다양한 영역의 성공과 자기계발에 대한 책이 쌓여있고, 저마다 최고의 "성공 비법"을 알려준다며 사람들이 책을 사도록 유혹합니다. 여기에 사람들은 성공을 쟁취하기 위하여 기꺼이 지갑을 열어 책을 사고 시간을 들여 읽는 것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반면 실패는 부끄러워 감추어야 할 것,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것으로만 인식합니다. 나와 남을 떠나 실패에 관용적이지 못하고 두려워하지요. 성공을 최대화하고 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해 철저한 준비를 하고 시간을 투자하여 노력하면서도, 이미 벌어진 실패에는 시간을 들이지 않고 재빨리 빠져나오려는 방법에만 관심을 갖습니다. 실패의 이유를 찾고 반성하며 배움의 기회로 삼기는커녕, 실패한 사실을 덮어두고 외면하며 거론하는 것조차 금기시해버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실패는 오로지 극복해야 할 대상일 뿐, 실패를 통해 개인이 어떤 경험과 성장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지요.
제가 학창 시절 논문을 쓸 때에도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습성이,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할 가설과 실험은 아예 시작조차 하지 않던 것이었습니다. 궁금한 것을 밝혀내기 위해 가설을 세우고 참과 거짓을 가려내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참인 가설을 세우는 것을 목표로 실험을 설계하고 논문을 작성하는 것이지요. 혹여 가설을 잘못 세워 자신이 생각하지 않던 결과가 나와 가설이 부정되는 경우에는, 그것을 정리하여 레퍼런스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논문을 폐기하고 다른 가설을 만들려 하였습니다. 나의 실패를 통해 누군가가 똑같은 실패의 반복을 예방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텐데 말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의 성공 혹은 성장에 대한 관점이, 지나치게 눈에 드러나고 물질적인 것에만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돈을 잃었지만 귀중한 경험을 얻고 사람의 신의를 산다."는 류의 명언을 듣고, 과거 위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잠깐이고 현상 이면의 가치에 대해서 깨달음을 얻지만, 막상 당장 내 호주머니 안의 돈이 예기치 못하게 나갈 일이 생기면 그저 아깝고 원통하게 느껴집니다. 실패를 통해 사람이 성장할 수 있음에도 그것을 잘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눈에 드러나지 않은 까닭에 관심 저편에 둔 이유 때문인지, 우리의 성공과 성장 위주 가치관은 눈에 드러낼 수 있는 것에만 적용되어 실패를 더욱 등한시하게 만들었습니다.
성공 속에서도 배움이 있지만, 실패 속에서는 더 큰 인생의 교훈을 배울 수 있습니다. 오히려 아프기에 더 뼈저리게 와 닿고 절치부심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 것이지요. 또한 오랜 인내와 고통 끝에 찾아오는 성공은 우리에게 더 짜릿한 희열을 가져다줍니다. 삶이 늘 성공으로만 점철되어 있다면 아마도 성공을 그토록 간절히 원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다수의 실패 속에 달성해 낸 희소적 성공이기에 더 가치롭고 아름다운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성공을 향해 더 치열하게 노력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성공만을 추구하고 실패를 외면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 정작 우리가 성공과 성장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잊어버렸습니다. 그저 성공을 하는 것이 우리 인생의 최종 목표인 것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성공은 행복과 안녕이 있는 "지속가능한 삶"을 얻고자 하는 수단일 뿐이지, 그 자체가 인생의 목적이 될 수는 없습니다. "성공하는 인생"이라는 말을 여기저기서 쉽게 들을 수 있지만, 오랜 인생의 과정에서 오로지 결과론적인 성공만 존재하는 삶만큼 허무하고 텅 비어있는 인생도 없을 것입니다.
성공은 우리의 삶을 좀 더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도구일 뿐, 진짜 본질은 우리의 삶 자체입니다. 우리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성공에 이르는 과정에서 겪고 얻는 수많은 경험과 지혜들과 그것에 대한 자신의 생각들인 것이지요. 누군가는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성공을 경험하고 누군가는 더 많은 실패를 경험하지만, 단지 그런 것으로 그 사람의 인격이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성공과 실패의 반복적인 과정에서 얼마나 깊은 반성과 사유를 통해 삶을 통찰 해내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고, 그러한 치열한 고민에서 뿜어져 나오는 삶의 지혜를 가진 사람에게 우리는 무한한 매력을 느끼고 환호하는 것입니다.
각 개개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삶의 행로에서 성공과 실패의 반복적인 과정을 겪으며 새로운 것을 배우고 깨달을 기회가 주어집니다. 때론 일 년의 대부분을 실패로만 보낼 수도 있고, 때론 성공적인 한 해를 보람차게 보낼 수도 있습니다. 인생은 항상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는데, 어느 한 방향의 삶에만 가치를 두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참 어리석은 행동일지도 모릅니다. 자기 삶의 절반 혹은 그 이상을 버리는 것과 다름없으니까요. 성공을 통해서도 성장하고, 실패를 통해서도 성장할 수 있어야 나의 생을 온전히 만끽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성공과 실패는 마치 빛과 그림자의 관계와 같아서, 빛이 있어야 그림자가 생기고 빛이 없으면 그림자도 만들어지지 않듯이, 실패가 있지 않다면 성공도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모든 만물의 이치도 그러하듯이 세상에는 늘 성공과 실패가 반복하여 찾아오며, 우리 삶은 성공과 실패의 파도 위에 띄워진 배와도 같습니다. 파도가 올라갈 때나 내려갈 때에 일희일비하고 풍랑에 못 이겨 좌초되고 하는 것이 아니라, 파도가 오고 감에 있어 삶의 균형을 잘 잡아 목적하는 바에 도달할 수 있는 지혜를 배우는 것이야말로 온전하고 진정한 삶의 목표일 것입니다.
본 글은 연재 형식으로 2015년 10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작성되었습니다. 여기 있는 내용들을 더 다듬고 짜임새있게 구성하여, 2017년 5월『이기심의 종말』로 출간되었습니다. 내용을 보시고 흥미가 동하신 분들은 아래 소개를 참조하시여 책을 구매해 보시면 더욱 알차고 최신화된 글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신자유주의적 시장자본시스템에 의해 파편화-양극화된 사회,
한계비용 제로사회와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줄 희망과 위기,
힘없는 개인은 혼돈의 미래를 헤쳐나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첨단 기술 사회 속 우리는 어디에 서있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사회, 경제, 정치, 문화, 교육, 역사, 미래기술 등 다양한 영역의 현상을 조망하고 원인을 분석하여, 순환의 가치관과 이타적 본성의 공동체의 탄생을 주문하는 『이기심의 종말』(부제: 당신은 어떤 내일을 꿈꾸십니까)이 출간되었습니다.
미래가 어찌 흘러가게 될지 궁금한 분들, 두루 넓은 영역의 시대상과 기본적인 원리를 살피고픈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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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목차 정보 >
1장. 우리 앞의 현실
1. 자본주의와 개인소유 사상
자본주의 / 블라인드 스팟 / 개인소유 사상
2. 개인소유 사상의 사회문화
생존과 투쟁, 공동체의 역사 / 한국의 공동체 해체 / 혼자가 될 때까지 / 경영과 노동 / 기업 조직 문화 / 교육 / 자녀 양육 / 국가 정치/ 경제 제도 / 학문과 문화 / 성 역할 갈등 / 이성 교제 / 행복
3.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개인편
경제 능력의 상실 / 직업의 귀천 / 실직과 사회 안전망 / 결혼, 출산, 경력단절 / 산업 구조의 변화 / 주거 불안정 / 자녀교육 / 질병, 사고, 장애 / 다시 일어설 기회가 없는 사회
4.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사회편
빈부 격차, 소득 격차 / 청년 빈곤 / 저출산, 노령화 / 산업 성장의 정체 / 미래 인재의 부재 - 교육과 기업문화 / 필연적 불황과 전쟁
2장. 선택의 시간
5. 순환, 지속가능한 삶의 가능성
개인의 위기, 사회의 위기 / 순환의 부재 / 기업 내 개인의 순환 / 기업 스스로의 순환 / 기업 밖에서의 개인의 순환 / 자본의 순환 / 직업 분배의 모순 / 직업의 가치, 개인의 가치, 사회적 효용 / 순환이 있는 사회
6. 공유경제와 한계비용 제로사회
공유경제의 역사 / 공유지의 희극, 인터넷 / 인터넷 + 자본주의 = 한계비용 제로사회 / 에너지 인터넷, 운송 인터넷 / 공유경제의 현재와 미래
7. 제4차 산업혁명과 위기의 미래
제4차 산업혁명 / 이제 기업과 노동자는 어떻게 돈을 벌지? /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 / 창의적 직업으로의 전환, 가능할까?
3장. 미래를 여는 열쇠
8. 공유경제 시대의 사상들
협력적 공유주의자의 시대 / 망중립성, 오픈소스 운동가들 / 공유가 소유를 앞서 나가는 시대 / 공유가 가진 힘의 원천 / 공유경제 시대의 동반자들
9. 지속가능한 삶을 향한 의식적 연대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이들의 연대 협력의 필요성 / 기술의 진보, 연대의 가능성 / 중앙 집중화된 권력에서 분산된 권력으로 / 연대 협력의 장애물들
10. 개인소유 사상의 그림자
미래를 결정하는 것 / 자기포장, 위선, 성장 절대주의 / 배려와 공감이 없는 자기중심 사고 / 불신 / 물질만능주의와 소유욕
11. 개인에서 공동체로
내려놓기 / 보다 영속적인 가치 / 관심, 인정, 배려 / 공동체 의식의 확장
4장. 우리가 꿈꾸는 세상
14. 우리가 꿈꾸는 세상
소유자, 생산자, 소비자가 하나 된 공유기업 / 생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되는 사회 안전망 / 최소 지원(복지)의 기준 : 주거, 교육, 질병 / 개인의 성장과 사회적 기여에 특화된 직업 / 변화된 교육이 바꾸어갈 세상 / 제약적 가족 관계에서의 해방 / 여성에 대한 관념의 변화 / 여성, 남성이 아니라 개인으로 대접받는 사회 / 지속가능한 삶이 있는 사회
15. 우리를 넘어 세계를 향해
페이비언 사회주의, 칼 폴라니, 제3의 길 / 서양과 동양의 문화적 차이 / 언어의 힘, 한민족의 정신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