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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표 Jan 21. 2016

59. 세계를 선도할 문화 선진국의 이상

한민족의 문화DNA는 세계를 선도할 문화 선진국의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양과 동양의 문화적 차이


서양은 개인주의로 대표되는 물질적, 객체분리적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연을 인간이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고, 눈에 보이는 사물을 중심으로 생각을 펼쳐나갔습니다. 이런 자연관은 중세 기독교의 종교관에서 시작되었는데, 하나님이 창조한 세계는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며, 인간이 없다면 이 세상은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이후 종교 개혁으로 나타난 칼뱅주의에서는 이러한 사상이 더욱 발전하였습니다. 청교도들은 "신에게 구원받을 사람은 이미 정해져 있는데, 당신이 근면 성실하게 노동하여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다면 바로 구원을 받았다는 징표이다."라고 주장하며, 인간을 편리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연을 이용하고,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것은 부정적이고 가치 없는 것이라고 여겨 적극적으로 제거하였습니다.


유물론적 사상에서는 이것을 두고 중세 유럽의 토양이 척박하여 일반적인 농사만으로는 지역민들을 충분히 부양할 수 없었기 때문에, 유목 생활을 중심으로 끊임없는 전쟁과 약탈이 "개인중심"의 "극복적 자연관"을 갖게 만들었다고 해석합니다. 유목 생활은 일정 나이가 되면 마을을 떠나 새로운 유목 그룹을 만들어 생활하고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것이 최대의 목표였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타인 혹은 자연과의 조화나 협력이 아닌 경쟁과 투쟁이 삶의 방식이 되었다는 것이지요.


반면 동양은 이와 반대인 집단주의로 대표되는 정신적, 주·객체통합적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서양과 달리 토양이 비옥하여 많은 인구를 부양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졌고, 농사는 인구가 곧 생산력을 결정했기 때문에 타인과의 협력이 매우 중요한 가치였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사계절의 변화 속에 비가 오고 눈이 오는 등의 기후 조건이 농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이는 인간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자연과 조화되는 삶이 문화 속에 자리 잡았다고 합니다.


특히 농사를 짓는 마을 공동체는 어느 한 사람이 뛰어나다고 해서 그것이 마을에 큰 도움이 되는 경우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지나치게 튀는 행동은 다른 사람들에게 위화감을 불러일으키고, 같이 힘을 합쳐 협력해야 할 농사에도 방해가 되었기 때문에 지양해야 할 가치였던 것이지요. 자신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미칠 영향에 따라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스스로 알아서 통제하는 - 그 반대급부로 상대방은 스스로 자제하고 있음을 알아주는 - 행동들이 권장되었습니다.


당시 사회는 지금에 비해 기술 발전의 속도가 매우 더디었고, 한 세대가 태어나 죽을 때까지 삶의 방식에 큰 변화가 없이 거의 똑같은 방식으로 생을 살았습니다. 따라서 조금 흠이 있어도 눈 감아주고, 감싸 안아주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공동체가 지속되는데 긍정적이었습니다. 굳이 문제를 들추어내고 생채기를 내가며 해결하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치유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니까요.


기술과 제도가 급격하게 발전하고, 세계가 글로벌화되면서 서양과 동양의 문화적 차이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물질주의적 기술 문명이 극도로 발달하고 그 발전의 한계에 부딪힌 서양은, 그 반대인 정신적 문명과 공동체적 사상에서 새로운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등장한 것이 오픈소스와 망중립성 운동 등으로 대표되는 공유경제 사회이기도 하지요. 개인의 편협한 소유욕을 벗어나 모두가 하나 된 공동체 의식을 통해 - 심지어 지구 환경까지도 하나의 공동체라는 인식하에 - 새로운 사회 질서를 만들어보려는 노력입니다. 다만 이는 정치적 셈범에 의해 왜곡되고, 대중의 낮은 이해와 무의식적 수준에서의 부적합성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는 못하는 한계에 봉착하고 있지요.


동양은 이와 반대의 길을 걸었습니다. 정신적 문명으로 국가 사회가 유지되던 18~19세기 즈음, 기술 문명을 앞세운 서양 제국주의의 침탈 아래 일본을 제외한 수많은 동양권 국가가 그들의 식민지로 전락하였습니다. 이후 세계대전을 거쳐 식민지에서 벗어나고 미·소 냉전 체제와 세계 경제 시장개방의 과정을 거치면서 급속한 산업화를 이루면서 집단주의에 기반한 문화와 관습, 제도들이 하루아침에 뒤바뀌어 버렸습니다. 서양의 문물과 제도들이 반강제적으로 도입되면서 서양의 물질주의적 기술 문명에 따른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제도와 문화의 부조화로 인해 사람들은 가치 상실과 갈등을 겪었고, 제도는 제대로 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많은 사회 문제가 양산되었습니다. 관습적 행동은 집단주의에 따른 봐주기 문화에 익숙하여 있는데, 제도는 개인주의에 따른 경쟁식 문화에 잘 작동하는 형태인 까닭에 부정부패와 사회적 비효율성이 판치게 되었던 것이지요.


특히 한국은 세계사에 유래 없는 속도로 산업화와 고도성장 시대를 거치고 (제도적인) 민주화를 이루어냈지만, 그만큼 관습이 제도를 따라갈 시간이 부족하여 문제가 더 심각하였습니다. 어설픈 개인주의의 침투로 인해 "노블레스 오블리주" 같은 사회 순환을 위한 문화나 제도가 정착되지 못하고, 무한한 개인의 이득만을 취하려는 세태가 강해졌습니다. 서양 사회에서는 리더들의 책임의식과 기부정신이 곧잘 나타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사회 지도층에게는 더 특혜를 주어야 한다는 엉뚱한 문화가 퍼져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는 것입니다.




언어의 힘, 한민족의 정신문화


언어는 어느 한 민족 집단의 정신이 그대로 녹아들어있는 생각의 도구입니다.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한다는 것조차 언어 구조에 종속되어 있으며,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단어의 다양성이나 문장 구조에 따라 생각의 방향과 범위가 크게 좌우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알래스카 지방의 어느 원주민들의 언어에서는 "눈(snow)"을 구분하는 단어가 매우 많다고 합니다. 우리는 함박눈, 싸리눈, 진눈깨비 정도로만 눈의 형태를 구분하지만, 알래스카에서는 설질(雪質)이 어떠냐에 따라 생계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썰매가 잘 미끄러지는 눈", "단단하지 못해 잘 무너지는 눈"처럼 다양한 이름으로 눈을 명명한다는 것이지요. 반면 아프리카의 힘바족 원주민들은 녹색과 하늘색을 서로 구분하지 못하는 반면, 우리는 같은 녹색이라고 생각하는 아주 미묘한 차의의 색을 서로 구분할 수 있고 서로 다른 단어로 명명된다고 합니다. (참고자료 : 힘바족 색 구분 능력 주변환경에 의한 시신경의 발달(바로가기 링크), 관련 자료에 비속어가 다수 섞여있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물론 이런 구분은 다른 문화권에 있는 사람이더라도 훈련을 통해 습득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들 원주민들은 그런 단어들을 자주 접하고 있기에 쉽고 자연스럽게 눈의 형태를 구분하고 색을 구분하는 능력이 발달해 있는 것이지요.


영어의 문장 구조와 한국어의 문장 구조에서도 생각의 차이점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주어+동사+목적어"로 이어지는 영어는 주체와 주체의 행동을 더 중요시하는 형태의 언어입니다. 예를 들어 "I eat the apple."의 표현에서 "내가 먹는다."라는 사실이 먼저 드러나고, 그 뒤에 목적어인 "사과" 가 제시되는 것이지요. 반면 한국어는 "나는 사과를 먹는다."라는 문장처럼 "나"와 "사과"의 상호작용이 먼저 우선되고, 그것이 "먹는" 행위임이 나중에 제시됩니다. 이는 어떤 생각을 전개한다고 하였을 때, 영어의 관습에서는 "나와 나의 행위"가 먼저 우선되지만, 한국어의 관습에서는 "나와 상대방의 관계 설정"이 더 우선된다는 것입니다.


특정 언어의 단어나 문장, 그리고 그 쓰임새의 관습적 허용들은 그 언어를 쓰는 사람이 어떤 생각이나 사상을 쉽게 떠올릴 수 있도록 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의 생각과 사상이 그와 근접한 영역에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요. 가장 극명하게 차이가 드러나는 부분은 바로 "우리"에 대한 언어 인식의 차이입니다. 우리는 아주 쉽고 폭넓게 "우리"라는 단어를 붙여 사용하지만, 영어에서는 철저하게 대화하는 양자 간의 관계에서만 "Our"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단어를 자주 사용함으로써 모든 생각에 다른 사람을 염두에 두는 것이 익숙해져 있으며, 이는 앞서 이야기한 상호 호혜적 공동체가 결성되도록 하는데 매우 중요한 토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참고자료 : 한국형 자기주도학습, 사회 기여형 인재상을 목표로(바로가기 링크))


반면 서양의 언어에서는 그렇지 못합니다. 나의 행위가 우선되고 그 이후에 상대방을 고려하는 언어이기 때문에 무의식적 차원에서 인본적인 연대를 이끌어내기에는 수월하지 않은 것이지요. 저는 이런 관점에서 서양의 공유경제 및 상호 호헤 공동체를 만들려 했던 시도들이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소수의 사람이 시대를 앞서는 사상과 제도를 계획했어도, 대중들이 그에 적합한 사고관을 가지고 있지 못한 까닭에 적용이 어려웠던 것이지요. 오랜 세월을 통해 교육과 계몽을 통해 바꾸어나갈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한국 언어가 갖는 "우리" 인식의 차이는 한민족 특유의 "정(情)" 문화와 결합하여 홍익인간적 인본정신의 기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칼 폴라니가 『거대한 전환』의 말미에 "이제 인간은 자신의 모든 동료들이 누릴 수 있도록 풍족한 자유를 창조해야 한다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되었다."라고 표현한 바와 같이, "개인의 이익"만을 성장 동기로 사용했던 과거의 자본주의에서, "사회적 기여를 통한 만족감"을 성장 동기로 사용하는 시대로의 전환을 가능케하는 힘이 우리 민족의 DNA에 새겨져 있다는 것이지요. 한국어를 사용하여 생각하고 우리 특유의 문화와 사상이 마음속에 새겨져 있는 사람이라면, 피부색과 혈통을 떠나 우리의 길을 함께 도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생각을 한 층 더 확장해보면, 우리가 처한 문제는 단지 한국 사회만이 직면한 위기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갈등,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싸움, 개인주의와 집단주의의 대립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시대의 현주소입니다. 그리고 이들이 응축되어 극단적으로 표면화된 갈등을 겪고 있는 곳이 우리나라인 것이지요. 그리고 과거 중세 시대의 비합리성을 무너뜨린 영국과 프랑스가 유럽 시대의 선진국이 되었고, 산업화 시대의 비효율성을 기술과 제도로 극복한 미국이 현시대의 선진국이 된 것처럼, 현시대의 비윤리성과 비효율성을 해결해내는 국가는 미래 시대의 문화 선진국이 될 것입니다. 저는 우리에게 그 힘이 있다고 생각하며, 우리가 그 일을 해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입니다.






본 글은 연재 형식으로 2015년 10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작성되었습니다. 여기 있는 내용들을 더 다듬고 짜임새있게 구성하여, 2017년 5월『이기심의 종말』로 출간되었습니다. 내용을 보시고 흥미가 동하신 분들은 아래 소개를 참조하시여 책을 구매해 보시면 더욱 알차고 최신화된 글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신자유주의적 시장자본시스템에 의해 파편화-양극화된 사회,

한계비용 제로사회와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줄 희망과 위기,

힘없는 개인은 혼돈의 미래를 헤쳐나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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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경제, 정치, 문화, 교육, 역사, 미래기술 등 다양한 영역의 현상을 조망하고 원인을 분석하여, 순환의 가치관과 이타적 본성의 공동체의 탄생을 주문하는 『이기심의 종말』(부제: 당신은 어떤 내일을 꿈꾸십니까)이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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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목차 정보 >

1장. 우리 앞의 현실

1. 자본주의와 개인소유 사상
자본주의 / 블라인드 스팟 / 개인소유 사상
2. 개인소유 사상의 사회문화
생존과 투쟁, 공동체의 역사 / 한국의 공동체 해체 / 혼자가 될 때까지 / 경영과 노동 / 기업 조직 문화 / 교육 / 자녀 양육 / 국가 정치/ 경제 제도 / 학문과 문화 / 성 역할 갈등 / 이성 교제 / 행복
3.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개인편
경제 능력의 상실 / 직업의 귀천 / 실직과 사회 안전망 / 결혼, 출산, 경력단절 / 산업 구조의 변화 / 주거 불안정 / 자녀교육 / 질병, 사고, 장애 / 다시 일어설 기회가 없는 사회
4.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사회편
빈부 격차, 소득 격차 / 청년 빈곤 / 저출산, 노령화 / 산업 성장의 정체 / 미래 인재의 부재 - 교육과 기업문화 / 필연적 불황과 전쟁 


2장. 선택의 시간

5. 순환, 지속가능한 삶의 가능성
개인의 위기, 사회의 위기 / 순환의 부재 / 기업 내 개인의 순환 / 기업 스스로의 순환 / 기업 밖에서의 개인의 순환 / 자본의 순환 / 직업 분배의 모순 / 직업의 가치, 개인의 가치, 사회적 효용 / 순환이 있는 사회
6. 공유경제와 한계비용 제로사회
공유경제의 역사 / 공유지의 희극, 인터넷 / 인터넷 + 자본주의 = 한계비용 제로사회 / 에너지 인터넷, 운송 인터넷 / 공유경제의 현재와 미래
7. 제4차 산업혁명과 위기의 미래
제4차 산업혁명 / 이제 기업과 노동자는 어떻게 돈을 벌지? /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 / 창의적 직업으로의 전환, 가능할까? 


3장. 미래를 여는 열쇠

8. 공유경제 시대의 사상들
협력적 공유주의자의 시대 / 망중립성, 오픈소스 운동가들 / 공유가 소유를 앞서 나가는 시대 / 공유가 가진 힘의 원천 / 공유경제 시대의 동반자들
9. 지속가능한 삶을 향한 의식적 연대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이들의 연대 협력의 필요성 / 기술의 진보, 연대의 가능성 / 중앙 집중화된 권력에서 분산된 권력으로 / 연대 협력의 장애물들
10. 개인소유 사상의 그림자
미래를 결정하는 것 / 자기포장, 위선, 성장 절대주의 / 배려와 공감이 없는 자기중심 사고 / 불신 / 물질만능주의와 소유욕
11. 개인에서 공동체로
내려놓기 / 보다 영속적인 가치 / 관심, 인정, 배려 / 공동체 의식의 확장 


4장. 우리가 꿈꾸는 세상

14. 우리가 꿈꾸는 세상
소유자, 생산자, 소비자가 하나 된 공유기업 / 생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되는 사회 안전망 / 최소 지원(복지)의 기준 : 주거, 교육, 질병 / 개인의 성장과 사회적 기여에 특화된 직업 / 변화된 교육이 바꾸어갈 세상 / 제약적 가족 관계에서의 해방 / 여성에 대한 관념의 변화 / 여성, 남성이 아니라 개인으로 대접받는 사회 / 지속가능한 삶이 있는 사회
15. 우리를 넘어 세계를 향해
  페이비언 사회주의, 칼 폴라니, 제3의 길 / 서양과 동양의 문화적 차이 / 언어의 힘, 한민족의 정신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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