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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표 Dec 28. 2015

한국형 자기주도학습

사회 기여형 인재상을 목표로

우리나라는 20세기 초부터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서양 문물이 대거 들어와 거의 모든 생활양식을 대체하였습니다. 특히 일제의 민족말살정책을 시행하며 전통문화가 부정되고 서양과 일본의 것이 우월하다는 세뇌교육이 이루어지며 민족 뿌리와 정신을 흔들었지요. 그때의 팽배했던 자문화 폄훼 의식은 아직까지도 유지하고 있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도 외국의 것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는 행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학문 분야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특히 교육과 심리 분야는 그 정도가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현 공교육 체계가 서양화된 일본의 그것을 그대로 따왔으며 교과 내용도 대부분 서양 학문이 주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심리학은 유럽에서 시작하여 미국에서 꽃을 피웠고, 이조차 역사가 이제 겨우 100년을 넘긴 까닭에 지극히 서양 중심의 연구만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지요.


1960~70년대 미국 문화를 3세계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미국식 심리학 이론이 3세계 국가 문화와 다소 맞지 않는 현상을 발견하고 "비교문화심리학"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었으나, 근본적으로 미국 문화를 중심으로 둔 연구였기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후 1990년대가 되어서야 "토착 심리학"이라는 이름으로 각 국가 고유의 문화 특성에 기반한 심리학 연구가 시작되었으나 아직 역사가 짧고 주류 학문이 되기 힘든 구조적 문제 때문에 큰 진전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2000년도 들어서 자기주도학습이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으며


여러 학자들이 학습 동기에 관심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학습은 "교사가 학생을 어떻게 가르치느냐?"에 초점을 두었지만, 학습 동기가 학습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나서 "학생이 어떻게 학습 내용을 습득하느냐?"의 관점으로 변화하였습니다.


그 결과 심리학에서는 자기주도학습, 몰입 이론, 다중지능 이론, 메타인지 이론 등 수많은 학습 관련 이론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학습이라는 큰 담론을 두고 저마다 다른 분야의 관점에서 "올바른 학습 방법"을 설명하는 이론 체계들이 나왔지요. 그러나 각 이론들이 주장하는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면, 표현하는 용어와 강조하는 부분만 조금씩 다를 뿐이지 전체 조각을 맞추어보면 같은 내용들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이론을 따르더라도 충분한 이해와 완전한 구현이 되어 있다면 올바른 학습 환경을 조성해 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아쉬운 점은 서양 학자가 서양 문화를 기반하여 만들어진 이론들을 환경과 문화, 언어 습관이 다른 한국에서 적용하려다 보니, 학생들이 가진 잠재력을 충분히 끌어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사회 고유문화는 언어, 관습, 인간관계 등 모든 부분에 스며들어 있고 그것들은 다시 공통의 사회 문화를 강화시킵니다. 한국말에는 우리 고유의 정서가 스며들어 있고, 우리가 한국말을 사용하는 것으로써 고유 정서가 사람들에게 각인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사소해 보이는 언어의 다름은 커다란 사상의 차이를 가져오게 됩니다.


예를 들어 한국어로 친구에게 "우리 집에 놀러와."를 영어로 표현할 때, "우리 집"을 "Our house"라고 사용하면 이상한 말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친구의 입장에서 "너의 집이 왜 나의 집이 되니?"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한국에서는 "우리"라는 표현이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반면 영어에서는 대화의 참여자가 다 같이 소유한 대상에만 "our"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기본적인 소유격이 "우리"로 사용되는 문화는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항상 염두에 두는 것이 무의식적으로 몸에 배어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모든 생각에 집단주의적 관습이 적용되는 토대가 되는 것이지요.


별도의 다른 주제의 글로 자기주도학습 관련하여 학습 동기를 잘 설명하기 위한 이론으로 "자기결정동기"를 집중적으로 활용했다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자기주도성, 꿈과 직업 찾기 (바로가기 링크)) 이른바 학습 행동의 선택권이 학생 자신에게 있어야 가장 양질의 학습 동기가 나타난다는 것이었고, 그런 이론적 토대 위에 타인의 기대에 의해 만들어진 목표는 그보다는 낮은 수준의 학습 동기라고 이해한 것이지요. 그래서 검사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최고의 동기를 자기실현 쪽에 두고,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여 기쁘게 해드리려는 류의 동기는 그보다 아래의 수준으로 설계하였습니다.


돌이켜보면 지극히 서양적 시각으로 접근한 까닭에 저지른 실수였습니다. 그 이후 여러 자료들을 접하고 검토하면서 한국의 학생들이 집안이나 가정에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여 성과를 낸 사례가 매우 많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을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자아실현(성공)을 최고의 가치로 치는 서양과 달리 동양에서는 가정이나 또래집단 같은 "공동체에 속한 구성원으로서 개인"이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지요. "자기결정동기" 이론에서는 자아실현과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동기를 구분하여 나누어 설명하지만, 동양에서는 개인의 정체성이 집단 속에서 정의되고 실현되기 때문에 이 두 가지를 따로 떼어놓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한국 교육은
개인의 성장과 자아실현에 초점을 맞추어 설계되어 있습니다.


개인 중심의 꿈과 목표 찾기를 통해 학습 동기를 끌어올리려 하는 것이지요. 교육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의 문화들(드라마, 광고, 캠페인 등) 모두 개인을 중심에 두고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학생들과 청년들은 "우리 중심"의 언어를 사용하고 행동하는데, 사회가 제시하는 목표는 개인에 맞추어져 있으니 공명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개인 중심의 코드"가 적합한 일부 학생들, 스스로 "우리적 실현 목표"를 찾아낸 소수의 학생들을 제외한 대부분은 마음에 와 닿지도 않는 보상을 향해 영혼 없이 학습하고 있습니다.


한국형 자기주도학습 : 사회에 기여하는 인재를 목표로 제도를 설계하는 것


한국형 자기주도학습에 대한 생각은 여기에서 출발합니다. 개인의 영달이 아닌 사회에 기여하는 인재를 목표로 두고 학생들을 독려하고 이끄는 것입니다. (수업 과정과 교수 방식도 그에 맞추어 설계되어야 하겠지요.)


기여할 사회의 범주는 저마다 가진 그릇의 크기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세계 시민의 일원, 누군가는 가정의 일원으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로 목표를 정하게 되겠지요. 하지만 공통적으로 다른 사람을 위해 필요한 존재가 된다는 것으로써 지금 방식의 메시지보다 훨씬 더 강력한 학습 동기로 작용할 것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와 문화는 이미 그런 방식의 메시지에 공감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뿐만 아니라 경제 구조가 먼저 변화해야 합니다. 교육 제도를 어떻게 고치더라도 결국 경제 (기업) 문화와 대학 입시에 의해 재편되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이 다른 사람에게 기여하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갖고(한국형 자기주도학습), 그것이 현실적으로 생활을 영위하는데 전혀 장애가 되지 않는 사회(집단 공유 사상의 실현)가 된다면, 비로소 모든 아이들이 각자의 능력을 서로 다른 분야에서 빛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것입니다.


지금처럼 자신이 원하지도 않는 목표를 향해, 다른 친구를 밟고 일어서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비인간적인 교육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비단 이것은 교육 부분만의 변화가 아니라 많은 사람이 지속가능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가 되는 데에도 밑바탕이 될 것입니다.


하나씩 따로 떼어놓고 보면 달성 불가능한 이상적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이 모든 것들이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가 바뀐다면 모두가 연쇄적으로 달성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변화의 시작은 집단 공유의 사상을 일깨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관련 매거진의 첫 글 바로가기 링크)






신자유주의적 시장자본시스템에 의해 파편화-양극화된 사회,

한계비용 제로사회와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줄 희망과 위기,

힘없는 개인은 혼돈의 미래를 헤쳐나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첨단 기술 사회 속 우리는 어디에 서있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사회, 경제, 정치, 문화, 교육, 역사, 미래기술 등 다양한 영역의 현상을 조망하고 원인을 분석하여, 순환의 가치관과 이타적 본성의 공동체의 탄생을 주문하는 『이기심의 종말』(부제: 당신은 어떤 내일을 꿈꾸십니까)이 출간되었습니다.


미래가 어찌 흘러가게 될지 궁금한 분들, 두루 넓은 영역의 시대상과 기본적인 원리를 살피고픈 분들,

통합의 관점에서 사회 문제를 바라보고자 하는 분들, 원칙과 상식이 있는 사회를 만들기를 원하시는 분들,모두에게 자신있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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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목차 정보 >

1장. 우리 앞의 현실

1. 자본주의와 개인소유 사상
자본주의 / 블라인드 스팟 / 개인소유 사상
2. 개인소유 사상의 사회문화
생존과 투쟁, 공동체의 역사 / 한국의 공동체 해체 / 혼자가 될 때까지 / 경영과 노동 / 기업 조직 문화 / 교육 / 자녀 양육 / 국가 정치/ 경제 제도 / 학문과 문화 / 성 역할 갈등 / 이성 교제 / 행복
3.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개인편
경제 능력의 상실 / 직업의 귀천 / 실직과 사회 안전망 / 결혼, 출산, 경력단절 / 산업 구조의 변화 / 주거 불안정 / 자녀교육 / 질병, 사고, 장애 / 다시 일어설 기회가 없는 사회
4.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사회편
빈부 격차, 소득 격차 / 청년 빈곤 / 저출산, 노령화 / 산업 성장의 정체 / 미래 인재의 부재 - 교육과 기업문화 / 필연적 불황과 전쟁 


2장. 선택의 시간

5. 순환, 지속가능한 삶의 가능성
개인의 위기, 사회의 위기 / 순환의 부재 / 기업 내 개인의 순환 / 기업 스스로의 순환 / 기업 밖에서의 개인의 순환 / 자본의 순환 / 직업 분배의 모순 / 직업의 가치, 개인의 가치, 사회적 효용 / 순환이 있는 사회
6. 공유경제와 한계비용 제로사회
공유경제의 역사 / 공유지의 희극, 인터넷 / 인터넷 + 자본주의 = 한계비용 제로사회 / 에너지 인터넷, 운송 인터넷 / 공유경제의 현재와 미래
7. 제4차 산업혁명과 위기의 미래
제4차 산업혁명 / 이제 기업과 노동자는 어떻게 돈을 벌지? /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 / 창의적 직업으로의 전환, 가능할까? 


3장. 미래를 여는 열쇠

8. 공유경제 시대의 사상들
협력적 공유주의자의 시대 / 망중립성, 오픈소스 운동가들 / 공유가 소유를 앞서 나가는 시대 / 공유가 가진 힘의 원천 / 공유경제 시대의 동반자들
9. 지속가능한 삶을 향한 의식적 연대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이들의 연대 협력의 필요성 / 기술의 진보, 연대의 가능성 / 중앙 집중화된 권력에서 분산된 권력으로 / 연대 협력의 장애물들
10. 개인소유 사상의 그림자
미래를 결정하는 것 / 자기포장, 위선, 성장 절대주의 / 배려와 공감이 없는 자기중심 사고 / 불신 / 물질만능주의와 소유욕
11. 개인에서 공동체로
내려놓기 / 보다 영속적인 가치 / 관심, 인정, 배려 / 공동체 의식의 확장 


4장. 우리가 꿈꾸는 세상

14. 우리가 꿈꾸는 세상
소유자, 생산자, 소비자가 하나 된 공유기업 / 생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되는 사회 안전망 / 최소 지원(복지)의 기준 : 주거, 교육, 질병 / 개인의 성장과 사회적 기여에 특화된 직업 / 변화된 교육이 바꾸어갈 세상 / 제약적 가족 관계에서의 해방 / 여성에 대한 관념의 변화 / 여성, 남성이 아니라 개인으로 대접받는 사회 / 지속가능한 삶이 있는 사회
15. 우리를 넘어 세계를 향해
  페이비언 사회주의, 칼 폴라니, 제3의 길 / 서양과 동양의 문화적 차이 / 언어의 힘, 한민족의 정신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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