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에서 맨땅에 헤딩
캐나다에서 산지 4년, 마케팅 일을 하지 않은지도 4년이다. 책상에서 벗어나 몸을 움직이는 일을 평생 하며 살겠다는 다짐은 몇 년 가지 못했다. 장시간 서서 일하면서 허리를 굽히는 일을 하다 보니 허리디스크가 찾아왔고, 나이에 비해 이르게 무릎 통증도 생겼다. 오피스 잡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각종 베네핏을 제외하고 라도, 노년까지 지속 여부, 자택 근무 환경, 연봉 인상 가능성 등을 보면 그게 맞는 선택 같았다. 문제는 타국에서 어떻게 한국 경험만으로 취업을 할 것인가 였다. 게다가 어떤 분야보다도 빠르게 변하는 마케팅 분야에서 4년이나 공백이 있고,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했으며, 영어가 모국어도 아니다. 개발이나 디자인처럼 기술이 있다면 쉬울 텐데, 일반 기획과 실행을 하던 마케터는 정말 맨땅에 헤딩을 시작하게 된다.
일단 처음으로 한 일은 캐나다 주정부에서 지원하는 브릿지 프로그램을 들은 것이다. 브릿지 프로그램(Bridge Program)이란 본국에서 하던 일은 이민 후에도 할 수 있도록 캐나다 근무 환경, 비즈니스 영어, 관련 기술을 교육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무료가 대부분이고, 비용이 있는 경우는 정부에서 도움을 주기도 한다. 주정부 홈페이지에서 정보를 찾을 수 있고, 보통 현지 대학에서 운영을 하기 때문에 대학교 홈페이지도 안내가 되어있다. 기본적으로 이민 온 지 5년이 넘지 않은 영주권자 한정으로 일정 등급 이상의 영어 점수, 한국 대학교 학위, 한국에서의 실무 경험 등을 갖춰야지만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된다. Sales & Marketing 같이 특정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경우도 있고, OSLT(Occupation Specific Language Training)라고 전반적인 캐나다 workplace 문화를 교육해주고 취업을 도와주는 프로그램도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전화 혹은 이메일 응대 업무부터, 프레젠테이션 제작, 서베이 작성, 잡 서칭 등을 배울 수 있다.
프로그램을 들으면서 좋았던 부분은 그동안 어디에서도 접할 수 없었던 영어 공부 소스를 많이 얻게 된 것이다. 녹음본과, 스크립트, 단어 등을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비롯해서 대학교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발음 훈련 프로그램, 모의 잡 인터뷰 프로그램 등의 접근권을 갖게 된 것이다. 또한 프로그램을 수료 시 대학교에서 주는 수료장 또한 이력서에 현지 경력 대신 첨부할 수 있는 좋은 소스이며, 담당 instructor에게 추천서를 받을 수도 있다. 모든 캐나다 회사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채용 마지막 단계에서 References라고 나의 업무 능력을 증명해줄 수 있는 사람 2-3명의 정보를 회사에 제공하는 과정이 있다. 보통 전에 일했던 직장 관리자의 기본 정보와 연락처를 References에 적어 제출하면 회사에서 전화를 걸어 구직자가 그 직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일을 했는지, 직장 동료들과 문제는 없었는지 등을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채용이 취소되기도 하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문서이며, 연락처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리 그 사람에게 연락해서 동의를 구하는 것이 예의이다. 현지 경력이 없는 나의 경우에는 instructor가 내가 캐나다 업무 환경에서 일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이 필요했다.
다음은 이력서 및 커버레터 첨삭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알아보았다. 브릿지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이력서 및 커버레터(자기소개서) 첨삭을 받을 수 있지만, 살고 있는 지역의 기관(Empolyment Connection)을 통해서도 무료로 가능하다. 이 또한 주정부에서 새로 이민 온 영주권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의 일환이기 때문에, 주정부 홈페이지를 잘 살펴보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보통 내가 작성한 이력서와 커버 레터를 이메일로 보내면 첨삭한 파일을 나에게 다시 보내주는데 이렇게 만들어지는 걸 기본 파일로 두고, 잡 포스팅에 따라서 매번 이력서와 커버 레터를 수정해야 한다. 어떤 식으로 수정을 해야 하는지 잘 알려주는 온라인 job search workshop들도 많으니 꼭 검색해서 듣는 것을 추천한다. 잡 포스팅에 적혀있는 Qualification, Responsibility에 따라서 이력서와 커버레터에 적은 내가 전 직장에서 한 일들과 경험을 수정하는 것이다. 여러 가지를 잘해야 인정받는 한국과 달리 캐나다는 특정일만을 잘해야 되는 곳이다. 포스팅마다 다르게 나와있는 요구되는 일들을 내가 어떻게 잘하는지 커버레터에 상세하게 적어야 한다. 이력서는 일단 한 장으로 만들되 맨 윗부분에는 나의 skills을 명시하는 것이 좋다. skills이란 내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적는 것인데, 보통 2개 정도의 소프트 스킬(커뮤니케이션, 리더십, 문제 해결 능력 등)과 그 이상의 하드 스킬(컴퓨터 문서 작성, 외국어, 전문 분야 능력 등)을 적는 다고 들었다. 다음 work experience에는 단순히 회사 이름과 근무 기간을 적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내가 이룬 성과를 숫자와 함께 한 두 줄 덧붙이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5개 브랜드의 social media를 관리했으며 그것이 연간 매출 15% 상승에 기여했다. 투자를 받기 위한 pitch를 기획, 발표 그것의 결과로 5천만 원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 이렇게 말이다. 다음은 교육과 자격증 봉사활동 부분이다.
봉사활동은 취업 전 현지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마케팅은 봉사활동이 없을 거라는 나의 예상과 달리 온라인으로 참여 가능한 기회를 많이 찾을 수 있었다. 토론토에 거주하는 내가 찾은 사이트는 Volunteer Toronto이지만, 다른 주에 사시는 분들도 쉽게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봉사활동의 경우에도 이력서를 제출하고 면접을 봐서 기회를 얻을 수 있으며, 하는 일은 기관의 뉴스레터 작성이나 Social Media 관리, 마케팅 계획 짜기 등 일반 회사에서 하는 업무와 다르지 않다. 다만 여러 명을 뽑는 것이 아닌 경우 한 명이서 해야 하는 업무의 양이 많기 때문에 6개월 이상이라는 긴 기간 동안 시간을 잘 분배해서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은 자격증이다. 개인적으로 온라인 자격증 과정이 내가 캐나다 마케팅 시스템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 유료인 기관들도 많이 있지만 나는 무료만을 찾아서 들었는데, 꼭 자격증을 따지 않더라도 공짜로 집에서 마케팅에 대해 배울 수 있으니 손해 볼 것이 없었다. 추천하고 싶은 과목은 Google SEO(Search Engine Optimization), Google Analytics이다. 내가 한국에서 광고회사를 다니던 시절에는 모두 네이버 검색광고를 하고 구글은 배너를 이용하는 정도였기 때문에 나는 구글 광고에 대해 무지했다. 특히 구글 검색 최적화의 경우에는, 네이버 파워블로거 같은 개념이 없는 환경에서 회사 홈페이지에 blog 부분을 만들어 키워드에 최적화된 content를 쓰고 트래픽 조작 없이 organic 검색 영역 부분 상단에 올려야만 하는데, 이것을 온라인 강의를 통해 배우는 것이 유익했다. 전체 동영상 강의를 듣는 데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하루 종일 했을 경우 이틀 만에 끝낼 수 있는 정도이고, 시험을 봐서 일정 점수를 넘어야지만 Certificate을 받을 수 있다.
2. Microsoft Advertising Learning lab
3. Google Analytics Academy https://analytics.google.com/analytics/academy/
4. HubSpot Academy - 유일하게 광고대행사에서 운영하는 아카데미인데, 처음 가입할 때 재직 회사나 운영하고 있는 홈페이지 기입이 필요하다. 대충 지어서 만든 사이트를 입력해도 가입이 가능하다.
마지막 단계는 네트워킹이다. 캐나다 또한 인맥 사회라 많은 잡들이 공고 포스터 조차 올라오지 않은 채 추천을 통해 구해진다. 네트워킹을 위한 방법 중 첫 번째는 linked in 이 있다. 한국에서는 쓰지 않았던 linked in을 새로 가입하고, 이력서와 비슷한 프로필을 작성했다. 헤드라인에 적는 직책에는 나는 구인 웹사이트(Indeed)에서 Marketing을 검색했을 때 가장 많이 나오는 Coordinator를 적었다. (확실히 Account Executive보다는 Marketing Specialist 등을 더 많이 쓰는 듯하다) 그리고 Connection을 만들어 나갔다. 졸업한 학교, 관심 있는 회사 등을 검색해서 내가 connection을 걸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메시지와 함께 connection을 요청했다. 원래 친분이 있는 사이가 아닌 생판 남에게 connection을 요청할 때는 메시지를 짧게라도 보내야 승낙될 확률이 높다. 메시지는 구글에도 포맷이 나와 있고, 내가 만든 포맷은 아래와 같다.
Hello, my name is ---- and I am passionate about continuing my career in business. I am very interested in learning more about your company. It would be great to connect so we might be able to speak in the future.
회사들의 채용 과정에서도 Linked in 체크는 필수이기 때문에 많은 connection과 활동을 보이는 게 당연히 구직자를 돋보이게 한다. 특히 인터뷰가 잡혔을 때 그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과 connection이 있다면 메시지를 보내 인터뷰 시 어떤 질문들을 하는데, 어떤 태도가 중요한지 물어보는 경우도 많이 봤다.
두 번째는 페이스북 그룹이다. Marketing으로 검색해서 나오는 지역 페이스북 그룹에 가입하고 활동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온/오프라인 행사에 참여할 수도 있고, 그룹에 한정적으로 올라오는 채용 공고도 확인할 수 있다.
지원을 하고 다음 과정은 인터뷰 준비다. 준비를 위해서는 구글에서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물어보는 기본적인 질문 10-15가지 정도를 찾아서 나의 답변을 영어로 적어 둔다. 추가 질문들은 Glassdoor에서 지원 분야 혹은 회사 이름을 검색해서 미리 인터뷰를 봤던 사람들이 공유해둔 것을 확인하면 된다. 위에 언급했던 이력서, 커버레터 첨삭 기관에서 인터뷰 준비도 도와주는 경우가 많다. 담당자가 내가 준비해둔 질문을 물어봐주고 내 답변을 고쳐주거나, 실제 관련 분야에서 고용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을 초청해서 모의 인터뷰를 하게 해주기도 한다.
나도 처음에는 아는 게 없어서 굉장히 고생을 했다. 브릿지 프로그램이라는 게 있는지도 몰랐고, 어떤 정보를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몰라서 구글링을 하루에도 몇 시간씩 몇 줄을 했다. 열심히 찾은 정보를 브런치에 남긴다. 모두 취업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