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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A Apr 17. 2017

아 세상엔 너무 할게 많다.

요즘 근황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 선택할 수 있고,

아직 가능성이 많(다고 믿고 싶)은 28살에게,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다.


즉각적인 기분으로 하루 일정을 결정하고,

꾸준히 하려는 무언가를 오늘 하루 더 했을 때 온전히 나만의 하루가 완성된다.


이런 날은 밤에 집에 왔을 때 하루 종일 기분이 너무 좋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서 이상한 감정에 사로잡히곤 한다. 연차도 아니고, 특별한 날도 아닌 평범한 화요일이 이렇게 보내질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한다.






#1.

영어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영어 회화 실력을 늘리고 싶은데,

가만히 앉아서 선생님과 교재 중 어디에 눈을 둬야 할지 모를 정도로 흘러가는 학원 수업을 듣는 것은 나에게 너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영화디저트가 있는 영어 학원을 등록했다.

여자들끼리 모여서 디저트를 먹으면서, 영화에 나오는 표현을 바탕으로 영어를 배우는 학원이다.




" 그녀들의 영어식사, 쉬다이닝 "



수업 정보는 페이스북에서 얻었다.

회사에서 그렇게 열심히 돌리던 페이스북 광고의 효과를 스스로 입증하는 소비자가 되었다.




2주 동안 먹은 디저트! 디저트에 차는 필수지.




매주 다른 영화를 보면서 새로운 디저트 먹을 수 있는데, 디저트 때문에 학원을 가는 게 너무 즐겁다.


하루를 쉬다이닝 클래스, 카페에서 커피랑 함께하는 점심, 끝내주는 책 읽기(감흥 없이 그냥 읽히는 책으로는 조금 아쉽다), 운동, 매장 알바로 마무리하는 날은 이보다 더 행복할 수가 없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수업이 일주일에 한 번 뿐이고 배우는 내용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단기간에 실력 업그레이드를 하고 싶은 욕심 때문에 영어를 공부할 다른 방법을 찾아보았다.

찾은 것 한 가지는 YouTube.




가장 좋아하는 블로거, Everyday Estee



유튜브 영어 영상의 자막이 제공된다는 사실을 얼마 전에 알았다.

(혼자서 이 사실을 발견하고 굉장히 sensation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나만 몰랐던 사실일까 봐 지인들에게 이야기하지 못했다.)

외국 블로거들의 영상을 영어 자막이 보이게 틀어놓고, 그들이 쓰는 일상 영어 표현을 소리 내어 따라 해보고는 한다.




+ 미티영이라는 어플은 영어 공부에 진짜 괜찮다. 최근 하루 무료 이용 시간이 20분에서 15분으로 줄어들어서 아쉽다.







#2.

요새 갑자기 하루키 소설이 마구 읽고 싶다.



상실의 시대가, 그 해설본이 너무 읽고 싶다.

주인공이 어떻게 되었다는 전체 스토리 말고 디테일한 부분이 생각나지 않는다.

읽는 중간 생각에 빠져 책 한 권을 덮는데 한참이 걸리는 그 책들을 나이가 더 먹기 전에 다시 한번 읽어야 할 것만 같다.


저번 달까지는 이상하게도 책이 읽히지 않는 시기였는데(이 시기에 일부러 더 책을 읽어야 한다는 사람도 있지만 여행 에세이도, 힐링 소설도 안 읽히는 시기에는 그냥 독서를 쉬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달부터는 하얀 종이에 코를 푹 처박고 줄로 가득 찬 글을 읽으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는 하루를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하고 있다고, 하루키가 고백했다





그래서 요 몇 주 동안 오랫동안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를 몇 군데 찾았다.



먼저 강남구청 도서관.

집에서 바로 탈 수 있는 7호선 라인에 있고 강남구청역과 도서관이 연결되어 있어서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된다.

이 곳은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할 일을 하는 곳이다.

자세히 묘사하자면, 노트북으로 PPT를 만들고 있는 대학생, 엄청나게 다양한 색깔의 색연필을 펼쳐 놓고 그림을 그리고 있는 50대 중반 나이 때의 아저씨, 안경을 끼고 정자세로 만화책을 읽고 있는 초등학생이 커다란 원형 테이블에 모여 앉아 있다.



두 번째, yes24 중고 서점.

강남역과 신논현 역 사이 쉑쉑 버거가 있는 도로변 지하에 위치해 있다.

서점과 마찬가지로 많은 책이 진열되어 있고, 코드까지 꽂을 수 있게 비치된 테이블에서 오랫동안 책을 읽는 것이 가능하다.

Minimal Life를 실천한다는 명목 아래 집에서 굴러다니는 책을 팔기 위해 갔다가 알게 된 장소인데, 책상 자리를 앉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인 교보문고와 달리 언제 가도 많은 자리가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같은 도로변에 알라딘 중고 서점도 있고 그곳에서도 눈치 보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지만 분위기나 조명이 왠지 yes24가 편하다.)



세 번째, 강남 교보문고.

사실 광화문 교보문고의 나무 책장 인테리어를 더 좋아하긴 하지만 주 행동반경이 강남일 경우에는 신논현역에 연결된 교보문고가 가장 편하다. 사실 교보문고에 들어가서는 먼저 BEST SELLER에 어떤 책들이 있는지 쭉 한번 훑고 새로 나온 신간들의 제목을 보면서 요새 어떻게 세상이 돌아가는지 한번 보는데 의의를 두고는 한다.

한층 아래에 있는 HOT TRACKS에서 신기한 아이템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꽃집도 한번 보고 디퓨저 냄새도 한번 맡고, 액세서리도 몇 번 차 본다. 다만 도서관에도, 중고 서점에도 없는 책을 읽고 싶을 때는 교보문고 만한 곳이 없다.


책을 살 경우에는 교보문고 한쪽에 입점한 폴바셋에서 밀크티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책을 읽기도 하고, 아닐 경우에는 읽고 싶은 신간을 찾아들고서 기다란 의자 한편에 자리를 잡는다.








#3.

예기치 못한 즐거운 일. 그리고 사람을 만나는 것.



얼마 전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와인샵에 1인 수입사 사장님이 영업차 오셨다.

샘플 와인을 무려 5병이나 주고 가셨는데 우리 가게 사장님은 수입사를 바꾸실 생각이 없으셔서 와인이 몽땅 내 차지가 되었다. 기분이 너무 좋아서 환호성을 질렀다. (이달 와인 값은 굳었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헛된 생각이었다.)



전부 스페인 와인이었고, 일반적으로 다른 포도 품종과 블랜딩해서 만드는 포도 품종들을 100%만으로 만든 와인이었다. 병이 너무 예뻤고 몇 가지는 맛이 괜찮았다.





집 근처에서 바(Bar)를 운영하고 있는 유경이와 이 와인들을 마셔보기로 했다.

이 날 유경이의 가게에는 , 유경이의 8년 지기 친구, 유경이와 동업하는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다른 가게의 오랜 단골 언니 이렇게 3명이 각각 혼자 왔었다. 생전 처음 만난 우리 셋은 한 테이블에 합석해서 새벽 1시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안주는 이번 주에 독일에서 귀국한 언니가 사 온 초콜릿. 유경이의 친구가 가져온 말린 망고.




언니는 회사를 그만두고 독일로 건너가 대학원을 다니고 있고, 시각디자인을 전공하는 유경이의 친구는 회사에 가기 싫어 대학원을 다니고 있다. 그리고 나는 회사 다니기가 싫어서 프리랜서(라 쓰고 반백수라고 읽는) 생활을 하고 있다. 우리는 인생 얘기, 남자 얘기, 전공 얘기 등 별 얘기를 다하며 내가 가져온 와인 4병을 다 마셨다.







이 화이트 와인에 마음을 빼앗긴 유경이는 다음날 가게에서 팔 용도로 와인 1BOX를 주문했다. 결과적으로 사장님의 영업은 성공했다.





맛있는 와인을 먹으면 왠지 기운이 난다.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와인을 먹으면 행복해진다.






#4.

이어지는 재미있는 일


이날 가게에서 처음 만난 우리 셋은 이번 주 주말에 내장탕과 소주를 먹기로 했다.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약속이 생겼다.


그리고 그녀들이 우연히도 같이 듣고 있었던 '독일 언니들'이라는 팟캐스트를 추천받았다. 독일에서 일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는 30대 언니 둘이 자신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해주는 팟캐스트라고 한다. 저번 달 시즌1 고별 방송을 했는데 에피소드가 23개나 있다. 매주 월요일 매거진 B 팟캐스트를 듣는 재미로 일주일을 기다리는데 애독하는 채널이 하나 더 생기다니! (나는 이동시 팟캐스트 듣는 것이 좋다. 음악을 듣는 것보다 그 시간을 조금 더 꼼꼼하게 쓴 느낌이 든다.)








게다가 들어야 할 방송이 하나 더 생겼다.


저번 주에 교보문고 신간 코너에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백영옥 작가(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 / 애인의 애인에게 / 아주 보통의 연애 책을 모두 좋아한다)이 쓴 '빨강머리 앤'에 대한 책을 봤다. 빨강머리 앤의 애니메이션 장면과 함께 앤이 소설 속에서 했던 대사들이 쓰여있고, 그 대사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적혀있다. 아 이런 책을 너무나 술술 읽히며, 핸드폰 메모장에 공감 가는 내용을 적을 수 있는 책이다.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녹색창에서 백영옥 작가님을 검색하다가 얼마 전에 MBC에서 라디오를 시작하신 걸 알게 됐다.

"라디오 디톡스 백영옥입니다" 라디오 디톡스라니 이건 제목이 너무 멋있다.

다시 듣기 할 화가 10화에, 매일 하나씩 더 업로드된다니 갑자기 세상에 재미있는 일이 너무 많아졌다.






+

작가님이 이 책을 쓰기 위해 애니메이션 50화를 다시 봤다고 하시는데, SK통신사 덕에 애용하는 oksusu어플에 빨강머리 앤 극장판, TV 애니메이션 판이 다 있는 것을 발견했다. 마이 영화/DVD에 별표를 쳐놓고 이번 주말에 혼자 침대에 누워서 봐야지 라는 다짐했다.







#5.

하고 싶은 일


석촌호수 나들이를 가야 한다.

벚꽃이랑은 관계없다.

신천시장에 들러서 파오파오 새우만두랑 김판조 닭강정을 산 뒤, 털레 털레 걸어 석촌호수 벤치에 앉아 석양이 저물 무렵 더 예뻐지는 롯데월드를 바라보며 친구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계절이다. (봄과 가을 밖에 할 수 없는 일이다.)



앙금 플라워 떡케이크 만드는 것을 배우 보고 싶다.

이번 주에 엄마 생신이 있어서 앙금 플라워 떡케이크를 주문했다. 직접 만들까도 고민했었지만 같은 가격에 더 예쁜 퀄리티를 위해 공방의 힘을 빌렸다. 왠지 외국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얼마 전에 가게 근처에 끝내주는 서점을 발견했다. 대놓고 써있지는 않지만 어떤 테마에 맞는 책들이 진열되어 있다. 일반 서점의 책들이 소설, 에세이, 시 이런 식으로 카테고리 분류가 되어있다면 이 곳은 미래에 대해 고민이 될 때, 시간을 때우고 싶을 때,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이런식으로 분류가 되어있는 것 같다. 이 곳이 끝내준다고 생각한 이유는 혼자 음악을 듣거나 독서를 할 수 있는 독방도 있기 때문이다.




가로수길, TASK BOOK SHOP 타스크 북샵


언젠가 한번 여기서 하루를 보내리라.




우쿨렐레를 케이스에 가둬놓은지 2년이 다되어가고 있다. 먼지 묵은 케이스를 툭툭 털고 오랫동안 늘어져 있는 줄을 당겨서 맑은 소리를 내야 할 때이다.





아 세상에 정말 할게 많다.









테마가 있는 영어, 쉬 다이닝 https://www.she-dining.com/


외국에서 혼자 외롭게 생활하고 계시는 분들에게 보내드리는 본격 위로 방송, 외국 생활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계신 분들께 보내드리는 현지 교양 방송, 독일 언니들 


라디오 디톡스 백영옥입니다 다시 듣기





p.s 뒤늦게 덧붙이는 후기

4.23 내장탕 정모






글쓴이 :)


2016년 8월, 돌연 퇴사 후 유럽으로 도피. 귀국 후 프리랜서(라 쓰고 반백수라 읽는) 생활을 하며, 느끼는 바를 모두 써 내려가고 있어요. 결혼 자금이라는 걸 모으게 된다면 마음껏 세계 여행을 하고 싶어요. '쿠바' 이런데 위주로 말이에요. 사랑하는 사람이랑 함께한다면 더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요. 인생은 여행 아니면 사랑이니까요. (무엇에 대한 여행, 어떤 대상에 대한 사랑인지가 다를 뿐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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