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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A Mar 05. 2017

위로 혹은 따뜻함, 그리고 그 이상

아끼고 아끼는 영화 속 장면들




 영화에 대해서 딱 한 가지 주관을 가지고 있다.

피 흘리고 소리 지르고 주인공이 날아다니는 영화보다 로맨스 영화가 좋다.

데이트할 때 극장에서는 웃기고 재미있는 영화를 보더라도, 혼자 집에서 침대에 누워 영화를 볼 때는 잔잔한 영화가 좋다. 그리고 그 영화가 판타지적인 요소가 없는 일상 영화일 때 더 몰입이 된다.


예전부터 그랬다.

드라마도 여자 주인공이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을 하는 드라마가 좋았다.



 좋은 영화, 기억에 남는 영화는 그 영화를 떠올릴 때마다 생각나는 장면이 있다.

노트북, 핸드폰으로 보면서 캡처해둔 장면들이 있는데 이유는 정말 사소하다.

대사가 좋아서,

혹은 여주인공의 마음이 모니터를 뚫고 나온 것 마냥 전달돼서.







"나말야, 정말 용감해졌어.

아름답고, 강하고, 똑똑하고, 사랑하고 사랑받아!"


 사랑받는 여자의 모습이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장면.


독일 영화 '파니 핑크(Nobody loves me, 1994)' 속 여주인공이 좋아하던 남자의 사랑을 얻었다고 믿으며 한 대사.

사랑을 주고 사랑을 얻은 여자는 아름다워지고, 마음이 굳건해지며, 모든 행동에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남자도 마찬가지겠지.



 인상적이었던 인트로 인터뷰.

사랑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꼭 봤으면 하는 영화.

파니의 밝고 당당한 성격, 실연을 이겨내는 과정, 그리고 바보 같을 만큼 따뜻한 마음씨에 많은 여운이 남았던 영화.







"주인공은 행복해질 거에요."



 영화 '최악의 하루(Worst Woman, 2016)' 속 여주인공에게 길에서 우연히 만난 일본인 소설가가 해주는 말이다.


전혀 볼 생각이 없다가 제일 친한 대학 동기의 추천으로 본 영화인데, 여주인공이 처한 상황에 많은 감정 이입을 했다. 현실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남자들이 나온다. 상대보다 자신이 우선인 남자. 사랑했지만 해피엔딩이 될 수 없었던 남자. 그러면서도 완전히 놓아주지는 않는 이기적인 남자. 생각지 못한 만남으로 알게 되어 위로를 주는 남자. (혹은 서로에게 위로가 된)  




일과 사랑, 그 어떤 것도 잘 풀리지 않을 때

주문을 건다. 스스로에게.

"나는 행복해질 거에요"







"무척 애틋했던 시간으로 기억할게요"



 영화 '5 to 7, 2014'에서 여주인공이 담담하게 연인에게 이별을 이야기하는 장면이다.


이 대사를 어떻게 이렇게 번역해주셨을까.

이건 흑백영화 '카사블랑카'의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만큼 길이 남을 번역이라고 생각한다.

'애틋하다'라..

이 단어는 따뜻하면서 아련하고 슬프면서 희망적이다.



결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긴 시간이 흐른 후,

사랑했던 사람과 재회가 저렇게 될 수도 있겠구

그 힘든 이별도 결국 극복이 되는구나

역시 사랑만으로 모든 것을 버릴 수는 없구나

하고 다시 한번 깨달았던 영화.








 어떠한 대사도 필요 없지 않을까 싶다.

2016 최고의 영화 '라라 랜드(La La Land, 2016)' 속 상상의 해피엔딩 장면.



처음 봤을 때는 너무 울어서 정신이 혼미했고,

두 번째 봤을 때는 이 감정을 오랜 시간이 지나도 꼭 간직해야지 라고 다짐했다.



어떤 기사에서 라라 랜드를 감동 깊게 본 사람들은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에 대한 미련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글을 읽었다. 소름 끼치는 분석이다.



사실 영화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대사는 "Just wait and see"인데,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는 인위적으로 만들어나가는 것보다 흘러가는 대로 두는 게 맞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아직도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런 거라면 쫌 찌질한 걸지도.











'라이크 크레이지(Like Crazy, 2011)' 불꽃같은 첫사랑을 하는 고등학생 주인공들의 모습.


 눈에서 꿀 떨어진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서로를 바라보는 표정.

그냥 바닷가, 해변 일 뿐인데 주인공들을 위해 존재하는 공간인 것 마냥 아름답다.




이런 사랑을 해야지 라고 다이어리에 적는데,

신기하게도 이런 사랑이 왔다.




 대사는 없지만 보기만 해도 따뜻함이 느껴지는 장면들





'해피 해피 와이너리(A Drop Of the Grapevine, 2014)'




 잔잔한 일본 영화다.

사진은 와이너리를 운영하는 형과 농사를 짓는 동생이 같이 저녁 식사를 하는 장면.

키우는 닭이 낳은 달걀과 직접 농사지은 야채들로 찬을 만들고 직접 구운 빵을 올린다.


빵을 반죽하고 굽는 행위는 이상하게도 사람을 치유하는 느낌이 든다.

비교적 아무것도 없는 가루를 무언가 형체가 있는 것으로 만들어 내는 퍼포먼스에서 느껴지는 건지,

눈을 감고 코를 킁킁 거리게 하는 냄새에서 느껴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식사는 너무나 정갈하면서 푸짐하고,

소박한 듯 알차서 시골에서 이런 식사를 하면서 살고 싶다는 꿈을 꾸게 한다.

물론 여기에 위 장면에서 나오듯이 직접 만든 와인을 물처럼 곁들이는 게 큰 몫을 한다.

(지금도 노트북 옆에 물컵에 따른 와인 한 잔이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인지도)






'유스(La giovinezza, Youth, 2015)' 산책길.




 어려운 영화였는데 보고 나서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스위스에 가봐야겠다.


사진은 주인공이 머무는 스위스 요양 병원 근처의 산책길이다.

인생을 함께 한 친구와 서로 희끗희끗 한 머리카락을 바라보며 앞으로의 삶의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가는 산책길이 정말 그림 같다.



이런 곳을 매일 걸을 수 있으면 무슨 걱정이 있을까.

아니 걱정이 걱정으로 느껴지긴 할까.






p.s 영화는 아니지만 좋아하는 장면





 웹드라마 '대충 사는 강대충씨' 에서 주인공 집 옥상에 전구를 꾸미고 여름밤 같이 책을 보는 장면.


저런 게 바로 여름밤의 낭만이지.

아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여름밤만큼은 지금 있는 이곳이 유럽인지 한국인지 헷갈리도록 만든다.




6부작의 짧은 내용이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한 드라마.

회사를 그만두고 편의점 알바를 하는 여주인공이 꼭 나 같다는 생각을 한다.











+ 모았지만 모아지지 않는 한 편을 마치면서...



'언젠가는 나도 꼭 글을 올려야지'라는 다짐과 함께 1년간 눈팅만 했던

브런치에 나만의 공간 그리고 매거진이 생기고

전혀 알지 못하던 분들이 부족한 글에 공감해주시고, 구독을 눌러주시는 일이

너무나 따뜻해서 키패드에 얹은 손가락에 더 힘이 들어갑니다.

그 어떤 연애보다도 낭만적인 글,

진정성 있게 나를 드러낼 수 있는 글을

쭉 써나 가겠다는 새로운 다짐을 합니다.





* 표지 사진은 얼마 전 다녀온 디뮤지엄 YOUTH 전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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