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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A Apr 27. 2017

일상을 기록한다는 것.

생각할수록 좋은 시간이었는데 금방 까먹는다는 건 너무 슬프잖아.






 그래서 그렇게 열심히 사진을 찍는 것 같아.

막상 어디에도 올리 않으면서 말이야.






 이 날은 거의 처음으로 우리가 단둘이 술을 마신 날이었던 것 같아. 


그때까지만 해도 회사원이었던 나는 정시 퇴근 후 너의 회사 근처로 갔고, 너는 갑작스레 밀려든 일을 처리하느라 의자에서 꼼짝도 못 하고 있었지. 나는 거의 1시간 반 동안 너의 퇴근을 기다리며 이 곳 테라스에서 시간을 보냈어. 마음이 급했던 너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어디냐며 전화를 했고 우리는 고대했던 술자리를 가질 수 있었지.




그 곳은 분위기가 갤러리 같았어.


 너는 회사에서 새로 맡은 일이 힘들다고 이야기했고, 나는 공감되는 이야기에 맞장구를 쳤어. 그다음에 우리가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내가 무척 깔깔거리면서 웃었던 기억이 나.


와인 한 병을 다 마시고 부족했던 우리는 하우스 와인을 한 잔 씩 시켰지. 그리고 취기 가득한 상태로 같이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갔던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좀 희미해.


분명한 것은 나는 이 날 너에게 아주 맛있는 술을 얻어먹었지.







 풍경이 정말 예쁜 게스트하우스였어.


그리고 정말 더운 여름이었지.


 이 곳의 사진을 보자마자 하루라도 꼭 이곳에 머물러야겠다고 생각했어. 밤에 도착한 우리는 잠깐 내린 비가 불러낸 풀내음을 가득 맡으면서 숙소 문을 열었어. 짐을 풀고 노곤함을 씻어버리고 나니 부스럭 거리는 이불의 편안함이 느껴졌어. 풀벌레 소리가 어렴풋이 났지만 나는 음악을 틀었고, 가져온 책을 꺼내 들었어. 이 곳에서 꼭 책을 읽고 싶었거든.






 근데 이 책이 무슨 책이었더라. 기억이 가물가물해. 사진 속에 있는 일러스트를 보니 책장에 있는 책 한 권이 생각나. 그 책은 "너를 위해서라면 일요일에는 일을 하지 않겠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어. 너는 이 제목이 로맨틱하다고 했었지.








 오랜만에 만난 내가 "우리 놀이동산 가자"라고 입을 떼니 너는 의외라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어.

시즌권까지 끊었던 너와 달리,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에게 놀이동산은 단체 소풍 때나 가던 곳이었으니까. 왜 였을까. 생동감 있는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기도 했고, 츄러스가 먹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해. 우리는 석촌 호수를 걷다가 벤치에 앉아서 닭강정을 먹고는 야간 개장에 맞춰 그곳으로 향했어.






이건 지금도 생각나는 맛이야





 오랜만에 간 놀이동산은 꿈과 희망의 나라라는 수식어가 어울릴 만큼 근사했어. 우리는 지나가는 고등학생에게 부탁해 회전목마 앞에서 사진도 찍고, 바닥에 앉아 퍼레이드도 봤지. 사실 이 날 너에게 다 털어놓지 못했지만, 나는 좀 복잡한 상황이었어. 어질러진 화장대 위에서 자리를 못 찾고 있는 새 립스틱 같았거든. 근데 어둑어둑 해진 밤에 이 곳을 나오면서 아무 생각이 없어졌어. 문득 이런 게 인생이구나 싶었거든.











 에 가는 길에 동네 술집 화단에 데이지를 심었어.


얼마 전에 네가 이 곳에 꽃을 심을 거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거든. 허락 맡지 않고 꽃을 고른 나는 모종을 5개밖에 집어 들지 못했어. 근데 그 날은 꽃집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어. 어렸을 때 TV에서 보던 애니메이션 주인공과 같은 이름의 꽃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거든.




 나는 그 날 원피스를 입고 맨손으로 흙을 파헤쳐 꽃을 심었어. 이건 나 스스로를 위해 심은 거야. 내가 지나가면서 꽃을 보고 싶었거든. 이 꽃들이 매일매일 얼굴을 들고 있는 것을 보면 왠지 나도 기운이 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


 뒤늦게 이 소식을 들은 너는 나보고 좋은 또라이라고 했지. 근데 너에게 말하지 않은 한 가지 사실이 있어. 나 그 단어 고등학교 때부터 많이 들었던 단어야.







#모두_다른_너


#커버 사진_

 4월 햇살이 좋은 어느 날, 노천카페 느낌이 나던 곳에서 함께한 우리의 점심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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