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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A Dec 10. 2016

Enjoy your Berlin! 2

베를린을 즐겼던 나만의 방법




지난 편에 이어서.


Free Yoga in Mauerpark


 베를린에 두 달을 있으면서 구글 지도에 별들을 빡빡하게 채우고 나니 더 이상 둘러볼 곳이 없어지기도 하고, 오랫동안 쉰 운동 때문에 몸이 찌뿌둥하다는 신호를 마구 보내서(출국 전에 한국에서는 점심시간에 회사 앞에 있는 복싱 학원을 다녔었다. 물론 엄청 열심히 한 건 아니다.) 운동 클래스를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학원을 끊자니 정해지지 않은 귀국 날짜 때문에 한 달 이상 등록하기가 애매하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는 곳을 별도로 찾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어떻게 할지 망설이던 차에 룸메이트가 meetup이라는 App을 알려줬다.



meetup homapage

 



meetup에 대해서 아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자기가 하고 싶은 활동을 다른 사람들과 같이 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연결시켜주는 모임 App이다. 현재 187개국에서 이용되고 있고 이용자 수가 약 2800만 명 정도인데, 우리나라 어플 중에 소모임이라는 동호회 전문 어플과 비슷하다. meet up을 이용하는 외국인이 많다 보니 한국에서는 주로 외국인 친구 사귀기, 언어 교환 모임 목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 같다.




처음 meet up에 가입하면 먼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을 설정하고 관심사를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나는 Yoga / Hatha Yoga / Kundalini Yoga 등 운동 관련 관심사를 모두 등록해서 각종 요가 그룹에 가입했다.


 



참여 방법은 본인이 가입한 그룹에서 진행하는 모임 중 참석 가능한 것에 RSVP를 체크하고 시간에 맞춰 모임 장소를 찾아가면 된다. 요가 학원에서 운영하는 모임들은 Trial month로 1달에 39유로(약 5만 원)로 올라오기도 하지만, 개인 강사가 본인이 좋아하는 요가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취지 하에 만든 모임들은 Donation base / Free로 주로 공원에서 진행된다.



모임은 평일 저녁 퇴근 시간 혹은 주말에 많이 있고, 수업이 끝나고 같이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하는 모임도 있었다.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국적이 다양하기 때문에 영어를 베이스로 진행된다. 요가 매트를 가져오거나 요가복을 입고 정식으로 운동을 하러 오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처럼 쓰지 않는 긴 수건과 평상복을 입고 편하게 오는 사람들이 더 많다. 울퉁 불퉁한 땅에서 친근한 분위기로 진행되기 때문에, 강사한테 자세를 정확하게 교정받거나 땀을 흘릴 정도로 집중해서 할 수는 없지만 자연 속에서 풀 냄새를 맡으면서 하는 요가는 그것만의 매력이 있다.(특히 마우어 파크에서 해 질 녘에 하는 요가는 정말 최고다)




Mauerpark


meet up 에는 요가, 필라테스, 마라톤 같은 다른 운동뿐 아니라 공예, 명상, 뷰티 등 모든 관심사별 모임이 있다. 적은 돈 혹은 무료로 운동도 하고, 친구도 사귀고, 영어 듣기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니 한번 참여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마 단순한 여행으로 끝나지 않는 추억을 남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One park a day




 베를린은 도심 안에 유독 커다란 공원이 많다는 생각을 하는데, 일요일에 열리는 플리마켓으로 유명한 마우어 파크(Mauerpark, 장벽 공원)를 제외하고도 동물원 쪽에 있는 Tiergarten, Humboldthain, Friedrichshain, Hasenheide, Fritz-schlo B park, Monbijoupark 등 축구장 2개 이상 규모의 공원을 지나가다가 쉽게 볼 수 있다. Tiergarten 거의 한가운데에는 neuen see라는 카페가 있는데, 책 읽으면서 멍 때리기에 환상적인 곳이다. 호수가 바로 옆에 있어서 밤에 조명이 켜지면 더 분위기가 끝장나는 데다가, 호숫가에 있는 작은 배를 타고 자유롭게 호수를 구경할 수도 있다. 주말에 남자 친구랑 여기서 브런치 먹으면서 데이트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른다.





Cafe am neuen see


 사실 모든 공원이 파란 하늘과 푸른 나무로 둘러 쌓여 있어 언뜻 보면 다 똑같아 보이기도 하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원 별로 각각 다른 특징이 있다. 어떤 곳은 맑은 호수와 그곳에 사는 예쁜 백조가 있기도 하고, 어떤 곳은 멋진 돌계단이 있어 대학가 분위기가 나기도 하고, 어떤 곳은 신기한 모양의 벤치가 있기도 한다. 베를린에서의 난 하루 종일 할 일이 정해져 있지 않은 백수였기에 지나가다 공원을 만나면 들어가서 천천히 산책을 하다 다시 목적지에 가거나, 출출할 때 케밥을 포장해서 공원으로 가 잔디에 앉아서 혼자 먹기도 했다. 베를리너의 산책은 에르메스 옷과 지팡이보다는 레인코트와 에코백(안에 Berliner Pilsner 맥주가 들어있는)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을 한다.



 큰 규모의 공원이 아니더라도 "어떻게 도시 한복판에 이런 곳이 있지?" 싶은 도심 속 작은 숲(혹은 정원)도 있다. 아래 사진에 있는 Prinzessinnengarten 이 바로 그곳인데, U반 Moritzplatz 역을 나오면 바로 보이는 곳에 위치해있다. 이곳은 갈 때마다 동양인은 한 번도 보지 못한 내 아지트인데 매일 한 가지의 건강한 음식을 daily menu로 파는 restaurant, 커피·술 등 음료를 파는 cafe 그리고 작지만 secondhand store가 있다. 매거진 B Berlin 편에서 본 설명에 의하면 이곳은 직접 urban gardening을 하기도 하고(한쪽에 작은 밭이 있다), 환경 관련해서 다양한 워크숍·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한다고 한다. 아마 도시의 바쁜 라이프스타일에 지쳐있는 사람들이 잠시라도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이런 친환경적인 공간을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


 베를린의 많은 맥주집들이 Garten이라는 이름하에 공원 혹은 정원에 있는 이유도 이것 때문이라고 추측해본다. Prinzessinnengarten은 정말 오랫동안 시간을 때우기에 괜찮은 곳인데, 한 가지 단점이라면 흡연 가능 장소인 것.(베를린의 거의 모든 곳은 흡연 가능 장소이다)



Prinzessinnengarten





유럽이기도 했다가 미국이기도 했다가 한국이기도 했다가



 개인적으로 누군가 베를린을 한 가지 수식어로 표현해 보라고 한다면 '다양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것 같다. 내가 본 베를린은 모든 지하철 역에서 나갈 때마다 보이는 풍경이 전혀 다른 신기한 도시였다. 예를 들어 필하모닉이 있는 Banhof Potsdamer Platz 쪽은 약간 미국 느낌이다. 번쩍이는 건물들(대표적으로 Sony center)이 즐비하고 상점들도 세련됐다.


샌프란시스코 in Berlin



 어떤 곳은 지극히 유럽 스타일이다. 집도, 카페도, 지하철역도. 물론 베를린이 유럽이지만. 어떤 곳은 마치 '헉 지금 내가 한국 여의도에 있는 건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재개발을 기다리는 한국식 아파트들이 즐비해 있기도 하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Yellow Lounge(베를린에서 시작된 ‘클럽에서 즐기는 클래식 콘서트’라는 컨셉의 공연으로, 클래식 콘서트에 대한 형식과 틀을 깨고 클래식 음악(Live), 클럽 음악(DJ), 영상(VJ)을 접목시킨 신개념 클래식 음악 파티)를 했던 쥘켄 클럽이 있던 지역이 그랬다.(사진을 안 찍어둔 게 너무 아쉽다)



유럽 in Berlin



치앙마이 in Berlin



캄보디아 in Berlin


 어떤 날은 아침에 눈을 떠서 '오늘은 동남아 느낌을 느끼고 싶다'하면 북쪽 지역으로 가서 베트남 쌀국수를 먹고, 어떤 날은 북유럽 느낌을 즐기고 싶다고 하면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모여 있는 미떼 지역으로, 어떤 날은 정말 힙한 느낌으로 유럽 각지의 젊은이들이 주말이면 비행기를 타고 와서 놀다 간다는 베를린 클럽 문화를 즐기고 싶다 하면 클럽들이 모여있는 슈프레 강 근처 동부지역으로 가서 밤새 맥주를 마시면서 춤을 추면 된다.(나는 개인적으로 Berghain 보다 야경이 예쁜 Watergate를 좋아한다)




베를린 스러운 베를린. 바닥에 맥주병과 낡은 건물 벽에 그래피티, 군데 군데 보이는 클럽 포스터






* 베를린을 담은 다른 사진들은 PHOLAR 에 모아놓았다.






그렇게 각자의 베를린을 즐기면 된다.

Enjoy your Berlin!



- 마침 -



p.s 이번 여행 전에 베를린은 나에게 '그냥 한 번쯤 이름 들어본 도시'에 불과했다. 여행하고 싶은 곳 리스트에 있지도 않았고(독일 자체가 순위에 없었다), 어떤 명소도 떠올려지지 않는 곳이었다. 독일에 유난히 유학 간 친구들이 많았던 것도, 평소 애독하던 매거진B에서 도시 중 처음으로 베를린을 다룬 것도, 회사 마지막 출장 예정지가 베를린이었던 것도 뭔가 온 우주의 힘이 모였던 걸지도 모르겠다. 덕분에 이렇게 매력적인 곳에서 20대의 좋은 날을 보내며 힘을 얻었으니. 감히 그것으로 앞으로의 나날을 버틸 수 있겠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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