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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A Nov 29. 2016

Enjoy your Berlin!

베를린을 즐겼던 나만의 방법





 비록 퇴사 후 도피였지만, 독일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여행 코스에도 잘 넣지 않는 베를린에 두 달을 머물면서 그곳을 즐겼던 나만의 방법이 몇 가지 있는데, 리얼 베를리너(Berliner)들에게 비할 수는 없지만 Berlin Life로 소개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건강한 식생활 Organic, Bio, Vegan



유기농 마켓, 유기농 화장품, 유기농 커피, 유기농 라이프




 유럽,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생활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유기농 라이프는 베를린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 중 하나다. 길을 가다가 볼 수 있는 마켓 다섯 곳 중 한 곳은 유기농 마켓(BIO MARKT)이며, 일반 마켓에서도 유기농 제품 코너가 한쪽에 마련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자판기에 있는 물 중에도 Bio라는 이름을 걸고 일반 물 보다 조금 더 비싸게 판매되는 것이 있을 정도.




독일 거주 3년 차인 친구의 말로는 뮌헨 같이 소득이 높고, 물가가 비싼 부자 도시에서는 유기농이 예전부터 한 문화였다면, 베를린에서는 현재 유행 같은 것이라고 한다.



나는 한국에 있을 때 유기농 라이프를 즐겼던 편은 아닌데, 아마 우리나라 미혼 여성 대부분에게 유기농 특히 유기농 식품 구매가 익숙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유기농 라이프에 눈을 뜨게 된 계기는 베를린에서 룸메이트로 있었던 동생 덕분인데, 이 친구는 작년에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이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는 병을 앓다가 음식, 화장품 등 모든 생활 용품을 천연 유기농 제품으로 바꾸고 나서 회복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몸이 나은 뒤에는 '한살림' '초록마을'등의 우리나라 유기농 마켓만 이용한다.



집에서 가장 가까워서 매주 장을 보러 갔었던 BIOMARKT


 오프라인 유기농 마켓이 많아서인지 물건들이 일반 제품에 비해 많이 비싼 편은 아니다. 내가 주로 먹었던 유기농 과일은 일반 마켓과 가격 차이가 0.5 ~ 1.5 유로 정도였다. 베를린에 있는 동안 모든 음식을 유기농으로 먹지는 못했지만 콩, 옥수수, 쌀처럼 GMO로 쉽게 재배되는 식품은 꼭 BIO 마켓에서 구매했다.





 유기농 마켓에서는 음식뿐만 아니라 화장품, 욕실 용품, 생활 용품까지 모든 것들을 판매한다. 처음 독일에 가서 독일에서 유명한 것들을 검색하다가 독일 유기농 화장품에 관한 글을 봤었는데, 천연 유래 화장품 기술은 유럽에서 가장 먼저 발달했지만 그 발전을 이끌어온 나라는 독일이라고 한다. 유기농 마켓 화장품 코너에는 유기농 인증 마크 중에서도 최상 등급의 마크를 획득한 제품 혹은 다수의 유기농 인증 마크를 보유한 화장품들이 디스플레이되어 있다.





샘플로 구매한 닥터하우쉬카 제품


굳이 유기농 마켓이 아니더라도 40년 전통 독일 유기농 화장품 브랜드 로고나(LOGONA)나 라베라(lavera)는 일반 드럭스토어에서도 거의 입점되어 있기 때문에, 베를린에는 유기농 화장품이 널려 있다는 표현을 쓸 수 있을 정도이다.





유기농 샐러드, 주스를 전문으로 하는 카페뿐만 아니라, 유기농 커피를 판매하는 커피숍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커피를 좋아하는 여행자들이 꼭 원두를 사가는 더반 로스터리 커피 원두도 유기농이다.




 게다가 채식주의자 라면 베를린은 천국의 도시다. 유럽에서도 독일의 채식주의자의 수가 가장 많다고 하는데, 그 수가 약 780만 명이고 매일 2 천명씩 새롭게 늘고 있다고 한다. 독일에서는 패키지 상단에 VEGAN 표시가 되어 있는 제품들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영양제 브랜드에서도 비건용 제품 라인을 따로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다.







Vegan 전용 오프라인 마켓, Vegan 레스토랑, 일반 레스토랑이지만 Vegan 메뉴를 따로 판매하는 곳도 많다.








 가볍게 즐기는 문화생활 Gallery, Museum, Concert




 운이 좋게도 내가 베를린에 있던 시기 중 Berlin Art Week(13-18 SEP 2016)가 열렸다. 이 기간에는 베를린에 있는 거의 모든 갤러리, 박물관들이 장르를 불문한 독창적인 전시를 한다. 이 ART WEEK 만을 위해 베를린에 오는 디자인 전공자들이 많을 만큼 굉장히 유명한 이벤트라고 들었고, 그 명성에 어울리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





KW Institute for Contemporary Art 같이 현대 미술의 최전방에 있는 갤러리나, 개인적으로 모던 인테리어의 극강이라고 느꼈던 abc art berlin contemporary, 앤디 워홀 상설 전시를 하는 Hamburger Bahnhof Museum fur Gegenwart에서도 좋은 전시를 한다.




CHIHARU SHIOTA I UNCERTAIN JOURNEY



미술 전공자도 아니고, 해박한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작가의 의도를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작품이나, 봤을 때 기분이 좋지 않은 조형물도 있었지만 내가 많은 페어들을 돌아다녔던 이유는 그냥 ART를 친숙하게 생각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Art Week 기간이 아니어도 베를린에 있는 모든 크고 작은 갤러리, 박물관 들은 상시 좋은 전시를 선보인다. 아트 위크라는 이름을 붙여서 오픈 파티를 열고 대대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그 기간을 더 즐기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Art week 오픈 파티가 열렸던 임시 갤러리 중 한 곳에서 찍은 사진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런 페어를 즐기는 사람들이 특정 전공자들 한정된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베를리너들에게 예술은 굉장히 친숙하고 가벼운 것인데, 예를 들어 설명하면 이들은 갤러리에 가기 위해 특별한 날을 정하거나 별도 준비를 하지 않는다. 평일에 자전거로 퇴근하는 길에 잠깐 들려서 둘러보고 가거(갤러리 주차장에는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많다), 갤러리 건물 앞에 있는 벤치에 누워서 책을 보거나 샌드위치를 먹기도 한다. 복장은 캐주얼한 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있고, 차려입거나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나는 이런 가벼운 마음이 너무 좋다.


BERLINISCHE GALERIE




 정점을 찍는 것은 필하모닉인데, Berlin philharmonic 에서는 여름 시즌 매주 화요일마다 free 런치 콘서트를 한다. 세계 최고의 교향악단이라는 말에 반박하기 쉽지 않은, 정식 공연 입장료가 100유로 훌쩍 넘어가는 콘서트홀에서 매주 수준 높은 공연을 무료로 선보인다. 베를리너 들은 각자 맥주 한 병, 와인 한 잔씩 들고 누워서, 앉아서, 밥을 먹으면서 런치콘서트를 즐긴다. 몸 전체에 문신이 있는 사람, 슬리퍼를 끌고 집에서 막 나온 사람, 안경을 쓴 지적인 모습의 커리어우먼, 한 손을 꼭 붙잡은 노부부 등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점심시간에 이 곳에 모인다.



 

나는 피아노독주, 트럼펫, 오케스트라 3개의 공연을 봤다.



 사실 더 편하게 전시를 볼 수 있는 곳도 있다. 베를린 장벽 일부에 조성된 East Side Gallery 가 그것이다. 소련 서기장 브레즈네프와 동독 서기장 호네커의 입맞춤 장면을 그린 '형제의 키스'로 가장 유명한 곳이지만 둘러보면 사진 찍어서 개인 소장하고 싶은 그림들이 많이 있다. 독일 통일 시기에 그려졌을 때는 장벽 붕괴의 환희와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낙관주의, 자유의 찬미가 넘치는 그림들이 주를 이루었다고 하지만 최근에는 힙한 그림들이 대부분인 것 같다.




이스트사이드 갤러리



이스트사이드 갤러리는 보통날 좋은 주말에 여러 명이 자전거를 타고 많이 간다. 잔디밭에 잠시 자전거를 주차해 놓고 걸어서 작품들을 쭉 보고 젤라토를 하나 사서 바로 앞에 있는 슈프레 강을 바라보며 멍을 때리면 '아 내가 베를린에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음 편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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