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NA Jan 30. 2017

의미 있는 삶을 찾기 위한 노력

안 해본 게 없었던 취미 생활


 시작은 꽃다발 만들기 수업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꽃, 식물을 좋아해서 사무실 책상을 온통 화분, 꽃다발로 가득 꾸며놓은 동갑내기 직장 동료가 있었는데, 어느 날 꽃다발 만들기 '원데이 클래스'라는 게 있는데 퇴근하고 같이 듣자는 제안을 했다.


수업의 가격은 3만 원 내외였고, 수업이 있는 날짜 중 참석이 가능한 날을 골라서 신청을 하고 결제한 뒤, 정해진 장소에 가서 수업을 듣는 방식이었다. 수업이 있던 날, 아침부터 바쁘게 일을 쳐내고 퇴근 시간이 되자마자 사무실을 박차고 나가서 홍대의 한 모임공간에서 수업을 들었다. 작은 교실 같은 공간에 꽃향기가 가득했고, 클래스 선생님이 꽃시장에서 골라온 꽃들을 조금씩 나눠준 뒤 한 다발로 묶는 방법을 차근차근 알려주셨다. 꽃들을 이렇게도 조합해보고 저렇게도 조합해보고 엄청 예쁘진 않지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한 다발을 완성했다.


끝나고 나니 하루의 피곤함이 몰려왔지만 동료와 함께 직접 만든 꽃다발을 하나씩 들고, 자주 가던 맥주집에서 맥주 한 잔 하고 집으로 들어가던 날의 기쁨을 잊을 수가 없다.





포장지까지 직접 골라서 만든 꽃다발.




 그다음에는 그 동료와 함께 캘리그라피 원데이 클래스를 신청했다.


2시간 남짓한 수업으로 붓을 가지고 하는 글씨 연습과 작은 캔버스 작품을 하나 만들어 갈 수 있는 클래스였다. 중학교 미술수업에서나 만져봤던 먹물과 붓을 이용해서 마음이 차분해지는 선 연습을 끝낸 뒤 작품에 넣을 문구를 골랐다. 즐겨보는 웹툰 '진눈깨비 소년'에 나오는 '당신의 미래를 기대한다'는 문구를 적었다. 완성된 작품을 보니 그동안 어떤 것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성취감'이라는 것이 밀려왔다. 내가 매일 컴퓨터를 두드리면서 하는  말고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 라는 뿌듯함과 함께 무언가 나 자신을 다채로운 활동으로 채운 느낌이 들었다.



수업을 가르쳐 주신 선생님이 직접 캔버스에 문구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주셨다.




 그게 발단이 되었다.



매일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각종 원데이 클래스 사이트를 검색하면서 해보고 싶은 것들을 모조리 신청했다. 월급을 거의 원데이 클래스에 쏟았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금액에 상관없이 무조건 결제를 했다. 처음 몇 번은 동료 혹은 친구들과 듣고 싶은 수업, 가능한 날짜를 맞춰서 신청을 하다가 나중에는 혼자 듣게 됐다. 수업을 듣기 위해 생전 가본 적 없는 동네를 찾아가기도 했고 연차를 내고 평일에만 있던 수업을 듣기도 했다. 당시 생활을 보면 평일은 매일 사무실에서 야근을, 주말은 항상 아침부터 공방에 있었다. 사진이 다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했던 것들을 모아보았다.




만들기 (마음 액자/ 드라이플라워 리스/ 쁘띠 머플러/ 텀블러 홀더/ 도자기/ 소이캔들/ 반지/ 태피스트리/ 드림캐처/ 프리저브드 플라워 유리 수반)










가죽 공예 (명함 지갑/ 카드 지갑/ 파우치/ 필통)









그리기(팝아트 초상화/ 드로잉/ 수채화 엽서/ 도자기 핸드페인팅/ 컬러링북/ 스크래치/ 피포 페인팅)









음식, 커피(마카롱/ 빵 베이킹/ 라테아트/ 핸드드립 클래스/ 수제 맥주 브루잉/ 칵테일 만들기)






 손으로 만드는 수업을 즐겨 들었던 이유는, 아무 생각 없이 눈앞에 있는 것에 집중하는 느낌이 좋아서였다. 머리를 굴려가며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 의해 영향받지 않고 오롯이 나 혼자 완성할 수 있는 무언가에 매달렸다. 가죽공예로 만든 카드지갑과 직접 짠 쁘띠 목도리는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은 지인에게 선물하기도 했고, 핸드페인팅으로 만든 티팟 세트에 티를 우려먹는 새로운 취미가 생기기도 했다.



앞치마를 입고 커피를 옆에두고 작업할 때가 세상에서 제일 좋았다.




연남동 가죽공방의 귀요미 고양이들




 각종 원데이 클래스를 들으면서 선생님들과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공방에 사는 강아지· 고양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면서 기분 좋게 웃는 시간들을 사진으로 담았다. 정신없는 일들로만 채워져 있던 인생이, 소박하고 사람다운 일과로 다시 채워지는 느낌에 필사적으로 원데이 클래스에 매달렸던 것 같다. (원데이 클래스 운영 회사로 이직해야 하는 게 아닌가 진지하게 고민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태원 꽃가게의 마스코트 강아지랑.






 어떤 것들은 원데이로 끝내기 아쉬워서 4주 이상 들었던 수업도 있다. 보컬 트레이닝, 우쿨렐레 수업이 그랬다. 어떤 것들은 소모임 어플에서 찾은 모임을 통해 돈을 내고 듣는 수업은 아니었지만 조금 더 많이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씩 배우면서, 원데이 클래스로 접하게 된 취미를 끊기지 않고 지속하기도 했다. 캘리그라피, 컬러링북, 사진, 크루저 보드가 그랬다. 사실 운동 클래스도 많이 참여했었는데, 서핑/ 킥복싱/ 발레/ 폴댄스/ 스쿠버다이빙/ 플라잉 요가 / 로떼버크 / 자이로토닉/ EDM요가/ 클라이밍 등을 다 1번 이상은 했었다. 대학을 다닐 때도 하고 싶었지만 비용 부담에 하지 못했던 것들, 방송에 나와서 새로 뜨고 있는 것들, 지나가면서 본 것들 모두 한 번씩 해봐야 직성이 풀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일로만 채워져 있던 인생을 다채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던 것 같다.



보컬트레이닝. 여전히 노래는 못 부르지만 재미있는 수업이었다.



 재작년부터 원데이 클래스 붐이 일어나면서 비슷한 서비스를 운영하는 많은 사이트들이 생겨났고 나도 이것저것 찾아가면서 듣고는 했었는데, 혹 필요하신 분들을 위해 정리해 보았다.



1. 여가 상자 (맨 처음 원데이 클래스 세계 입문을 도와준 곳인데, 얼마 전에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2. 마이크임팩트 스쿨 http://micimpactschool.com/

 취미 생활 외에도 비즈니스 업무에 도움이 되는 원데이 클래스들이 많이 있다. 마인드맵 강의를 잘 듣고 유용하게 써먹었다.



3. 클래스포트  http://me2.do/x1iNLVSo

 강남역에 아담한 공방이 있어서 그곳을 중심으로 클래스가 많이 열린다. 내가 좋아하는 젊은 대표님이 직접 발로 뛰어서 강사 선생님을 섭외하시면서 운영하시는 곳.



4. 더핑거스  http://me2.do/FL80VAL3

 다른 곳보다 종류가 클래스 카테고리가 다양한 편이다.



5.  노트폴리오 http://notefolioacademy.modoo.at/

 홍대 드로잉에서 시작한 아트 계열 클래스를 전문으로 운영한다. 보태니컬 아트를 배워보려고 검색하다가 찾았는데, 여행지 수채화 드로잉, 실크 스크린, 캐릭터 드로잉, 인물 페인팅 같은 재미있는 수업을 많이 운영한다.




6. 디노마드 학교 http://www.dnomade.com/web/m_school.php

 디자이너 매칭 시스템을 운영하는 디노마드 회사에서 운영하는 서비스로 디자인 계열의 강의(드로잉, 자수, 가죽 공예 등) 위주로 클래스가 짜인다. 수강료가 비싸고 디자이너를 위한 전문 프로그램(포토샵, 일러스트, 인디자인, 모션그래픽, C4D) 클래스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7. 프립 https://www.frip.co.kr/

 소셜 액티비티 앱이라는 설명이 가장 잘 어울리는 서비스가 아닌가 싶다. 처음에는 같이 모여서 러닝, 등산 같은 운동을 하는 앱으로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모든 라이프 스타일 분야에서 다양한 클래스를 운영해서 가장 추천하고 많이 들어가는 사이트이다.



 가끔 온오프믹스백화점 문화센터에도 저렴한 가격에 좋은 클래스가 올라오기도 한다. 최근 마일로 같은 운동 어플에서도 쿠킹 같은 클래스를 시작하는 것 같고, 홍대 상상마당 아카데미는 원데이 클래스는 아니지만 4주 정도 과정으로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클래스를 많이 운영한다.


 뭔가 비워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일만 하는 삶이 의미 없다고 느껴질 때, 직장생활을 버티기 위한 힘이 필요할 때, 연애를 쉬게 됐을 때, 원데이 클래스를 추천해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