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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A Apr 22. 2020

내 인생을 살만하게 해주는 것들.

사소하지만 커다랗게,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이제 좀 인생을 편하게 살아야지'라고 결심한 순간부터 하고 있는 소소한 것들이 있다. 이것들은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어느새 습관 혹은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 잡았고, 혼자 외국에서 살면서 더욱 견고해졌다. 내 인생이 훨씬 살만하게 해주는 10가지 행동을 정리해보았다.






1. 4계절 두껍고 좋은 양말을 신는 것.



 나는 양말 신는 것을 굉장히 불편해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맨발에 샌들만 신고 나가는 걸 좋아하고, 집에서는 절대 양말을 신지 않는다. 수족냉증 때문에 여름에도 발이 시리도록 차가워지지만 발을 감싸고 있는 그 갑갑한 기분을 견딜 수가 없다. 하지만 양말을 신고 나가야 할 때는  좋은 양말을 신는다. 두툼하고 부드러운 재질의 양말을 신으면 발을 포함한 내 몸 전체가 포근하고 든든하게 보호받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금방이라도 찢어질 것 같은 발목 양말들을 모두 버리고 좋은 원단의 것들로 하나씩 사모으기 시작했다. 마음이 분산되지 않도록 그림이나 글씨가 있는 것보다는 차분한 단색을 골랐다. 여름 양말도 발목까지 올라오는 길이로 선택했다. 양말 한 켤레를 13,000원 넘게 주고 산다는 게 쉬운 소비는 아니지만 좋은 물건은 항상 그 값을 한다. 당연히 여러 번 빨아도 잘 헤지지 않고 몇 해가 지나도록 나와 함께한다.






2. 무거운 의자에 앉기.


  무거운 의자에 앉는 순간 확 느껴지는 안정감이 있다. 머리를 아프게 하던 생각들이 잠깐 사라지고 '아 이제 좀 쉴 수 있겠네'하고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무게감 있는 것에 기댈 때 생기는 감정이다. 땅에서부터 내가 단단히 지탱받는다는 느낌이 들면 조급한 마음이 사라지고 어떤 상황에서도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다. 회사에서 직급이 높은 사람의 의자가 더 무거운 이유다. 그래서 나는 집에 있을 때도 되도록이면 무거운 의자에 앉아있으려고 한다. 가지고 있는 의자가 가볍다면 운동할 때 쓰는 모래주머니로 밑부분을 고정시켜 무겁게 만들 수 있다. 몸과 마음을 그라운딩 시키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3. 손으로 노트에 일기 쓰기.



 일단 새로운 목적을 위해서는 새로운 노트가 필요하다. 서점에 직접 가서 여러 가지 노트를 만져보고, 그중에서 표지가 적당히 두껍고 톤이 따뜻한 것을 고른다. 그리고 펜을 들어 손글씨를 쓴다. 회사 업무나 시험을 위한 공부를 위해서가 오롯이 나만의 일과와 생각을 적는 것이다. 어떨 때는 가계부를 적기도 하고, 책을 한 권 골라서 필사를 하기도 한다. 종이에 펜이 사각사각 소리를 내면서 그려졌을 때, 그리고 내가 만들어낸 결과물이 바로 보였을 때 느껴지는 안정감이 있다. 손글씨가 익숙해지면 자기 전에 노트에 일기를 쓴다. 단순히 일과를 적는 것이 아니라 하루 중 일어난 일과 그것이 의미하는 바, 그리고 그것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해 본다. 카톡으로 친구에게 일상과 생각을 공유하는 대신 혼자서 조용히 그 내용을 노트에 적으면 사색하는 시간이 된다. 좋았던 하루를 남겨놓으면 힘든 날에 돌아볼 수 있는 보물이 된다. 너무 고된 하루를 보낸 날에도 딱 한 문장을 적고 잠이 든다. '내일은 오늘보다는 더 좋은 하루가 되었으면'.






4. 차를 따르는 것.


 20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유럽식 티세트를 좋아했었다. 애프터눈 티라는 말에 어울리는 꽃무늬 주전자와 찻잔에 밀크티를 만들어 먹는 게 오후의 낙이였다. 함께 즐기는 샌드위치나 쿠키는 필수고 말이다.




 지금은 동양식 '다구'를 좋아한다. 디저트 같은 것 없이 오로지 티를 여러 번 우려서 처음부터 끝까지 향과 맛을 음미하는 '티 세레모니'의 즐거움을 아이러니하게도 외국에서 알게 되었다. 끓는 물로 주전자와 잔을 데우는 것으로 시작해서 바짝 말라 꼬부랑 할머니같이 줄어들어있던 찻잎이 물을 머금고 꽃처럼 피어난 모습을 감상하는 것까지 여러 가지 즐길 거리가 있다. 화이트 티, 그린티, 우롱 티, 블랙티 등의 어원과 만드는 방법도 공부하고, 마셔보지 못한 새로운 티(tea)를 찾아 마셔보는 취미가 생겼다. 차를 사서 집으로 가는 길에는 온라인 쇼핑으로 주문한 새 옷을 기다리는 것만큼 설렌다.



 차를 따를 때는 어깨의 힘을 빼고 오로지 물을 따르는 행위에만 집중해야 한다. 잡생각을 하고 있으면 주전자의 뚜껑이 빠지거나 찻잔 밖으로 물을 쏟을 수 있다. 시간을 들여 정성스럽게 해야 하는 행동이다. 물을 천천히 따르는 행위는 안정감을 준다. 핸드드립 커피를 마실 때 시차를 두고 커피 망에 원을 그리며 물을 따르면 마음이 정돈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렇게 차를 따라내면 그 행위는 '나를 따라내는 것'이 된다. 햇빛에 잘 말려 놓은 내 마음을 따뜻한 물에 풀어내서 내 몸으로 다시 마신다. 찻잔을 잡을 때부터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를 느끼고 차를 마시면서 내면으로 들어간다. Tea meditation이다.


캐나다에도 직접 티를 우려주는 티샵이 많이 있다.
집에도 소박하지만 다구세트를 갖춰 놓았다.


 



5. 당 줄이기.


 언제부턴가 미디어에서 '당 충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설탕의 당이 사람들에게 힘과 에너지를 준다고 인식되기 시작한 것 같다. 나도 회사를 다닐 때는 클라이언트 때문에 열 받는 일이 있을 때마다 회사 1층 카페로 달려가 초콜릿 케이크 한 조각을 5분 만에 흡입하고 다시 올라와서 일하기도 했고, 친구들을 만나면 항상 디저트 카페를 코스로 정해서 달달한 음식을 먹는 것을 큰 기쁨으로 삼았다. 그리고 단기간에 기분을 좋게 하는 데 '당'만 한 것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당 함유량이 많은 음식들을 먹으면 몸에서 당을 분해하기 위해 활발한 대사 활동을 하기 때문에 몸이 피곤해지고 처진다. 좋아하는 떡볶이를 먹고 난 뒤에는 항상 머리가 아프고, 우울증이 심해졌었는데 그 이유가 당이라고는 생각을 못했었다. 또 어렸을 때는 아무리 단 음식을 먹어도 아무렇지 않았었는데 요새는 음식을 먹고 나서 느끼는 피로감이 갈수록 심해진다. 나이를 먹어가며 당 소화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 추측한다. 그리고 자고 일어나면 밤사이 몸에서 당이 소화돼서 몸이 개운해진다.




 팩트는 우리가 평소에 먹는 초콜릿, 사탕, 아이스크림, 과자 같은 간식류를 제외하고도 대부분의 음식들에 당이 포함되어 있다. 고추장, 김치, 간장, 케첩, 마요네즈, 운동 후 마시는 음료수, 각종 소스, 튀김가루, 에너지바, 시리얼, 그래놀라 등의 가공 식품류 그리고 과일, 꿀, 조청 같은 자연식품도 당 함유량이 엄청나다. 그렇다고 당을 아예 안 먹을 수는 없다. 단맛이 나지 않으면 '맛있다'라고 느낄 수가 없다. 그래서 사용할 수 있는 대체 당류 몇 가지가 있다. 스테비아(Stevia), 에리스리톨(Erythritol), 자일리톨(Xylitol), 몽크 프룻(Monkfruit) 등이 그것이다. 모두 자연에서 추출되었고, 설탕과 비슷한 결정체를 가지고 있지만 몸의 혈당을 올리지 않는다. 원당, 코코넛 슈가 등의 흔히 생각하기에 백설탕보다 약간의 장점이 있을 뿐 당이 최대 문제점, 혈당 상승을 해결하지 못한다. 대체 당류는 패키지에 표기된 성분표에 설탕 함유량이 0g이다.(Sugar alcohol은 당은 아니다.) 내가 작년에 한국 마트에서 봤던 자일리톨 설탕은 실제 자일리톨 함유량은 몇 퍼센트 되지 않고 대부분의 성분이 일반 설탕이었다. Diet coke나 zero coke는 백설탕보다 좋지 않은 수크랄로스, 아스파탐 같은 화학 감미료가 들어있어서 먹고 난 뒤 더 심한 당 Craving을 일으킨다.




대체 당류



대체 당은 설탕 대비 감미도가 조금씩 다르고 각각 향이나 맛도 차이가 강하다. 브랜드화된 제품에는 2개 이상의 대체 당류를 적절하게 배합해서 설탕 대비 1:1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섭취가 용이하다. 외국에는 일반 마트에도 대체 당을 쉽게 살 수 있고, 대체 당류로 단맛을 낸 초콜릿, 음료수, 잼 등도 비치되어있다. 스타벅스에 비치되어 있는 일회용 설탕에도 whole leaf라는 당 대체품이 있다. 나는 집에서 하는 요리와 제빵에는 자일리톨이나 몽크 프룻을 사용하고, 스테비아는 액체화 된 것을 사서 음료에 넣어서 마신다. 외식을 하는 이상 100% 당 끊기는 불가능하지만 집에서 있을 때라도 나만의 당류를 사용하는 게 만성피로에서 벗어나는 첫 번째 길이 될 수 있다.



+ 도움이 될 만한 참고 자료 :)

- 다큐멘터리 <SBS 스페셜> 설탕 전쟁

- Youtube '하늬모하늬'에서 언급된 스테비아 (2분 38초부터)

- 피부를 위해 설탕 끊기 동영상에 도전한 뷰티 유투버 UNA






6. 내 몸을 스스로 치료하기



 몸이 아플 때 무작정 병원에 가는 것이 아니라 먼저 내 몸을 스스로 치료해본다. 흔히 두통이 있을 때 관자놀이를 엄지로 세게 누르고, 속이 안 좋을 때 손바닥 중앙을 마사지해주는 것처럼 손을 이용한 치료가 있다. 두 손을 비벼 마찰시킨 뒤 그 열로 두 눈을 감싸주면 피로가 풀리고, 발가락과 발의 연결 부분을 누르면 발이 시원해진다. 몸이 차질 때는 심장과 배를 손으로 원을 그리며 문질러 준다. 이때 몸 전체에 퍼져 있는 있는 전기를 손으로 모은다고 생각하고 손에 에너지를 집중한다. 신기하게도 손이 닿는 곳에 아픔이 사라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도구를 사용할 경우에는 공을 사용한 스트레칭이 효과가 좋다. 나는 매트 필라테스에서 쓰이는 공을 요가 매트 위에 올려두고 그 위에 누워서 온 몸을 혈을 풀어준다. 엉덩이, 그리고 허벅지 앞부분을 문지르면 이 부분들이 이렇게 딱딱했나 놀랄 정도로 뭉쳐있다. 조금 더 강도 있게 하고 싶을 때는 야구공이나 테니스공을 이용한다. 내 몸의 무게를 이용해서 목, 어깨, 그리고 척추의 양 옆 부분이 공에 닿게 힘껏 눌러준다. 그 어떤 방법보다 빠르게 근육이 풀린다. 얼마 전부터는 일회용 침을 사서 혈자리를 찾아 혼자 내 몸에 침을 놓는다. 생각보다 무섭지 않고, 쉽게 시도해 볼 수 있는 자가 치료 방법이다.

 그리고 호흡법이 있다. 그냥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이 아니라 온 몸의 세포가 깨어날 수 있게 의도적으로 호흡을 하는 것이다. 입으로 소리를 내며 깊게 숨을 들이마쉬고, 잠시 숨을 참기도 한다. 올바른 호흡법은 면역력을 높여주고, 스트레스 해소해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고, 장수에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매일 아침에 하는 것이 가장 좋고, 하루 중 머리가 아프거나 몸이 찌뿌둥할 때 바로 시도해볼 수 있다. 추천하고 싶은 몇 가지 호흡법에는 윔호프 호흡법, 333 호흡법 이 있다.


 마지막으로 전자파를 조심해야 한다. 몸이 예민해지면서 전자파가 잘 느껴진다. 핸드폰을 오래 만지고 있거나, 전선 코드가 모여있는 곳 주위에 있으면 머리가 멍해지고 어지럽다. 그동안 모니터 앞에서 하루 종일 일하면서 몸이 얼마나 많은 전자파를 축적해뒀을지 생각하면 이상한 일도 아니다. 일단 잘 때는 몸에서 핸드폰을 멀리 떨어뜨려 놓아야 한다. 나는 멀티탭 전원도 끄고 잔다. 어렸을 때 유행했었던 핸드폰 전자파 차단 스피커를 요새 다시 붙이고 다닌다. 아마존에서 정말 효능이 있는 것들을 검색해서 사고 노트북에도 붙여두었다. 침대 위에는 전자파 차단 효과가 있는 피라미드형 크리스탈이 있다.






7. 나만의 플레이트/식기 가지기


 한국에 있을 때는 부모님과 함께 살았기 때문에 따로 접시, 식기류를 살 필요가 없었다. 좋은 식기를 사는 것은 결혼해서 한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몇 년 안에 벌어질 일은 아니었다. 처음 캐나다에 와서 여러 집을 전전하며 룸 렌트를 할 때는 그 집에 있는 식기를 썼었다. 집주인이 사다 놓은 저렴한 식기를 이 집을 거쳐간 다른 룸메이트들이 구별 없이 사용하다가 이제는 내가 이 집에 머무는 동안 사용하는 것이다. 매일 여러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는 식당의 식기를 사용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생활이 조금 안정되고 나니까 가장 먼저 사고 싶은 것은 집에서 혼자 쓸 식기였다. 고급스럽고, 인스타에 사진 찍어 올릴 때 예쁘게 나올 만한 수저, 젓가락, 포크, 나이프, 접시, 컵을 샀다. 이사 다닐 때마다 랩핑 해서 옮기는 게 여간 번거롭지 않지만 매일 사용하는 것 중에 나만의 것이 있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스스로를 대접해주는 느낌이 들고, 대충 때우는 한 끼도 정성스럽게 차린 것 같이 만들어 준다. 왠지 존재를 증명해주는 것 같다. 제일 좋아하는 향신료를 구비해두는 것도 좋다. 내 주방은 아보카도 토스트에 올리는 Everything Seasoning과 파스타, 리조또, 연어 스테이크 등 요리에 치트키인 Herbs de provence 시즈닝 없이 돌아가지 않는다.    





8. 나쁜 생각은 바로 정화하기


 아무리 좋은 것만 보고, 좋은 생각만 하고 살고 싶어도 화가 날 때도 있고, 상대방을 향해서 뱉고 싶은 나쁜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올 때가 있다. 사람이기에 어쩔 수 없다. 그럴 경우에 머릿속에 떠올랐던 모든 나쁜 생각은 바로 정화한다. 부정적인 마음을 계속 간직하고 있을 필요가 없다. 내 생각을 스스로 정화할 수 있다고 믿고 구름이 흩어지듯 생각 뭉치를 날려버린다. 이미 말로 뱉었다면 바로 '취소'하면 된다.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말을 했거나, 곧 나쁜 일이 생길 것 같다고 무심코 말했다면 취소라고 소리 내어 말한다. 말은 주문이다. 세상에 뱉어지는 순간 현실이 될 수 있다. 욕을 정말 하면 안 되는 이유이다. 이미 실수했어도 수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제2의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계속해서 나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만약 내 생각과 반대되는, 혹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듣고만 있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작게 두 검지 손가락으로 혹은 양발로 엑스자를 만든다. 나는 동의하지 않다는 표시이다. 상황에 스트레스받지 말고, 죄책감 갖지 말고, 스스로의 소신을 지키면서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9. 명상 음악을 듣는 것


 집에서 가만히 있을 때 틀어 놓는 음악을 명상 음악으로 바꿨다. 명상을 하고 있지 않을 때라도 그냥 내 주위의 에너지를 깨끗하게 만들어 놓기 위해 틀어 놓는다.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도 있고, 좋은 일이 생기고 운을 상승시켜준다는 음악도 자주 듣는다. 음악 테라피의 효능을 믿는다. 목적에 따라 다양한 인텐션의 음악들을 유튜브에서 찾아서 듣는다. Activate brain, Intense Relief, Cleanse Infection, Remove fear 등 일상에서 필요한 것들이 모두 있다. 마음이 불안할 때, 부정적인 생각에 잠식됐을 때 들으면 효과가 있다. 제일 좋아하는 채널을 남긴다.







10. 그림 그리기


 우리가 어렸을 때 학교에서 그림 그리는 것을 배웠던 이유는 훗날 인생을 잘 그려나가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세상이라는 도화지에 내가 원하는 대로 그림을 그리는데, 원하지 않는 모양이 나오면 지우개로 다시 지우면 되고 다채로운 느낌을 주려면 파스텔과 크레파스를 입히면 된다. 새 그림을 그릴 때마다 새 도화지를 집어 드는 것처럼 매일매일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어제가 정말 우울한 하루였어도 오늘은 새로운 도화지를 꺼내 그리면 된다. 연필로 데생을 한다고 하면 보이는 대로 사물을 그려본다. 형체의 균형 그리고 에너지의 균형도 생각해본다. 명암을 주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어두워야 하는 부분이 있기에 실제보다 진하게 표현한다. 한 부분이 죽어야 다른 부분이 살아난다. 그림을 그리면서 인생을 많이 배운다. 얼마 전에는 자화상을 그렸다. 일주일에 하루 정도 짬을 내서 그렸는데 완성하는 데 두 달이 걸렸다. 자화상에는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을 담았다. 내 표정은 온화하면서도 단호하고 내가 입고 있는 옷, 들고 있는 물건은 내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필요한 것들이다. 성인이 된 이후 이런 그림을 그려보는 것은 처음이다. 전문가가 아니기에 잘 그릴 필요가 없고, 직업이 아니기에 다른 사람의 평가를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집중해서 그릴 때 나를 잡고 있는 불안함에서 벗어나고, 완성했을 때 성취감을 느낀다. 의도를 담아 그림을 그려보고 나면 작가들이 그림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예전에는 그냥 보던 유명 작품들도 왜 이런 배경을 넣었고, 이런 색을 사용했고, 얼마나 오랜 시간 정성을 쏟았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그림을 시작하게 된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사랑하는 내 강아지.









 출근을 하지 않게 되었을 때 가장 좋았던 부분은 하고 싶은 일이 생각나면 바로바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손톱 발톱 큐티클을 제거해야 하는 때라는 걸 깨달았을 때, 퇴근하고 집에 와서로 미루지 않고 바로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냥 작고 소소한 행동들을 정성을 다해서 하고 하루를 보내면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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