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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A Nov 20. 2019

와인, 딱 이것만 알면 고를 수 있다.

초보자를 위한 야매 족보



 


 지인들과 레스토랑에 가서 와인을 고를 때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있다.


와인은 봐도 봐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

 


혹은 이런 고민을 토로하는 친구도 있다.


혼자 집에서 와인 한 병 하고 싶은데,
어떤 와인을 사야 할지 도대체 모르겠어.



무슨 말인지 안다. 당연하다.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와인이 있다. 심지어 1초에 3개씩 새로운 와인이 만들어진다고 하는데, 소주처럼 브랜드 별로 한 번씩 다 먹어보고 섭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와인을 이것저것 먹어보긴 했는데 하나도 기억에 남는 게 없거나, 처음 먹었을 때 맛있어서 다음에 또 먹어보니 똑같은 맛이 아니어서 실망한 경험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시간과 보관 상태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과일 발효주가 매번 똑같은 맛을 내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막상 레스토랑이나 샵에서 와인을 고를 때는 여러 매체에서 배포하는 '추천 와인 리스트'에 의존하거나, 이름이 마음에 드는 하나를 고르고 돈 버리는 선택이 아니기를 희망하게 된다. 하지만 와인에 대해서 정말 기본적인 것만 알고 있으면 누구나 스스로 와인을 고를 수 있다. 나도 쥐꼬리만큼의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내가 고르는 와인이 어떤 맛을 낼지 대략적인 예측은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와인을 만든 포도 품종에 따라 큰 틀이 되는 맛의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와인에 대해서 딱 한 가지만 알아야 한다면 그것은 포도 품종이다. 까베르네 쇼비뇽, 샤르도네, 멜롯 등은 상표명이 아니라 와인을 만들 때 사용한 포도의 이름이다. 모든 와인 라벨에는 그 와인을 만들 때 사용한 포도 품종이 적혀있다. 쓰여있지 않은 와인은 여러 품종이 믹스된 저가의 와인이다. 고가의 와인 중에도 라벨에 2,3가지의 믹스된 포도 품종이 쓰여있고 맛이 훌륭한 것들이 많다. 사실 이 다양한 믹스가 와인 세계를 무한하게 만드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단 여기서는 단일 포도 품종에 대해서 집중해보도록 한다.


포도 품종



<Red> 적포도 품종


1. 까베르네 쇼비뇽 (Cabernet Sauvignon)


 우리가 와인 맛을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시고, 텁텁한 맛을 내는 포도다. 와인 샵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기에, 살면서 마셔 본 대부분의 와인이 이 품종일 수 있다. 기타 '까베르네'단어가 들어간 품종(까베르네 프랑 등) 모두 비슷한 계열의 맛이 난다.


2. 메를로/멜롯 (Merlot)


 까베르네 보다 신맛이 덜하고 목 넘김이나 맛이 굉장히 부드럽다. 약간의 단맛을 가지고 있고, 끝 맛이 깔끔하다. 가볍게 마시기에 좋고, 보편적인 가격대에 구입이 가능하다. 개인적으로 자두 느낌이 난다고 생각한다.


3. 쉬라 (Syrah)


 호주에서 생산되는 쉬라는 쉬라즈 (Shiraz)로 불린다. 앞의 두 품종보다 맛이 강하고, 스파이시한 느낌이 있다. 색이 진하고, 산도가 높으며 탄닌도 꽤 있다.


4. 피노 누아 (Pinot Noir)  


 까다롭고 비싼 와인이다. 로마네 꽁띠 같은 최고급 와인을 만드는 데 쓰인다. 더 많은 공을 들여 재배해야 하는 만큼 맛도 앞서 언급한 것 중 가장 섬세하고 우아하다. 색은 연하지만 바디감(입안에 꽉 차는 느낌)이 풍부하고, 탄닌은 강하지 않다. 초보자도 마시는 순간 다른 것과는 조금 다르다는 느낌을 쉽게 받을 수 있다.


5. 말벡 (Malbec)


 탄닌(떫은맛)이 강하고 색도 강렬하다. 계피 혹은 스모키 한 느낌이 있다.





<White> 청포도 품종


1. 쇼비뇽 블랑 (Sauvignon Blanc)


 블랑은 화이트라는 뜻이다. 시큼하고 미네랄(쇠맛)이 강하다. 라임이나 레몬을 물고 있는 것 같은 상큼함이고, 바삭하다, 날카롭다고 많이 표현한다.


2. 샤르도네/샤도네이 (Chardonnay)                                                                                      


 대체적으로 적당한 산도(신맛)와 미네랄이 있다. 원래 특성인 강한 과일향을 살려서 프루티 하게 만들기도 하고, 오크통에 숙성시켜서 나무향이 벤 크리미 한 느낌으로 만들기도 한다. 성별로 표현하면 중성적이라고 생각하고, 와인 메이커에 따라 성향이 가장 크게 달라질 수 있는 품종이다.


3. 피노 블랑 (Pinot Blanc)


 외국에 사니 저가 코너에서 이게 제일 많이 보인다. 일반 화이트, 스파클링, 디저트 와인 등으로 다양하게 쓰이고, 적절한 산미(신맛)와 견과류 풍미가 있다.


4. 리즐링 (Riesling)


 다양한 당도로 생산된다. 드라이(달지 않은)하게 만들어질 경우 높은 산도의 고유의 꽃향기와 풍부한 와인이 되고, 달게 만들어질 경우 디저트 와인 정도의 당도를 가지고 있기도 한다. SEMI DRY 리즐링의 경우 맛이 깔끔하고 청초하다고 생각한다.







원산지


 그다음은 원산지다. 와인 생산지는 크게 구대륙과 신대륙으로 나뉜다. 구대륙은 고대부터 와인을 생산하던 지역으로 유럽 국가인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포르투갈 등이 해당된다. 신대륙은 상대적으로 최근에 와인 생산을 시작한 국가들로 미국, 칠레, 호주, 뉴질랜드, 아르헨티나, 남아공 등이 있다. 구대륙 와인은 누가 어디에서 언제 만든 와인이라는 역사를 강조하지만 신대륙 와인은 근본 재료인 포도 자체를 강조할 수밖에 없다. 정면 라벨을 보더라도 구대륙 와인은 어려운 글씨체로 여러 가지 정보가 섞여 있어 어떤 품종인지 확인하기 위해 뒷면을 보는 게 쉬운 반면, 신대륙 와인은 깔끔하게 품종, 생산연도가 큰 글씨로 써져있다. 신대륙은 일 년 내내 날씨가 좋아 연도별 포도 품질이 고르고, 첨단 기계를 사용해 와인을 생산하기 때문에 가성비 대비 맛이 좋은 와인으로 많이 추천된다. 알고 있으면 유용한 국가별 유명한 포도 품종이 있다. 다른 국가, 지역에서도 많이 생산되지만 '이 국가 하면 이 품종' 이렇게 일반적으로 연상되는 리스트이니 여행 갔을 때 마셔보는 걸 추천한다.   


1. 이탈리아 - 끼안티, 바롤로, 바르바레스코

2. 스페인 - 템프라니요

3. 독일 - 리즐링, 게뷔스츠라미너

4. 아르헨티나 - 말벡

5. 뉴질랜드 - 쇼비뇽 블랑

6. 호주 - 쉬라즈

7. 칠레 - 까르메네르

8. 캐나다 - 아이스와인



정말 좋아하는 BAROLO




기타 와인




1. 샴페인


 흔히 거품이 있는 스파클링 와인을 샴페인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샴페인(Champagne)은 프랑스의 샤 지역, 샹파뉴(Champagne) 지역에서 생산된 스파클링 와인을 지칭하는 말이다. 다른 스파클링 와인들은 크레망, 스푸만테, 젝트, 카바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는데, 각기 당도가 다르고 그것을 지칭하는 표현이 있다. 정말 간단하게 설명하면 브뤼(Brut) 드라이하고 Sec은 달다.

                       


2. 아이스 와인


 와인용 포도는 보통 여름에 수확을 마치는데, 아이스 와인용 포도는 일부러 겨울까지 수확을 하지 않고 기다렸다가 늦으면 다음 해 1,2월에 수확을 한다. 이렇게 하면 추운 날씨에 포도 겉면이 얼어서 당분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되고, 덕분에 극도로 단 와인을 만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포도나무 한 그루에서 3-4병의 와인을 만들 수 있다면, 아이스 와인은 1-1.5병 밖에 만들 수 없기 때문에 당연히 단가가 비싸다. 추운 지방이 있는 독일이나 캐나다에서 생산된 제품이 널리 알려져 있다.



3. 주정 강화 와인


 말 그대로 와인에 다른 술 ''를 넣어서 알코올 강도를 강화시킨 와인이다. 스페인의 쉐리와 포르투갈의 포트와인, 프랑스의 꼬냑이 대표적이다. 기원은 스페인, 포르투갈에서 만들어진 와인을 배를 통해 최대 소비지인 영국으로 이송시키는 과정에서 와인이 상할 것은 염려한 누군가가 와인이 들어있는 오크통에 브랜디를 첨가했고, 브랜디의 높은 알코올로 발효 과정이 멈춘 와인은 당도가 남아있으면서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새로운 술로 탄생했다고 한다. 따라서 이 와인은 알코올 도수가 40도 이상을 맴돌면서(일반 와인은 14도 정도이다), 굉장히 달다. 색깔도 오렌지 빛이나 노란색을 띠는 경우가 많다.



4. 로제 와인

 

 일반적으로 와인은 포도를 껍질째로 짜서 만드는데, 발효 도중 껍질을 제거하게 되면 색은 분홍빛이며 맛은 과육(화이트)만 남아있는 로제 와인이 만들어진다. 와인의 탄닌 성분은 껍질에서 나오기 때문에 로제 와인은 맛이 가볍고 신선하다. 보존기간이 짧아 오래 숙성시키지 않으며, 화이트 와인과 마찬가지로 차게 마시면 된다. 로제 샴페인의 경우 레드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섞어서 만들기도 한다. 솔직히 로제 와인은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병이 예쁜 것들이 많아서 10만 원대까지 곧장 사서 마셔보곤 했었는데, 레드와 화이트 각각의 장점을 얻으려고 하다가 정체성을 잃은 것들을 많이 만나서 요새는 병으로는 잘 사지 않는다.





와인 관련 단어




리저브(Reserve) - 오래 숙성했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4년 이상 숙성한 와인에 리제르바, 그랑 리제르바 등의 단어로 붙인다.

블랑(Blac)- 앞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화이트라는 뜻이다.

샤또(Chateau)- 포도밭을 지칭하는 프랑스어다. 따라서 이름에 샤또가 들어가는 와인은 보통 프랑스 와인이다.

5대 와인 - 프랑스 보르도에서 특 1등급으로 분류되는 와인 5가지(샤또 라뚜르, 샤또 마고, 샤또 오 브리옹, 샤또 라피트 로칠드, 샤또 무통 로칠드)를 지칭한다.





이제 와인을 사러 가보자.


1. 어디에서


 일단 편의점에서 산 와인에서 좋은 맛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보관상태가 너무나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특별한 날, 그 날 꼭 먹고 싶은 와인을 살 때는 '가자 주류'에 가서 필요한 품종을 고르는 편이고 그 외 집에서 간단하게 마시기 위해서는 '홈플러스'나 '백화점 지하 코너'에서 세일하는 제품들을 먼저 살펴본다.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품종에 도전해보고 싶거나, 빈티지가 꽤 있는 와인을 사고 싶다면 '가자 주류'에 가는 게 맞다. 마트에서 할인하는 와인의 경우 유통마진을 비롯한 여러 이유가 뒤에 숨어 있을 수 있지만, 운이 좋은 경우 좋은 떼루아로 많은 양이 생산된 와인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2. 어떤 요리랑 같이 먹을 것인지

 레드 와인은 고기류랑, 생선류는 화이트 와인이랑 먹는 게 잘 어울린다. 치즈와 빵의 경우 어떤 와인이든 상관없고, 중식이나 한식같이 양념이 강한 음식은 향과 맛이 강한 레드 와인이랑 페어링 하면 된다. 코스 요리를 먹는다고 생각하면, 음식이 바뀔 때마다 와인도 바뀌는 게 맞다. 에피 타이저 와인은 주로 산미가 있는 화이트 와인을 선택해 입맛을 돋우워주고, 메인은 그날 메인 디쉬에 어울리는 레드와인, 그리고 디저트로는 당도가 있는 아이스 와인이나, 주정 강화 와인을 마시길 추천한다.


3. 와인을 고를 때


 초보자는 부담스럽지 않은 1-3만 원 선의 가격대를 선택한다. 일단 신대륙 와인 코너에 가서 할인하는 제품 중에 괜찮은 게 있는지 먼저 본다. 와인 병을 집으면 일단 뒤로 돌려서 한글로 써져있는 라벨을 확인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어떤 품종인지, 어디에서 만들어졌는지 보면 대략적인 맛이 추측된다. 파티용 와인이라면 1.5L 이상의 큰 와인을 추천한다. 큰 병의 와인이 더 품질이 좋은 경우가 많다. 등급이나 수상 경력에 크게 의존할 필요는 없다. 와인 생산 국가마다 와인 등급에 대한 이름과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다 외워서 따지고 구매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와인을 사고 나서


1. 집에서 와인을 보관할 때


 와인은 병을 눕혀서 코르크가 항상 젖어있는 상태로 보관하면 된다. 집에 선물 받은 와인이 있다면 햇빛이 닿지 않는 책상 아래 같은 곳에 눕혀서 움직임이 적게 보관하면 된다. 많이 흔들리고 움직일수록 맛이 떨어진다고 한다. (비행기를 타고 배송되지 않은 현지 와인이 제일 맛있는 이유다)


2. 화이트는 차갑게, 레드는 따뜻하게


 화이트 와인은 바로 냉장고에 넣어서 보관을 하고, 레드 와인은 따뜻한 방바닥에 놓고 온도를 높여주면 된다. 빈티지가 높은 와인일수록 병에서 잠자고 있는 맛과 향을 깨우게 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식사 1-2시간 전에 미리 코르크를 따놓고 기다리기도 하고, 나는 겨울에는 난로 옆에 레드 와인을 두고 빨리 열리기를 기다리기도 한다.


3. 와인 잔을 고를 때는  


 잔이 세로로 길고 입구가 좁은 잔이 스파클링 와인 용이다. 기포를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가로 모양의 곡선이 강한 잔이 레드 와인 용이다. 잔의 허리 부분을 넓게 하고 입구 쪽을 조여서 와인의 풍부한 향을 더 맡을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여러 종류의 와인을 하나의 잔으로 시음할 때는 간단하게 잔에 물을 한번 따라서 헹궈 버리고 마시면 된다.


4. 다른 사람이 따라주는 와인을 받을 때


 잔의 바닥 부분에 검지와 중지를 대거나, 잔에 아예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좋다. 와인잔은 깨지기도 쉽고, 모양의 개성이 강해 따르는 사람에게 고도의 집중력을 요한다. 따르는 걸 도와준다고 잔을 기울이거나 들어주지 말고, 따르는 사람이 혼자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두면 된다.


5. 와인잔을 돌리는 이유는

 와인이 공기와 접촉하는 면적을 넓혀서 맛과 향을 더 깨우기 위함이다. 디캔팅을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와인잔을 돌릴 때는 오른손잡이 기준 왼쪽, 본인의 몸 쪽으로 돌려서 혹시라도 와인이 다른 사람에게 튀지 않게 하는 것이 예의다.


6. 식사가 끝나고 와인이 남았다면


 진공 포장용 코르크로 와인을 보관하거나, 일반 코르크로 막아서 냉장고에 보관한다. 화이트 와인은 생선 요리나, 파스타를 만들 때 사용하고, 레드 와인은 과일이랑 꿀을 넣고 끓여서 천연 감기약 뱅쇼를 만들면 된다.









 *와인 관련 정보 사이트

와인 21 닷컴 http://www.wine21.com/main.html








 *이 글은 작가의 서랍에 만으로 2년 정도 묵혀놨던 글인데 이제야 업로드를 합니다. 전문적인 지식을 정리한 글이 아니라 마치 친구에게 내가 알고 있는 걸 말로 설명해 주듯이 주관적인 생각을 많이 담아서 썼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와인을 마시는 날이 일 년에 5번 내외로 꼽히지만, 예전에는 따로 책이나 인강으로 와인 공부를 할 정도로 와인을 좋아했었거든요. '와인'이란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설렜던 그때를 추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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