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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용 Sep 20. 2020

척추에 온 풍, 척수증

뇌에는 뇌졸중, 척추에는 척수증 - 디스크 대 협착증 -

흔히 디스크병은 허리나 목이 아프면서 팔다리가 당기거나 저린 증상을 유발하며, 대부분 비수술적인 치료로 해결할 수 있다고 알고 있다. 허리에 생긴 디스크병은 사실 그렇다. 만의 하나, 치료가 늦어지거나 병의 정도가 심해서 신경학적인 후유증이 남는다 해도 근육의 일부분에 그친다. 

그러나 디스크병 중에는 마치 뇌졸중처럼, 사지가 약해지거나 전반적인 근육의 약화가 유발되어 중증 장애를 남기는 경우도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척수증’이다. 바로 척추에 생긴 '풍'인 것이다. 


인체의 중심인 척추 내부에는 중추신경과 말초신경이 혼재되어 있다. 경추와 흉추에 담겨있는 신경은 중추신경으로서 척수라고 하고, 요추와 천추에는 말초신경인 말총이 담겨있다. 위치상 대부분의 디스크병이나 협착증은 주로 요추 또는 천추에 압도적으로 많이 나타나므로 임상적으로 주로 말초신경인 말총에 대한 증상 및 증후가 나타난다. 이런 경우라면 비수술적인 방법으로 압박과 염증반응을 줄이면 증상이 개선된다. 이 부분은 신경낭 안에 말총들이 비교적 많은 액체 (척수액)에 담겨 있으므로 압박을 받아도 어느 정도 허용되는 ‘버퍼’ 또는 안전범위가 있다. 경추와 흉추에 있는 척수는 이러한 버퍼가 거의 없다. 임계점을 넘는 압박이나 손상이 가해지면 비가역적인 신경의 기능부전이 오기 쉬운 것이다. 이 부위의 중추신경이 압박되거나 내부 변성이 생기는 경우를 ‘척수증’이라고 한다. 이런 상태에서는 몸의 운동기능과 감각기능이 마비돼 하지나 사지가 마비될 수도 있다. 뇌졸중이나 풍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흡사하다. 치료법도 선택의 여지가 적다. 더 이상 마비가 진행되기 전에 수술로 감압을 해야만 증상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일단 마비가 고착화하면 수술을 해도 예후가 좋지 않다.

특히 목에 생긴 경추 척수증이 문제다. 경추 척수증 환자의 특징은 점진적으로 하체 힘이 약해져 보행에 어려움을 겪고 균형 잡기가 힘들어진다. 손의 힘이 약해지는 경우도 있다. 많은 척수증 환자들이 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비효율적이고 위험한 비수술적 치료를 시도하는데, 이는 오히려 병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실제로 척수증의 진단이 늦어 이미 사지마비가 진행된 후에 응급수술을 받는 경우도 많다. 당연히 예후는 좋지 않다.


일단 척수증 진단을 받으면 뇌졸중이나 풍의 수준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하다. 이경우 가능한 한 빨리 수술적 치료가 가능한지를 전문가와 상의하기를 권한다. 단순 디스크병은 말초신경(신경근)에 생긴 병으로 비수술적 치료가 가능하지만 척수증은 중추신경에 생긴 병으로, 수술이 유일한 치료법이라는 게 큰 차이점이니 꼭 기억하기 바란다. 저자의 생각으로는 척수증이 있는 경우 경피적 시술은 금기이다. 차라리 약물치료를 하면서 신중하게 수술 계획을 잡고 적절한 시기에 전문가에게 정확한 수술을 받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한 줄 요약: 위중한 병은 알아두자. 뇌에 심각한 손상이 생기면 뇌졸중, 경추 또는 흉추에는 척수증, 요추 또는 천추에는 말총 증후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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