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못 수술, 결코 나쁜 수술이 아니다. -수술 대 시술 -
얼마 전 우연히 어느 블로그를 보다가 흥미로운 글을 보게 되었다. 어느 노신사 께서 오랫동안 협착증을 앓고 계셨는데 유튜브에 나온 내 강연을 듣고 나름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하시면서 말기 협착증은 수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필자의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며칠 후에 업데이트된 내용을 보니 필자의 진료를 보셨고, 본인은 내시경을 이용한 미세침습 수술을 기대했는데 필자가 관혈적 나사못 수술을 권하더라는 것이다. 그런 병이었던 것이다. 신경 압박과 불안정증이 겹쳐있는 경우였다. 감압과 동시에 재건축이 필요한 경우이다. 중요한 것은 그 노신사의 반응이었다. 말기 협착증이니 수술하는 것에는 당연하다는 듯이 동의를 하시지만 나사못 수술이란 말을 들었을 때는 매우 실망하는 뉘앙스가 담겨 있었다. 이것은 하나의 예이지만 대부분의 협착증 환자들의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환자들은 내시경 수술을 받고 좋아지면 엄청 자랑스럽게 생각하시는 것 같다. 남들이 누리지 못하는 특권 (?) 내지는 혜택을 받았다고 느끼시는 것이다. 반대로 나사못 수술을 하면 좋아져도 특별히 남들에게 자랑하지는 않으시는 것 같다. 이러한 현상의 근본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다가 우리 국민들은 표준적인 척추수술에 대해 기분 나빠하고 바람직스럽지 못한 치료법이라고 여기게 되었을까 생각하니 슬픈 마음조차 든다.
그렇다면 진실은 무엇일까? 궁금하지 않은가?
결론부터 말하면, 표준적인 나사못 수술은 안전하다는 것이다. 표준 수술의 개념은 오랫동안 의사들이 그 수술을 하면서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서 안전성 및 효과가 입증된 수술법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표준 수술은 그야말로 척추치료의 표준인 것이다.
반대로 비절개 내시경 수술 등의 최신 수술 기법들은 어떤가? 이론적으로 보기에는 매력적이다. 세상에 척추수술을 부분마취 비절개로 할 수 있다니... 비슷한 효과를 가졌다면 당연히 내시경 수술을 받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그렇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리 녹록지 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사실을 말하겠다.
첫째, 내시경 척추수술은 어렵다. 일반적인 척추전문의는 내시경 수술을 할 수 없다. 일정 수준의 숙련도를 갖기 위해서는 전문의 과정 이후의 특별한 수련과정이 필요하다. 사실 내시경 수술로 웬만한 척추병을 실질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척추 의사는 국내에 그리 많지 않다. 소위 제다이 급 (Jedi, 필자 주: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광선검의 기사들)의 극소수 스페셜리스트 만이 안전하고 일정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그러니 내시경 수술을 쉽게 생각하지 말자. 오히려 긴장을 더 많이 해야 한다.
둘째, 내시경 척추수술은 비싼 장비들을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내시경 수술에 특화된 병원에서만 시행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그 병원이 내시경 수술을 많이 하는 병원인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셋째, 내시경 척추수술은 그 적응증에 한계가 있다. 모든 디스크병, 모든 협착증을 다 치료할 수 없다. 그러니 내시경 수술의 숙련도나 손재주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정확한 적응증에 의한 환자 선택이다. 사실 제다이냐 평범한 의사 이냐는 손재주보다는 환자 선택의 차이에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왜 표준 수술은 그 오랫동안 검증받아 왔으면서도 환자들로부터 외면당할까?
첫째, 척추수술은 어렵다. 비록 표준 수술이라도... 그래서 특정 수술을 아주 많이 한 경험 많은 의사에게 수술받아야 하는 것이다. 척추 전문의라 하더라도 모든 종류의 척추수술을 잘할 수는 없다. 자기가 잘하는 수술 또는 치료법이 있는 것이다. 신뢰할 수 있고 경험과 의학적 근거로 무장한 전문가가 필요한 것이다.
둘째, 척추수술 후에도 우리의 척추는 퇴행한다. 척수수술은 주로 현재의 문제에 집중한다. 예방적 수술의 개념은 별로 없다. 우리 몸이 자동차 가 아니기 때문이다. 안 좋은 곳을 한 번에 모두 손보는 것은 불가능할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일차 수술 후에도 추후 2차, 3차로 손댈 곳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이점을 충분히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셋째, 제대로 기초를 닦지도 않고 선무당처럼 미세침습 수술 또는 내시경 수술로 직행하는 의사들이 많다. 소위 시술의 전문가들이라고 하는 척추외과 의사들 중에 많은 수는 표준 수술을 마스터하지 못하고 시술가로 전향한다. 정식 척추수술이 어려워서 또는 제대로 된 기초가 안된 상태로 비교적 쉬운 (?) 치료법으로 소위, 쉽게 쉽게 가려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실제로 일부 전문병원이나 개원가 의사 중에 (심지어는 유명하기 조차한 의사 중에) 기본적인 척추 병변을 절개해서 관혈적 방법으로 접근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필자도 한때는 그런 부류였다. 공공연한 비밀!).
필자의 생각으로는, 우선 표준적 관혈적 수술을 충분히 마스터한 의사들만이 미세침습 수술 내지는 내시경 수술을 추구하는 것이 맞다.
절개가 필요할 때는 관혈적 절개 수술을 하고, 나사못이 필요한 경우에는 나사못을 삽입하고, 내시경 수술의 적응증일 때는 비절개 내시경 수술을 하고, 모든 일에는 그에 걸맞은 치료법이 있는 것이다. 자기 병에 맞는 치료법 내지는 수술법을 택할 때 비로소 삶의 질을 높이고 건강을 되찾는 지름길인 것이다. 노신사들이여, 나사못 수술을 슬퍼하지 마시라. 잘 삽입된 나사가 그대들을 편한케 하리라… 그야말로 척추에 임플란트를 장착하는 것이다.
한 줄 요약: 임플란트는 치아에만 좋은 것이 아니라 척추에도 좋다. 말기 협착증으로 수술을 받아야 한다면 나사못 수술이 여러분들을 행복하게 할 가능성이 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