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용 Jun 30. 2021

의사마다 말이 다른 이유

세명의 의사와 단계적 치료 - Miscellaneous -

외래에서 환자들에게 흔히 이런 말을 많이 듣는다. 

"의사들마다 얘기가 다 달라요. 누구는 약 먹고 쉬라고 하고, 누구는 시술하라고 하고, 또 어떤 선생님은 수술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해요. 그래서 더 혼란스러워요."


근데, 그 말이 사실이다. 의학은 과학이자 예술이다. 애초에 의학의 아버지인 히포크라테스는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라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예술은 순수 예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의학적 기술을 말하는 것이다. 즉 의학은 과학보다는 기술과 경험을 중시하는 예술적 측면이 강한 분야이다. 

진단이나 병의 예후 그리고 치료법에 대해서도 정확한 답이 존재한다기보다는 어느 정도 오차 (?)가 존재하는 일종의 zone의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 심지어는 같은 의사의 입에서도 때에 따라서 다른 진단과 치료법이 나오기도 한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으로 생기는 환자들이 느끼는 혼란과 불신의 벽이다. 그러므로 인해 그들은 더욱 소위 "용한 의사"를 찾아 나서는 것이고 닥터 쇼핑을 하게 된다. 때로는 만난 의사들 중 가장 친절한 의사에게 내 몸을 맞기는 경우도 많다. 사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친절한 의사" 보다는 "실력 있는 의사"가 더 중요한 것인데도 말이다. 물론 친절하면서도 실력 있는 의사가 가장 좋지만...


특히 척추질환은 그 진단과 치료방법이 매우 다양하고 중첩되어 있어서 혼란이 더 심하다. TV나 SNS 매체들에 나오는 옆집 아저씨같이 푸근한 인상을 주는 의사 선생님들은 웃으면서 요즘은 치료 기술이 매우 발달하여 간단한 경피적 시술로 대부분의 디스크병과 협착증을 잘 치료할 수 있다고 우리를 유혹한다. 전문가인 필자가 볼 때에도 정말 그럴듯해 보인다. 실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현실의 세계에서 척추 질환은 그렇게 근본 치료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만성 협착증 같은 경우는 경피적 시술로 완치할 수 없다. 일부의 초기 협착증이나 자연치유가 가능한 디스크 병만이 이러한 간단한 치료로 효과를 볼 수 있다. 현대 의학의 한계는 분명히 있다. 

매일 밥 먹고 하는 일이 사람의 척추를 들여다보고 치료하는 전문가로서도 답을 쉽게 내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심지어는 어디가 병의 원인인지도 헷갈리는 경우도 많다. 수술을 하자니 합병증이나 수술 자체의 조직 손상이 두렵고, 약을 오래 먹자니 위장장애나 간 손상 등이 걱정되고, 경피적 시술을 하자니 효과가 없고, 주사치료를 하자니 일시적이고... 진퇴양난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이렇게 어려운 척추질환에 대해서 환자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운에 맞길 것인가? 아니면 만났던 의사 중 가장 희망을 준 의사에게 치료받을 것인가? 아니면 대학병원에 유명하다고 하는 교수님의 말을 들어야 할 것인가? 어떤 것도 그 누구도 확실한 답을 줄 수 없다. 

필자의 경험과 과학적 근거에 따르면 그나마 "단계적 치료법" 이 현재로서는 가장 정답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세명의 의사를 만나자

치료의 방향성을 정할 때 응급상황이 아니라면 최소한 세명의 전문의사를 만나보는 것이 좋다. 

그들의 말이 일치한다면, 대개는 그 치료 방법을 따르는 것이 좋다. 

그들의 말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치료 방침의 방향성만을 잡고, 단계적 치료라는 원칙을 생각하자.


단계적 치료의 원칙

안정 > 약 복용 > 물리치료 및 운동요법 > 주사치료 > 경피적 시술 > 미세침습 수술 > 표준 수술

최소한 6주간의 비수술적 치료기간을 가질 것

한 번에 완치한다는 생각보다는 증상과 병증을 완화해 같다는 개념으로 접근

척추치료를 A/S로 인식하지 않기

비수술 요법 시 상업적인 과잉치료에 주의할 것


여기 제시한 세명의 의사와 단계적 치료법을 명심한다면 어려운 척추질환에 대해 비교적 정답에 가까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이전글 척추 내시경, 수술의 대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