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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용 Sep 23. 2021

노인을 위한 시술 나라는 없다

척추 내시경 시술의 실상 - 제다이로 살기 -

필자의 외래를 방문하는 많은 환자들이 공통적으로 묻는 말이 있다. "선생님은 최소침습 수술로 유명한 분이신데 저도 가능할까요?" 이때 그들에게 해주는 대답은 무엇일까?

필자는 최소침습 척추수술, 특히 내시경 수술에 대해서 많은 연구결과와 논문을 발표해 왔다. 부끄럽지만 한국의사 중에는 제1저자로서 가장 많은 논문수를 보유하고 있다. 그때 항상 넣는 문구가 있다. 경피적 척추 시술 또는 척추 내시경 수술은 전신마취가 부담되는 노인 또는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효과적이다.

 

과연 그럴까?

그렇지 않다! 

논문에는 그렇게 쓰지만, 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경험적으로는 100퍼센트 동의하지 못한다.

표준 수술로 어려우면 내시경 수술로도 어렵다. 물론 내시경 수술은 전신마취 대신 국소마취로 시행할 수 있어서 전신마취에 위험성이 있는 노인과 기저질환 환자에게 마취 부작용을 방지해줄 수 있는 장점은 있다. 그렇지만 수술 자체의 성공률은 노인보다는 젊은 환자들에서 더 높다. 즉, 표준 수술이건, 내시경 수술이건, 노인은 불리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이가 많으니까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란 쉽지 않다는 말이다.


홍보와 현실 사이의 괴리

척추전문병원의 홈페이지를 보면 척추관 협착증의 경우 전신마취 절개 수술의 위험 없이 간단하게 부분 마취하에 경피적 내시경 시술로 치료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하도 반복적으로 표현하는 바람에 의사들조차도 그렇게 믿고 있는 듯하다. 안타깝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며 대개 디스크 탈출을 동반한 경미한 경우를 제외한 본격적인 협착증은 수술 없이 근본치료는 안 되는 것이 팩트이다. 특히 노인들에게는 경피적 시술의 효과가 떨어진다. 수술이건 시술이건 젊은 환자들이 예후가 좋다.

 

환자들의 오해

"병은 안 나아도 되는 아프지만 않게 해 주세요."라고 부탁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모순이다. 사실은 병을 근치 해야 안 아프게 되는 것이다.


의사의 심리 (의사도 사람인지라 환자의 요구에 말려든다)

"나이가 많으니까 째지 않는 내시경 수술로 해주세요."라고 요구한다. 그분들은 정말 간절하게 바라는 마음으로 찾아온다. 놀랍게도, 의사도 사람인지라 그들의 요구에 말려드는 경우가 많다. 내시경 수술로 성공확률이 높지 않은 경우라도 환자의 기대치가 높고 요구가 많아지면 의사의 심리도 그쪽으로 쏠려서 무리한 수술을 하는 경우가 꽤 앗는 것이다. 이런 경우 수술 결과가 불만족스럽거나 합병증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필자는 이러한 괴로운 경험이 많다.


수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노인일수록, 기전 질환이 있는 환자일수록 표준 수술을 고려하자.


피부 절개 없이 내시경 삽입으로 수술하는 경우를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첫 번째, 수술 시야가 매우 좁다. 그러므로 충분한 크기와 강도의 수술 기구를 사용할 수 없다. 그러므로 환부 제거가 불완전할 수 있고, 보이는 모든 부위에 자유롭게 기구를 접근시키기 힘들다. 즉, 보이기는 하지만 닿을 수 없는 사각지대가 있다.  수술 중에 신경막이 찢어지거나 하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확실하게 꿰매서 해결하기가 힘들다.

두 번째, 한 손으로는 내시경의 카메라를 조작하므로 주된 감압과 시술은 한 손으로 해야 한다. 표준 수술의 두 손과 내시경 수술의 한 손을 비교해 보자. 어떤 쪽이 더 정밀하고 확실하겠는가?

세번쨔, 수술 중에 신경막이 찢어지거나 신경손상이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확실하게 꿰매거나 신경을 복구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자칫 수술 후 신경학적 결손이나 재수술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노인환자에게 내시경 수술이 실패하면 다시 표준 수술로 전환하기 쉽지 않다. 그들에게는 오직 한 번의 기회가 있을 뿐이고, 어느 정도의 위험성이 있지만, 불확실한 변수를 제거한 표준 수술이 적합할 수 있다.


안타깝지만, 경피적 척추 시술 또는 내시경 척추수술의 세상 (Endoscotopia) 도 아직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아니다. 좀 더 기술적인 발전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노인을 위한 내시경 수술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그래도 많이 왔다, 고지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더 올라야 정상이다. 필자는 지금도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맨땅에 헤딩하고 있다.


백세시대에 퇴행성 척추협착증 환자가 얼마나 많아질 텐데... 

어떻게든 완성시켜야 한다. 척추 내시경 천국!

외로운 제다이에게 힘과 응원을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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