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행복 찾기
병원은 본래 행복한 곳이 아니다 - 제다이로 살기 -
난 오랜 세월 동안 병원에서 행복하지 않았다.
어려운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을 때도, 힘든 환자가 쾌차해서 퇴원할 때도, 투고했던 논문이 출판되었을 때도, 잠깐만의 기쁨이었을 뿐 행복하다고 느낀 기간은 길지 않았다. 그리고 항상 그 이유가 궁금했다. 다른 의사들도 그럴까? 왜 난 병원이라는 공간이 익숙해지지 않는 걸까? 그렇다고 내 일이 싫지는 않다. 나의 내시경 수술이 재미있고 항상 마음이 설렌다. 나의 동료들도 다들 좋은 사람들이다. 그래도 항상 기본적인 나의 무드는 약간의 우울감이 지배적이었다. 최소한 병원에서는 그랬다.
근데, 어느 날 그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아주 사소한 일로 말이다.
수술이 있는 5층을 가려고 엘리베이터를 탔다가 6층에서 내리게 되었다. 그곳은 외과계 중환자실이 있는 곳이다. 생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환자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보호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이다. 무거운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에 보호자들은 각자의 사연을 간직한 채 무덤덤한 표정으로 환자의 면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쩌면 당연하다는 듯이...
그렇다. 병원은 원래 그런 곳이다. 생사의 경계에 있거나, 사고를 당했거나, 병마로 괴로움을 받는 사람들로 가득 찬 곳이다. 이런 곳에서 행복을 찾는다는 것 자체게 아이러니인 것이다.
내가 병원에서 행복하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의사가 되어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야 깨닫게 되다니...
그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내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안도감.
그렇다. 병원은 행복한 곳이 아니다. 여기서 즐거움과 재미를 찾는 것은 옳지 않은 것이고 비정상이다. 그러니 불행한 감정을 느끼는 나는 정상이다. 여기에 조금의 기쁨과 보람이 있다면 금상첨화 일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순간들이 많이 있다. 이 병원이라는 슬픈 곳에서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희망의 끈을 놓치고 싶진 않다. 이 불행한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죽음과 절망이 지배하는 이 공간에서, 오히려 생명의 씨앗을 느끼고 싶다. 그리고 내가 그 한알의 씨앗을 심는 농부가 되리라. 바로 여기서 행복이 시작될 수 있다. 일상의 무거운 공기 속에서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이유이다.
역설적으로, 기대하지 않은 이 삭막한 공간에서 피식 미소 짓게 하는, 또는 코끝이 찡해지는 작은 감동의 조각들을 느끼게 된다면, 더욱 기쁘고 행복하지 않을까?
결국, 우리는 지구라는 행성의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이곳, 병원이라는 곳에서 희로애락과 생로병사의 멋진 체험을 하고 있는 동료들인 것이다.
여러분들이 병원을 방문했을 때 고개 숙인 우울한 의사를 만난다면, 그들에게 동료애를 발휘하여 웃어주기를... 그리고 따뜻한 마음 한 조각내어 주기를...
그가 어떻게든 작은 싹을 틔워내 절망에서 희망과 안심낙관을 당신에게 돌려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