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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향 Sep 26. 2022

내 우울에 외로움은 없다

쓰담쓰담 글쓰기 열 번째 주제 -외로움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

마르크스의 말이다.

그가 이럴 때 쓰라고 한 말은 아니란 걸 안다.


계절이 바뀌는 시기, 더위가 걷히고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때.

하늘은 드높고 바람이 가벼워지는 예쁜 가을이 시작되면

아이러니하게도 내 몸은 무거워진다.

어깨가 무거워지고 엉덩이가 내려간다.

가라앉는 몸과 함께 마음도 가라앉는다.


<츨근길에 찾아온 가을 한 잎>


평생을 갖고 가야 하는 병이 하나 있다.

생명에 지장 없고, 생활하는 데도 지장은 없으니 심각한 건 아니다! 

주기적으로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하고

약도 받아 와야 하지만 

그 약이 치료제가 아니라 진통제인 걸 알기에

이젠 요령이 생겨 몸 상태를 보며 스스로 조절을 한다.

하지만 환절기는 좀 힘들다.

계절의 변화에 몸이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더 걸린달까.


내 몸이 내 말을 듣지 않을 때는 

희한하게 마음까지 내 말을 듣지 않는다.

한두 해 겪는 일이 아닌데도

괜히 우울해지고 짜증이 는다.

하지만 나의 우울에 외로움은 없다. 

곁에서 내 몸과 내 맘의 눈치까지 살피며

배려하는 가족이 있기에 말이다. 


어젠 서울에서

고운 빛깔의 립밤과 탈모샴푸와

네이비색 원피스가 왔다.

큰딸 영이의 예쁜 짓이다.

모델처럼 예쁘게 입으란다.


“이게 다 뭐야~?”

“그냥 엄마 선물.”


이러니 내 우울은 외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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