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밤늦게까지 뾰족한 대나무 바늘을 요리조리 움직이며 요술을 부리셨다. 어머니의 손에서는 언니의 스웨터가 풀려 동생의 모자가 되기도 하고, 아버지의 낡은 목도리가 내 벙어리장갑이 되기도 했다.
그럴 때면 우리들은 늘 그 곁을 맴돌며 긴 겨울밤을 보냈고, 그러다 한번씩 호기심에 손을 넣어 어머니의 실타래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머니는 팔 남매를 키우시면서 한번도 큰소리로 꾸짖지 않으신 것 같다. 우리가 엉켜 놓은 실타래를 보시고도 긴 한숨을 내리 쉬시곤 조용히 엉키고 설킨 실타래의 끝을 차근히 찾아 나서셨다.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짐작할 수 있으리라. 엉킨 실타래의 끝은 찾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리고 반드시 그 끝을 찾아야 실타래를 풀 수 있다는 것도...
어머니는 굵고 거친 손끝으로 엉킨 털실타래와 한참을 이리저리 씨름을 하시다 그 긑을 찾아 실을 솔솔 풀어내셨다. 하지만 가끔은 그 끝을 찾지 못하시거나 완전히 매듭이 지어져 더 이상 풀어 낼 수 없을 때는, 어느 한곳을 가위로 싹둑 잘라서 끝을 만드셨다.
우리는 살아가다 보면 가끔은 생각지도 못한 실타래를 만나게 된다. 그럴 때는 긴 한숨을 쉬고 실마리를 찾아 나서시던 어머니의 눈빛을 떠올리며 차근히 끝을 찾아간다. 찾기만 하면, 그 실마리를 찾기만 하면 의외로 일은 잘 풀려간다.
그리고 가끔은 도저히 내 힘으로 해결의 끝을 찾지 못할 때는 어머니의 그 과감한 가위질을 생각한다.
가슴을 저미는 아픔이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어도, 헤매며 울지 말자.
어머니처럼 가끔은 매듭을 만들어 실마리를 스스로 찾자. 그리고 잊지 말자.
가위질로 만들어 낸 실마리는 다시 솔솔 실을 풀어내고,
그렇게 여기 저기 매듭으로 이어진 실은 어머니의 정성으로 따스한 장갑이 되어 다시 태어난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