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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향 May 02. 2022

내 유년의 살구나무여

글쓰기 모임의 열한 번째 글감이 도착했다.  

- '나무'



흰 구름 사이로 하늘이 얼굴을 내민다.

여름 얼굴빛이다.

잠시 손을 놓고 생각한다.

이불을 들고나가 햇살에 툭-툭- 털어보고 싶다.


마당 빨랫줄 긴 장대로 걸어 올려 솜이불 툭툭 털어내시던 어머니.

낮달 같은 아련한 기억들이

이불솜 깊이 배어있던 습기처럼

햇살 속으로 피어오른다.      


풀 먹인 이불 홑청 다듬이 돌 위에 올려놓고

꼭꼭 밟으며 콧노래 흥얼거리시던 어머니.

기다란 바늘 끝 머리에 쓸어내리며

대청마루에 펼쳐놓은 이불 홑청 시침하시던 어머니.

정말이지 딱 한 번만,

딱 한 번만이라도 보고 싶은 울 엄마..



나는 햇살에 온 얼굴을 맡기고 하늘을 우러러 침 한번 꼴깍 삼켜 본다.

박하사탕 같은 알싸한 그리움이 몰려온다.      


그리움의 날개는 어느새 고향집 마당

자두나무와 살구나무로 나를 이끈다.


팔 남매를 위해 어머니가 묶어주셨던 그네는

살구나무 오른쪽 팔뚝에 달려있었다.


아버지가 돼지우리를 지으신다고

살구나무 밑동을 싹둑 자르던 날,

나는

그 나무 한 그루가 내 삶의 한 모퉁이에서

얼마나 큰 그리움으로 자리 잡게 될지도 모른 채

단지 그네가 없어진다는 사실만으로

마당 가운데 퍼져 앉아 두 다리를 바동거리며 울었었다.


“내 그네, 내 그네.”



창문을 넘어 들어오는 바람결에

나는 그리운 유년의

그 울음소리를 듣는다.

아, 그리운 내 유년의 살구나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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