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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향 May 01. 2022

당신의 이름은 사랑임을...

 - 미사를 준비하며

오늘은 성모솔숲마을에 전례봉사를 가는 날이다.

가브리엘은 아침기도를 드리고 오늘 복음을 읽으며

해설 준비를 하고

나는 독서 말씀인 사도행전을 소리내어 읽으며

주일 아침을 맞았다.      


일찍 도착하여 제의 준비를 도왔다.

하얀 천과 십자가로 차려진 제의방에서

수녀님을 도와 미사를 위한 거룩한 옷을 챙기는 것이 영광스럽기만 했다.      

전례복은 시기에 따라 색이 다르고 그 의미가 다른데

지금은 부활시기

제의는 ‘영광, 결백, 기쁨’을 의미한다는 흰색이다.




제일 바깥 제의부터 시작하여

하나씩 차곡차곡 놓았다.      

하얀 제의 위에

목에 걸치는 영대를 놓았는데

바깥 제의는 그리스도의 멍에,

영대는 성직자의 직책과 명예, 십자가, 거룩함을 각각 상징한다고 한다.


영대 위에 제의와 같은 색의 를 놓았다.

띠는 3미터가 넘는 긴 끈이었는데

수난의 그리스도를 묶었던 끈, 결의, 악마와의 투쟁, 깨어있음을 상징한다고 한다.

이 길고 묵직한 띠를 허리에 두르시며 드리는 사제들의 기도는 이러하다.


“주님, 저를 순결의 띠로 묶어 주소서.

제 허리에서 비천한 욕정을 없애시어

제 안에 절제와 정결의 덕을 쌓게 하소서.”



수녀님께서 띠를  동그라미 세 개를 그리며 놓아보라고 하셨다.

3이라는 숫자는 성삼위(聖三位),

성부와 성자와 성령을 의미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의미를 부여하니

손끝떨리고, 가슴 가운데에 뭔가 묵직한 무게가 느껴졌다.      




장백의를 놓았다. 긴 흰 옷이다.

흰색은

육신과 마음의 순결을 상징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개두포를 놓았다.

장백의를 입기 전에 어깨 위에 걸치는 앞치마처럼 생긴 천인데

악마의 공격을 막는 투구, 구원의 투구를 상징한다고 한다.

“주님, 제 머리에 구원의 투구를 씌우시어

마귀의 공격을 막아 내게 하소서.”



수녀님께서 개두포의 긴 끈을 M자 모양으로 놓아보라고 가르쳐 주셨다.

성모님께서 이 미사 가운데 함께해 주시기를  청하며

성모 마리아(Maria)를 의미하는 M자를 그려보았다.

    



신부님들은 이 제의를 입으시며 기도를 드린다고 한다.

제의방 십자가 앞에서 

옷을 순서대입고, 띠를 두르면서

기도로 주님의 은총을 청하며

육신과 영혼의 정결을 다짐하는 신부님들을

떠올려본다.

마음이 절로 경건해진다.      


제대 위에 성작과 성합, 주수병을 챙겨 올리며  

미사를 준비하는 마음이 어떠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미사를 준비하고, 미사를 드리는 일에

진심을 다해야 함을 마음에 새겨 본다.

 



미사는 가장 완전한 기도라고 한다.

미사를 통해 사랑을 체험하고

또 하루하루를 평화 가운데 살아 갈 수 있는

은총과 감사를 되새기게 되기에...  


“찬미 받으소서.

당신의 이름은 사랑임을 잊지 않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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